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맛 7작 - 제1.2회 테이스티 문학상 작품집
박지혜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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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맛 7작, 엄청난 맛들을 품은 소설들이 몰려왔다!

 

 

 

 

 

 

다양하고 맛깔스러운 일곱 가지 이야기, 테이스티 문학상 수상이 너무 당연하다!

 

 

 

 

 

 

<해피 버스데이, 3D  미역국!>
원하는 음식을 3D 푸드 프린터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된 미래.
그 때문에 사람이 직접 오는 배달음식업은 사라진다.
대신 속초 앞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선을 요리사가 바로 회 떠서 음식점으로 보내는 직종은 성행한다.
드론을 이용하면 20여 분 정도 소요되기에 음식의 신선도는 잘 유지된다.
이러한 문명의 발전은 음식점의 주방을 안드로이드 요리사에게 내주는 변화를 일으켰다.
잘 숙련된 요리사들은 오히려 재료의 원산지 주변에 상주하게 되었다.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한다면 어쩌면 원산지 주변에 상주하는 요리사들도 안드로이드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문득 인간이 무얼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는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겠구나 싶었다.
 
서른두 살 생일을 앞둔 민주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생일상을 주제로 칼럼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날로그적이고 감성이 묻어나는 생일상에 관한 칼럼.
민주는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는 상태로 자랐기에 사실, 무척 어려운 업무를 받은 셈이다.
게다가 그녀의 3D 푸드 프린터가 고장을 일으켰다.
어쨌든 겨우 잡은 직장을 넋 놓고 앉아 잃을 수는 없기에
민주는 직접 장을 봐 미역국을 끓여보지만 쓰레기통으로 직진한다.
아무리 검색해도 미역국을 파는 전문음식점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생일상을 주문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아 방문해보지만 여덟 곳 모두 실패다.


결국 맨 마지막 간 음식점이 있는 미강역 근처에 저렴한 소고기 미역국을 주문할 곳을 검색해
한 포장마차로 들어가는데, 장밀 오랜만에 보는 횟집 수족관이 있다.
손님이 찾아와도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시대, 포장마차의 주인도
늘 오던 사람이 아닌 낯선 여자의 등장에 경계하는 듯 무심한 듯 맞는다.
그곳에서 먹은 미역국은 지금까지 먹은 것들보다 맛있었지만 역시 감성을 끌어내기까지는 실패.
포장마차 주인은 20년 전 민주의 사연을 듣고는 이틀 후 생일에 다시 오라고 한다.


이틀 후, 손님들로 꽉 찬 포장마차, 그중 예약석 팻말까지 둔 채 그녀를 맞이하는 주인.
그리고 그녀는 그 옛날 먹었던 것과 똑같은 맛의 미역국을 먹게 되는데...

 

 

 

 

 

 


<비님이여 오시어>
오랜 가뭄으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사냥감 역시 씨가 말라버린다.
호랑이마저 뱃가죽이 딱 달라붙은 상황.
굶어 죽은 시체가 넘치는 혹독한 시절 와중에 역병까지 도니,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궁중의 대령숙수에서 물러나 홀로 지내던 서이담은 용의 심장을 구해 오라는 갑작스런 왕명을 받는다.
그의 동행으로는 동물과 교감한다는 청년 모량, 요즘 시대로 치자면 애니멀커뮤니케이터다.
하지만 제주의 산방산으로 향하는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역병으로 전멸한 마을을 지나고, 산길에서는 금수이길 자처하는 도적 떼와 마주치고,
제주로 가는 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느닷없이 청룡이 나타나 파도를 일으킨다.
모량의 애원에 겨우 마음을 돌린 청룡은
오히려 서이담과 모량이 탄 배가 제주에 닿을 때까지 지켜주기로 한다.
제주에 도착한 이담은 왕명을 수행하기 위해 용을 찾아 나서고
드디어 용의 심장을 얻기 위해 용과 한 판 승부를 벌이는데...

 

 

 

 

 

 


<스파게티의 이름으로, 라멘>
결혼하라는 주변의 압박과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경제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계약결혼'이라는 황당한 생각을 꾸민 남자 앞에 나타난 교포2세 여성 스테파니.
그녀가 내건 한 가지 조건은 스파게티교도인 자신의 종교를 존중해달라는 것이었다.
잠시 기묘하고도 행복한 신혼생활이 이어지고 남자는 점점 스테파니에게 향하는 마음을 깨닫는다.
그는 드디어 스테파니에게 정식으로 청혼하기로 마음을 굳히는데, 갑자기 그녀가 종적을 감춘다.
그녀의 부모와 통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없는 번호, 그녀가 집에서 가져간 것이라곤
그가 그녀에게 선물해준 요리책에 요리 도구들 뿐이었다.
결국 남자는 20대 초반의 고졸 비혼 여성이자
가업을 이은 탐정 전일도에게 스테파니를 찾아달라고 의뢰하는데...

 

 

 

 

 

 

 

 

 

 

음식 테마 장르소설 공모전인 테이스티 문학상 수상작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테이스티 문학상의 제1회 주제는 '고기', 제2회 주제는 '면'이었다.
위에 소개한 세 편 외에도 일제 강점기의 냉면 가게를 둘러싼 살인 미스터리 <류엽면옥>,
비밀스러운 본업을 둔 국숫집 주인과 제자의 관계를 다룬 <하던 가닥>,
라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귀신에게
라면을 공양하는 군인의 에피소드를 그린 <군대 귀신과 라면 제삿밥>,
커리 가게로 바뀐 고서점에서 인도 커리의 깊은 맛에 취한 '나'에게
수상한 이야기를 꺼내는 <커리우먼>까지
정말 다양한 맛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 참 재밌게 읽었다.
음식이라는 주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발상과 전개에서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일곱 작가들의 건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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