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생각을 바꿀 수 없다. 
큰일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걸 당연시하는 태도는 쇠퇴의 시작이다. 인류를 존중한다면서 자기가 부리는 하인은 괴롭히는 것, 조국이나 교회나 당은 신성하게 받들면서 그날그날 자기 할 일은 엉터리로 대충해치우는 데서 모든 타락이 시작된다. 
이를 막는 교육적 방책은 오직 하나뿐이다. 즉 스스로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신념이나 세계관이나 애국심 같은 이른바 거창하고 신성한 모든 것은 일단 제쳐두고, 대신 사소한 일, 당장에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하는 것이다. 자전거나 난로가 고장 나서 기술자에게 수리를 맡길 때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인류애도 애국심도 아닌 확실한 일 처리일 것이요, 오로지 그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할 것이다. 그게 당연하다. - P50

작가의 업이란 침잠하고 눈을 밝혀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이니, 그럴 때에 우리의 일은 때로 불면의 밤과 구슬땀이 따를지라도 ‘노동‘이 아닌 소중한 ‘천직‘인 것이다.
(1909) - P65

그렇다한들 장차 책의 고사를 염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시간이 지나면 오락적 욕구나 대중교육 등 일정 부분은 새로운 매체가 담당하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책은 위엄과 권위를 되찾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이야 진보에 취해서 천방지축이지만 머지않아 글과 책에는 불멸의 기능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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