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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딥 -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
세스 고딘 지음, 안진환 옮김 / 재인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2014년 1월에 처음 읽고 8년이 지난 오늘 재독을 해본다. 처음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독서 습관을 잡아보고자 첫 책을 추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으로 지금까지 소장해왔다. 그러나 아직 내가 누구에게 추천해줄만한 임계치는 아니라서 추천하기가 주저되지만 책이 워낙 얇아서 완독의 즐거움을 맛볼 수있는 멋진책이다. 쉽게 짧게 씌여져 있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얇고 빈약하지는 않다. 내가 서평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얇은 책으로 서평을 쓸수 있을까 싶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짪은 글 안에서 길~~~게 펼쳐져 있다. 8년전에 읽었을 때와는 다른 곳에 밑줄을 쳤는데 아마 세월이 흐르면서 더 임팩트있게 느껴진다.
저자 세스 고딘은 21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전략가로
2020년까지 총35권의 책을 출판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고, 다이렉트 마케팅의 선두 주자 요요다인을 설립해 여러 대기업에 온라인 프로모션 기법을 전파했으며 요요다인이 야후에 합병된 후에는 야후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책 전반에서 우리가 알고 구분해야 할 것은 '딥' 과 '컬드색' 이다.
딥은 어떤 일의 시작과 그것에 숙달되는 지점 사이에 놓인 길고 지루한 과정이다. 컬드색은 '막다른 길' 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인 CUL-DE- SAC 이다.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상황이다. 딥은 견뎌내야 하고 컬드색은 포기해야 한다. 성공은 딥에서 비롯된다. 딥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와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딥은 어느 영역, 어느 분야에서나 적용되는 임계치가 아닐까싶다. 다만 이 임계치가 계속 상승곡선만 그리는건 아니라는 거다. 잘 되다가 안 될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계속 성장하지 않더라도, 속도가 나지 않더라도 그 나름대로는 더디게 쌓여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나무도 4년동안은 뿌리만 튼튼하게 하면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5년째부터는 퀀텀리프를 하게 된다. 하루하루 급성장해서 길이가 40미터까지도 자라나며 추위와 역경이 있어야만 마디가 굵어진다고 한다.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아무나 쉽게 견뎌낼 수 없으니 성공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것은 당연하다.
책에서 보여주는 예를 살펴보자.
만일 당신이 대학에서 유기 화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미 당신은 딥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학계는 뚜렷한 동기도 없이 의과 대학에 지원하려는 다수의 학생들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차단막을 설치한다. 유기 화학이야말로 그런 다수에게는 큰 걸림돌로, 심리학자의 재목과 의사의 재목을 구분하는 차단막 구실을 한다. 그러므로 유기 화학에 실패하면 의과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현대판 왕족처럼 살고 있는 그런 CEO들의 이력서를 들춰보면 그들이 그 자리에 앉기까지 25년 동안이나 딥을 견뎌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년간을 그렇게 지내 온 것이다.
이미 딥에 빠진 상태에서 포기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여정을 수포로 만드는 일이다. 여러가지 딥 중에서 교육의 딥에서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인생에서 1년 정도를 희생하는 의사는 이후 몇 십년에 걸쳐 그 보상을 받게 된다.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성공한 운동 선수들, 뮤지션들 모두 딥을 견디고 나왔을 것이다. 딥의 과정이 10년이 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화려한 결과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무명 배우가 10년, 20년 만에 정상에 오른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이 상을 받을 때 흘리는 눈물은 견뎌내 온 딥의 과정이 너무나 길고 힘겨웠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책에서 언급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딥 탈출기는 단연 최고의 성과가 아닐까. 이 책이 집필된 당시에는 딥에서 탈출하려는 모습인데 다시 지금 시점에서보면 그때도 아직 딥의 상태이다. 조 바이든은 1988년 대통령 선거를 포기했다. 그로부터 18년 후, 바이든은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비쳤다. 출마를 해서 낙선했는지 출마를 하지 않으신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나서 다시 15년 후 2021년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미국 대통령들 중에 최고령이다. 이쯤되면 딥의 최고로 가장 훌륭한 예가 아닐까.
딥과 대조되는 컬드색은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상황이다. 크게 좋아질 것도, 크게 나빠질 것도 없이 늘 그저 그런 상태이다. 장래성없이 현상태에 만족하며 시간을 보내고 그럭저럭 살아나가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이 이런 상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진정하고 싶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보다는 회사에서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 의지해서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이런 컬드색에서 빠져나오려면 남들이 쉽게 할 수없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한 가지 팁을 제공해준다. 포기할 것이냐 계속 밀고 나갈 것이냐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결정할 수 있다.
"터널 끝의 빛이 과연 딥은 고통을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코로나로 힘들었던 지난 2년. 여전히 힘든 지금, 악착같이 버티고 있을 소상공인들에게 조금만 더 버티어 보자고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만일 당신이 작은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계속해서 몇몇 고객을 만족시키고 있다면 그 사업을 계속 유지해도 좋다. 왜냐하면 그 고객들이 얼마 후 새로운 고객들을 데려다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