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기쁨 - 산책과 커피와 책 한 권의 행복
최현미 지음 / 현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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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부제에 이끌렸다. 아니 오히려 부제가 큰 몫을 했다. 산책과 커피와 책 한 권의 행복.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로 부제를 꽉 채우고 책으로까지 한 권을 채웠다니.. 산책과 커피와 책 3종 세트 면 이미 미어터질듯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런 잡을 수 없는 마음을 책 한 권으로 만져볼 수 있게 해 준 작가에게 고맙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


작가 최현미는 30년 이상 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다. 문화부 취재를 하며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고, 자연스럽게 취미이자 직업인 '독서'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었다. 어느 정도 인생의 길이 정해진 지금, 거창한 목표나 변화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책은 가독성이 좋고 얇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내용까지 얇지만은 않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묵직한 인생의 통찰력이 푹 담겨있어 깨닫고 배우기에 책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책의 두께로 사소한 기쁨을 나타내고 내용으로 삶 전체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기쁨으로 채워 넣었다.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듯이.

책을 덮을 때쯤 되어서야 책의 시선이 새벽에서 오후로 다시 밤으로 흘러왔다는 것을 깨닫고 목차를 다시 본다.

인생이 흘러가듯 시간 순으로 책장을 넘겨왔던 거다.​

모닝커피 한 잔으로 아침이 시작된다. 저자는 수십 년간의 독서를 통해 책과 영화 자신의 일상, 일상 속 물건, 풍경으로 삶 전체를 정말 잘 버무려 놓았다. 인생의 사소한 기쁨들을 적극적으로 발견해 찾아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녹아있다. 작가의 말대로 인생의 달콤함은 느끼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인지 모른다. 수동적으로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도록 기쁨을 느끼려고만 하지 말고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그 사소한 기쁨에는 찾아내려는 노력이 가미된 기쁨인 것이다. 그냥 앉아서 기쁨이 오기를 기다리는 건 사치다. 일상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은 작가들이 산책을 권유한다. 나 역시도 답답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종종 동네 산책을 하곤 하는데 요즘은 날씨까지 한몫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햇살에 비쳐 반짝이는 나뭇잎들이 처음 보는 여러 가지 초록색들을 반사시킨다. 다양한 초록빛들을 나타낼 단어가 없다.

새벽달을 보고 출근해서 따뜻한 모닝커피로 아침을 깨우고 점심 식사 후 나른한 오후 가로수 길을 산책하고 야경을 보며 퇴근해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저자의 삶의 패턴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찾아내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책을 덮고 나가서 그 순간들을 찾아 하루하루를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게 우리의 몫이다.

p.60
일은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생각될 때 작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p.92
세상엔 직접 겪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p.121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에도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by 몽테뉴

p.168
세상의 많은 일이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느냐에 비례해 성과가 난다는 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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