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야
얀네 텔러 지음, 정회성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아니야-아이들의 잔혹한 놀이가 시작되었다

 

 

 

 

 


열네 살의 어느 날,
이 세상에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안톤은
교실 문을 박차고 학교 밖으로 나간다.
그는 학교에 가는 길목에 있는 자두나무 위에 앉아
아이들에게 자두 열매를 던지며 묻는다.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왜 모두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지...

 

 

 

 

 

 


무언가 되고 싶고, 동경하는 누군가처럼 되고 싶었던 아이들은
안톤의 질문에 자신들의 미래가 모욕당한 기분을 느끼고는
의미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기로 결의한다.
이 결의는 차라리 없었어야 했다.
그들은 빔 목공소 건물에 각자에게 의미 있는 물건들을 쌓아 올리기 시작한다.
이는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의 감정이 점점 고조되어갔고
점차 잔혹한 모양새를 갖추더니
급기야 방향을 잃고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데니스의 ≪던전 앤 드래곤≫
세바스티안의 낚싯줄
리샤르트의 검은색 축구공
로라의 아프리카 앵무새 모양 귀고리
아그네스의 초록색 샌들
게르다의 햄스터 오스카리톨
마이켄이 2년 동안 돈을 모아 마련한 천체망원경
프레데리크의 덴마크 국기 단네브로그
윌리엄의 자물쇠가 잠긴 가죽 일기장
안나의 입양증명서
잉그리드의 새 목발
헨리크가 생물실험실에서 훔쳐온 포르말린 속에 잠긴 뱀
오토의 복싱 글러브
엘리제의 죽은 어린 동생 에밀의 관
마리의 파란색 머리카락
후세인의 빨강, 파랑, 회색 무늬가 조화를 이룬 부드럽고 섬세한 기도 방석
한스의 형광빛 노란색 자전거
소피의 순결
신앙심 깊은 카알이 다니는 교회의 예수상
로사가 자른 떠돌이 개 신데렐라의 머리
요한의 손가락
결국 안톤의...

 

 

 

 


자신들을 모욕한 친구에게 의미의 존재를 보여주고자 했던 순수한 의도는
어느새 서로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빼앗으려는 잔인한 행동으로 번지고
부조리한 규칙 속에서 본래의 의도를 한참 벗어난 채
죄책감마저 덮어버린다.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린 그날, 소피가 소중한 것을 내놓은 그날 이후로
아이들의 슬래잡기는 걷잡을 수 없이 잔혹해진다.
악몽 같은 그날 이후 소피는 분노에 휩싸여 모두를 쥐고 흔드는 존재감을 뽐낸다.
이후 소피의 주도 하에 의미 있는 물건 더미를 완성해낸 아이들.
안톤은 그들이 내세운 의미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무 아래로 내려올까?

 

 

 

 

 

 

 

 

 

과연 열네 살 아이들의 이야기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잔혹해지는 아이들.
급기야 사건으로 발전되어버린 이 이야기 앞에서
나는 정말 망연자실했다.
결말마저 경악스럽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적 고민과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정서가 만나
결국 어마어마한 사건을 일으키고 은폐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요즘 청소년들의 가치관 상실과 사회적 혼란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이 덴마크에서 최고의 상으로 선정되어 <덴마크 문화부상>을 받은 이유,
미국에서 <프린츠 어워드 어너 북> 상을 받을 이유!
청소년기 아이들의 천진함과 잔혹함이라는 이중성이
너무 담담하고 세밀하게 잘 드러나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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