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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김겨울은 유튜브 '겨울 서점'의 북튜버이다. 유튜버가 책을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말만 듣다가 처음으로 내가 직접 읽어보게 되었다. 그것도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TV,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영상물은 왠지 책에 대한 배신인 것 같아서 나는 안 본다. 그런데 오늘은 책을 덮고 나서 유튜브 '겨울 서점'을 방문해 봐야겠다. 제목이 많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의 마음이 순수하게 반영된 것 같다. 단 1퍼센트의 불순물도 첨가하지 않고 화려한 수식도 없이 그냥 독서가 기쁜 거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당연한 것이고 작가는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물질적인 '책'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책을 보면 제일 먼저 표지를 보게 되는데 작가는 첫 목차로 표지를 선택했다. 상당히 신선하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독서 관련 책을 읽어오면서 표지와 내지에 이토록 진심인 작가는 못 본 것 같다. 막상 책을 구매할 때 표지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책 표지 디자인과 독자가 처음 책을 만졌을 때 질감까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시는데, 성공하셨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음에 든다. 책을 읽다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죽죽 줄을 긋다가 접었다가 혼자서 웃었다가 생쇼(?)를 다 했다. 옆에서 누가 보면 미친 x인 줄 알았으리라.
P.41
내가 책을 사서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가름끈이 접힌 페이지를 찾아 가름끈을 꺼내는 것이다.
p.43
특히 띠지를 두른 책은 바로 옆 책을 책장에서 꺼냈다가 다시 꽂을 때, 띠지에 걸려서 띠지가 찢어지거나 책이 잘 들어가지 않는 일은 꽤 흔하다.
p.96
처음 읽은 남미 소설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눈이 튀어나올 만큼 맛있는, 그런 음식을 먹었을 때의 기분이었다.
p.97
조지 오웰 소설은 좋아하지만 코맥 매카시의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p.128
새로 나온 굿즈의 유혹을 다섯 번 정도 참으면 한 번 걸려드는데, 그럴 때는 심혈을 기울여 구매액을 5만 원에 맞춘다. 굿즈를 주는 기준이 5만 원일 때가 많아서다.
5만 원보다 크게 초과할 때는 책을 한 권 빼고, 가격이 더 낮은 책을 넣는 식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쪼잔함을 발휘한다.
집을 나설 때에는 꼭 1~2권의 책을 챙겨서 나가야 하는데 그 무게와 부피 때문에 핸드백은 포기하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백팩을 메야 한다. 자연스레 패션은 포기다. 백팩 한짐을 메고 하이힐에 치마를 입는 볼썽사나운 짓은.. 피해줘야지..
책도 편식을 하게 되는데 다양한 분야를 읽어보라는 작가의 권유에 감히 추천해 준 과학도서를 장바구니에 넣어본다. 계속 추가된다.. 작가님, 영업 성공하셨습니다^^ 구매 동작에서 읽는 행위로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봅니다.
책을 사는 것과 읽는 것은 별개라는 말에 격한 공감을 느낀다. 소장하고 싶어서 사게 되는 책이 있는 거다. 다 읽고 나서 너무 좋은 나머지 접고, 밑줄 긋고, 여백에 끄적인 책 외에 새 책 한 두 권 고이 모셔두고 싶은 거다.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날아가는 황홀경을 느낀다. 누가 보면 미친 줄..
나는 영원히 책덕후로 남을 거다.
책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