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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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위해서 다시 2시간 동안 밑줄 친 부분을 확인하고 앞뒤로 책을 뒤적였다. 주위에서 극찬에 극찬을 더해서, 반드시 끝까지 읽어보라는 권유에 완독을 했다. 기대가 컸던 건지 나의 이해력이 부족한 건지 아직 아리송하긴 하다. 작가의 프로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읽어내려가서 중간 부분쯤 왔을 때야 이 책이 논픽션임을 깨달았다.

이 책만큼은 독자들이 우선 작가에 대해서 알고 읽기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앞날개를 참고해 본다.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 기자로, 15년 넘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룰루 밀러의 논픽션 데뷔작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으로 혼돈이 항상 승리하는 세계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삶에 관한 우화처럼 읽히는 경이로운 책이다.

나는 크게 2가지로 이해를 했다. 첫째는 작가가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둘째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개인의 부조리를 파헤쳐 거대한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이끌어 낸다는 것.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류학자로 수천 마리의 물고기에 하나하나씩 이름을 붙인다. 게다가 오싹하게 보이는 물고기 한 마리에 데이비드가 자신의 이름을 붙였고 이렇게 선택한 단 하나가 분류학자들도 알고 있었다.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이는 과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다. 나는 이를 감히 철학이라고 불러본다. 책을 인용해 보면,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정의, 향수, 무한, 사랑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두 번째 전쟁이 발생하자 이전에 발생한 전쟁을 부를만한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두 번째 전쟁이 발생하고 나 자 제2차 세계대전이란 이름을 붙이고 이전에 발생했던 전쟁을 제1차 전쟁이라 이름 붙인 것과 같은 이치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래서 굳이 과학에 철학을 입혀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고기의 내부는 인간과 너무나 유사해서 분류 체계에 없는 '어류'라는 범주로 이름을 붙였을 뿐. 그래서 굳이 실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 그렇다면 데이비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물고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자신을 놓아두게 되는 것이다.(물론, 이런 피라미드적 사고도 허구다)

이렇게까지 물고기에 집착하게 되는 것은 형의 이른 죽음, 사랑하는 딸의 죽음으로 무력함을 느껴 강박적으로 수집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p.102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강박상태가 수집을 뛰어넘어 우생학 신봉으로까지 확장된 것 같다. 최근까지도 계속된 우생학의 만행을 작가 룰루는 드러내고 싶어 한 것 같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형태로 아직도 어디에선가 행해지고 있을..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의 이런 악행을 비난하며 용서 한번 구하지 않은 그를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한나 아렌트라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려줄까? 문득 궁금해진다.

또 다른 이야기는 후반부에 쏟아진다. 작가 룰루 밀러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물고기를 놓아주고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어쨌든 끝까지 읽어야 하는 건 맞다.

p.268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ㆍ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모든 자 ruler 뒤에는 지배자 Ruler가 있음을 기억하라.

챕터마다 무서운 그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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