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라는 해독제》는 원제가 《 3Minutes De Philosophie Pour Redevenir Humain 》이다.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다시 인간이 되기 위한 3분간의 철학' 정도가 될 것 같다.그제서야 40개의 목차로 이루어진 구성 방식이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이렇게 구성한 저자의 의도가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서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나는 여러분에게 3분만 시간을 내어 이 책의 한 장을 읽고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해보라고 권한다."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당장 자신에게 와닿는 것부터 읽고 3분간 자신만의 철학 시간을 가져보면 되겠다.자본 축적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에게 있다. 그것은 서로를 연결하는 관계다. 그 관계가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자선은 상처가 될 수 있다.보답할 수 없는 것을 받는 자는 고립된다. 그는 그것을 받음으로써 타자와 단절된다.줄 수 있어야 한다. 보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마르셀 모스가 잘 꿰뚫어 보았다."자선이 받는 이에게는 상처가 된다."이 글을 읽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에 나오는 <동정하는 자들에 대하여>라는 글이 생각났다.니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내가 동정을 해야 할 때라도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서 동정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보기 전에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고 싶다. 그대들도 그렇게 하라.내가 고뇌하는 자의 괴로움을 보았던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의 수치심 때문이며,또한 내가 그를 도와주었을 때도 그의긍지가 심하게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민음사 p.152이에 대한 정동호 교수의 날카로운 분석을 살펴보자.해설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신다.p.203수치심을 일으키는 것 가운데 연민의 정이 있다. 연민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그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수치심을 느끼고 자존심에 깊은 상처까지 받는다.p.204연민의 정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베풂을 받는 사람을 그렇게 비굴하게 만들고 베푸는 사람을 건방지게 만드니 말이다.불운한 사람에게 보이는 연민의 정 뒤에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보려는 속셈이 있다.연말이 다가오면 자선단체나 개인들이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다.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고 기부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히 소수의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짧은 생각에 '아니 내 돈 주고 기부하는데 이름 밝히지. 자랑스럽기도 한데.'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니체의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완전히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성찰하게 되었다.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고차원의 사고를 가진 이름 없는 철학자들이고 진정한 기부자들이다.자신의 기부로 수치심을 느끼고 부끄러워할 그들을 위해서 감히 나서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있다.신과 같은 위대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연민의 정을 뛰어넘었다.나와 같은 얄팍한 생각을 갖고 내 이름으로 기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접게 될 때, 그제야 나도 진정한 기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아직 갈 길이 멀다. 2번째 철학은 괴테를 선택했다.모든 것을 계획할 수는 없다p.51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일단 그 일에 뛰어들어서만 발견할 수 있다. 책을 한 권 쓰기로 결심했다면 실제로 집필을 시작하고서 그 작업의 의미를 이해해나간다.p.51 랍비목표만 뚫어져라 바라보면 과정은 지루해진다. 과정에서 배울 수도 있을 모든 것을 놓치게 마련이다.길을 안다는 자에게 물어보지 말라.네가 길에서 헤맬 기회를 잃게 되므로.무수한 날을 계획만 세우다가 보내버렸다. 일단 시작을 하고서 배워나가고 고쳐나가는 것이 더 빠르고 창의적인 지름길이다. 어떤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똑똑한 대학생들과 어린아이들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대학생들은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하나의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결과물을 내놓았고 아이들은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실패를 반복해서 결과물을 내놓았다.그 결과는?아이들의 결과물이 훨씬 더 훌륭했다는 거다.계획 없이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훨씬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철학이라는 해독제》는 짧고 강한 글로 3분간 성찰하고 철학 할 수 있는 재료들을 제공해 준다.부제는 <나는 무엇으로 회복하는가>이다.40개의 목차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함께 고민해 보면 하나하나씩 삶의 회복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