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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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상 수상작 청소년 교양도서, 우린 괜찮아

 

 

 

 

 

우리가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 부디 그럴 수 있기를.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아 학교 기숙사가 문을 닫는 동안에도 마린은 기숙사에 남아 있어야 한다. 마린은 딱히 갈 곳이 없다. 엄마는 마린이 어렸을 때 서핑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마린을 길러준 할아버지는 얼마 전 물에 빠져 돌아가셨다. 마린은 할아버지가 남긴 약간의 재산을 가지고 도망치듯 샌프란시스코를 떠난다. 그녀가 떠날 때 지금까지 그녀와 연결되어 있던 모든 것과의 이별도 병행되었다. 단짝 친구였던 메이블과도 이별이었다. 그래서였다, 마린이 메이블의 문자 수백 통에도 전혀 답장하지 않은 것은. 키스 연습을 핑계로 위스키를 들이켜고 서로를 향했던 마음을 감췄던 사춘기 소녀 시절에 대한, 모든 게 위스키 탓이었던 그날에 대한, 서로의 살갗에 대한 이별이었다.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일어난 일들은...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나는 문득 사람들에겐 시간이 각기 다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흘긋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우리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니나 라쿠르의 퀴어소설 "우린 괜찮아"에서는 전개되는 세월 내내 흐르는 마린의 감정 흐름, 사고로 떠나 보내야 했던 딸과 그녀의 딸을 키우며 과거에 갇힌 채 살았던 할아버지의 감정, <두 명의 프리다> 그림 속 서로 연결된 손이 주는 감정 등 수많은 감정이 만나고 교차되고 헤어진다.
할아버지와 마린은 자신에게 닥친 일을 부인한 채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는 아닌지 사실은 서로를 진짜로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속 두려움과 외로움이 행여 밖으로 드러날까 조바심하느라 더욱 스스로의 삶을 옭아맨다. 자신들이 스스로에게서 벗어나 행복해지려는 것을 몹시 바라지만 스스로 거부하느라 서로의 공간에도 절대 발을 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그 두 사람에게 결국 함께 있지만 단절을 낳았고 단절됨으로써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으며 서로에게 절대 기댈 수 없는 딱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둔 채 살게 했다.
게다가 숨겨진 또 하나의 이야기, 마린과 메이블의 우정과 단절로 인한 슬픔과 감춰져야만 했던 로맨스는 '충동적이지만 결코 잘못은 아니었던' 추억으로 되살아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마린에게 주위에선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마린의 몫.

 

 

 

때론 참 힘든 일이야.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안다는 건.

 

 

 

그녀의 선택이 무엇이든 간에 변함 없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어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니나 라쿠르의 청소년문학 "우린 괜찮아". 성적 성향을 소재로 삼아서 읽기 망설여졌지만 딱히 퀴어소설적 요소가 마구 드러나지도 않아 읽기 불편하지 않았다.
여기에 니나 라쿠르의 문장이 주는 힘이랄까, 사춘기를 지나는 소녀의 감정답게 확정된 듯 확정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다가 때론 강단 있게 흐르니 내 사춘기 시절의 감정도 문득 회상하기에 이른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프린츠상을 수상한 영어덜트 소설,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소녀의 성장소설 "우린 괜찮아"이다.

 

든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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