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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1 :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 (5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ㅣ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 기획, 정재은.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 / 아울북 / 2022년 10월
평점 :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도대체 뇌과학이 뭔지 궁금해서 무턱대고 뇌과학 관련 책을 10권이나 구매했는데 덜컥 겁이 났다. 과학도 모르는데 뇌과학 책이라니.. 처음 접하는 분야라서 당연히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급히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정재승 교수님이 기획하셨으니 고민 없이 픽!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셋을 위해서 무려 10년 전부터 준비를 하셨다니!
[책의 구성과 특징]
책의 내부는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재미있게 읽도록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만화 형식으로 되어있다. 글 밥도 적당하고 설명이 꼭 필요한 부분은 챕터 끝부분마다 알기 쉽도록 다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인간은 왜 얼굴의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가?
인간은 타인의 얼굴 표정을 해석해서 나에게 적대감이 있는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생존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부위가 동양인과 서양인에게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재승 교수의 <12발자국>에서도 흥미롭게 읽은 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귀여운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는 키티가 서양에서는 전혀 관심 밖의 캐릭터로 시큰둥하다. 그 이유가 감정을 읽는데, 동양인들은 눈을 보고, 서양인들은 입을 보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입이 없는 키티가 서양인들에게는 얼마나 무섭고(?) 낯설까.
그래서인지 유독 우리나라에서 쌍꺼풀 수술이 흔한 것 아닌가 싶다. 상대의 감정을 읽기 위해 눈을 많이 보는데, 내 신체 부위에서 사람들이 가장 주목해서 많이 보는 곳이 눈이라면 당연히 눈이 크고 예쁘면 좋을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입을 많이 본다고 하니, 유독 입술 피어싱이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술 피어싱이 보기 힘들다.
우리는 왜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나?
종족 보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잘생긴, 예쁜 자식을 낳고 싶은 것이 본능이다. 그러니 예쁜 여자만 찾는 남자를 누가 탓하랴. 이토록 올바른 방향으로 잘 진화를 했는데.
아프리카 사바나의 우리 조상들도 종족 보존이 1순위였을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가 지금 존재하고 있는 거다. 다만, 21세기는 종족 보존을 위한 선택권이 하나 더 늘었다. 외모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여성들도 많아졌으니 말이다. 계속 이런 방향으로 뇌가 진화를 할지, 수 세기 후에는 뇌도 다른 노선으로 방향을 바꾸게 될지 궁금하다.
인간은 왜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가?
흔히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낄 때 안 낄 때 다 끼어들어서 간섭하는 사람들. 참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이분들이 정상적이라는 거.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서 사람들이 주위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안도감을 느낀다니 가장 잘 진화한 유형이라 하겠다.
다이어트는 가능한가?
다이어트는 뇌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의 몸과 뇌가 석기 시대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석기 시대에는 먹을 게 있으면 잔뜩 먹어두어야 했다. 동물을 사냥해서 보관할 때도 없고 언제 다시 사냥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니 에너지가 높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는 것이 생존을 위해서 현명한 선택이다. 뇌는 이렇게 진화해 온 것이다.
우리의 의지가 약한 게 아니다. 나의 잘못이 아니니 음식을 먹는 것도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도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
10대들은 왜 유행을 따르는가?
인간의 뇌는 10대 후반까지 계속해서 발달하는데,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는 영역이 바로 뇌의 맨 앞쪽 영역인 '전전두엽'이다. 전전두엽은 결정하고 계획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데 10대는 아직 이 부위의 발달이 완성되지 않았다. 즉,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의 선호와 자신의 선호가 다르다고 인지하는 순간,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식들이 친구들과 같은 옷을 사달라고 조를 때에는 그냥 후하게 사주자. 그들의 뇌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뇌가 아직 덜 발달되어서 그러니 아이를 나무랄 수는 없겠다.
평소에 좀체 이해하지 못했던 행동들이 너무나 쉽게 이해가 돼서 속이 후련하다. 뇌과학에 대한 지식이 쌓여갈수록 남을 탓할 수도 없고 오히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 세상살이가 훨씬 더 수월해지겠다. 아이들의 이해 안 되는 행동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 되었다. 혹시나 해서 한 권만 주문을 했는데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 훨씬 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인간의 뇌를 알게 되면 모든 인간들이 다 이해가 돼서 화를 낼 일이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등학생들이 읽기에도 전혀 어렵지 않도록 세 딸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신 아버지의 마음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