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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공부 - 느끼고 깨닫고 경험하며 얻어낸 진한 삶의 가치들
양순자 지음, 박용인 그림 / 가디언 / 2022년 8월
평점 :
책을 펼치고 읽는 순간, 도중에 멈출 수가 없었다. 한순간에 다 읽고 말았다. 이는 곧 내가 아직은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라는 반증이겠지. 어른 공부가 덜 되었다는 의미다. 저자 양순자님의 어른 공부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더 늦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 틀림없다. 30년간 사형수 상담가로 살다 가신 그녀에게서 곱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참된 삶이 무엇인지, 삶의 가치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준 증인이다.
<지은이 양순자>
'남을 돕는 일에는 계산하지 말고, 누군가 넘어지면 빨리 일으켜줘야 한다'가 신조인 그녀는 누군가가 SOS를 치면 언제든 달려가는 열혈 상담가였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탔을 때 그녀 옆자리에 앉기만 해도 그녀의 긍정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그래서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사는 게 우울하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는 2010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지만 두 번의 수술 후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암세포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살다가 2014년 7월 향년 73세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이 책은 그녀가 죽음의 경계선에서 돌아본 삶의 가치와 자세에 대해 쓴 이야기이다.
연말연시나 명절 무렵이면 고아원이나 양로원, 복지시설 등을 찾는 사람이 많지. 그때 우리는 불우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물질적 도움을 좀 주었다고 뿌듯함을 느끼지. 그런데 스님 말씀대로라면, 복을 짓게 해준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준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이지.
p.33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한답시고 자부심을 느끼는 대신 그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그들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삶은 더욱더 풍부해질 수 있다. 인간의 자만심을 아주 완만하게 꺾어버릴 수 있는 현명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죽고 또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며 셀 수도 없이 생을 반복한다고 해. 이게 불교에서 말하는 윤희야. 그런데 비록 몸은 계속 바뀌면서 태어나지만 나의 과거 행적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녀. 이 꼬리표가 이생(이 세상)에서 천성이 되는 거야.
어른 공부 p.201
불교의 윤회 사상과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많이 닮았다. 나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지금과 똑같은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했을 때, 다시 한번 더!를 외칠 수가 있는가. 다시 한번 더!를 외칠 수 있도록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나만의 신조다. 똑같은 삶이 되풀이된다면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아가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더 나은 삶으로 업그레이드해 놓아야 한다. 미래만 바라보면서,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현재를 힘들게 보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생이니깐. 잘 생각해 보자. 끊임없이 반복이 되니,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시킬 필요가 없다. 현재, 지금 행복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시 반복되어 이 자리로 돌아올 때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만족해야 하니깐.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영원회귀 사상이다.
저자 양순자님은 우리 모두가 사형수라고 했다. 감옥 안의 사형수와 감옥 밖의 사형수라는 차이가 있을 뿐. 감옥 안의 사형수는 집행 날이 정해져 있고, 감옥 밖의 사형수는 집행 날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 갈지는 알 수 없다. 교통사고나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감옥 밖에서 살고 있는 사형수가 되어 오늘 하루가 마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간다면 누구 하나 삶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 하다못해 후회가 줄어들기라도 할 것 같다.
어른 공부는 죽는 그날까지 완벽하게 마스터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만하면 나도 어른이다'라는 확신은 가질 수 있도록 하루하루 반성하는 사형수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