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길들이기
리 앨런 듀가킨.류드밀라 트루트 지음, 서민아 옮김 / 필로소픽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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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여우 길들이기, 여우의 가축화를 꿈꾸다

 

 

 

 

동물 진화 실험, 늑대가 개로 진화한 과정을 재현해내다!

 

 

 

 

 


니나 소로키나는 30대 중반에 중요한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오를 만큼
지적이고 열성적인 사람이었다.
드미트리 벨라예프는 은여우를 가축화하려는 계획을 니나에게 말했다.
니나는 일부 여우들에게서 사람이 다가가면 매우 얌전해지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기에
드미트리가 이 실험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비밀 유지를 강조할 때
망설이지 않고 냉큼 받아들인다.

드미트리는 이제 식물 탐험가 니콜라이의 연구를 기반 삼아
동물의 추리력과 동물 행동 진화를 연구한 크루신스키,
동물행동학을 교육받은 류드밀라 트루트와 함께
겨울온도 영하 40도가 일상인 시베리아 여우농장에서
순한 은여우들만을 골라 계속 교배시키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은여우 모피 생산량 확대라는 위장된 대외적 목적 아래서 시작된
여우 가축화 프로젝트였다.

 

당시 소련에서는 스탈린의 지지를 받던 트로핌 리젠코가
유전학 연구를 맹렬히 반대하고 있었기에
드미트리의 계획은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이후 많은 과학자가 이 연구에 속속 동참했지만
그들이 놀라운 성과를 얻기 전까지 모든 게 비밀에 부쳐졌다.

 

 

 

 

 

 

은여우는 붉은여우의 특별종으로 포식자에게 몰리지 않는 한 공격적이지 않다.
선천적으로 인간과 멀리 떨어져 지내길 선호하고
잡식동물이며 늑대처럼 무리를 지어 사냥하거나 생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갇혀 지내는 여우들은 주위를 무척 경계했고 사납게 으르렁댔기에
연구원들은 천천히 접근해야 했고 반드시 장갑을 착용하고 천천히 행동해야 했다.

 

그리고 은여우 교배 6세대 만에 여우들에게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
꼬리가 위로 말리고, 귀가 접히며, 얼룩무늬털을 가진 새끼가 태어나는 등
이른바 가축화된 동물의 외형적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꼬리를 흔들고, 애교를 부리고, 인간과 동거하면서 집 주변을 경계하고,
심지어 낯선 이를 향해 짖는 여우도 나타났다.
'여우도 개처럼 길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비로소 증명된 것이다.

 

인간의 진화가 개, 염소, 양, 소, 돼지의 가축화 과정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과정을 밟았을지 모른다는 의견은
아무래도 도발적이었다.
우리 인간이 정말 본질적으로 가축화된 유인원이란 말인가?

 

 

 

 

 

 

 

 

 

 


유전학계를 뒤흔들 정도로 큰 충격을 던져준 40년 전의 실험을,
은여우 가축화 실험에 얽힌 이야기를 속속들이 소개한 책이다.
소설인 줄 알고 선택한 책이었음을 고백한다.
등장하는 유전학자들 이름이 때로는 이름으로 때로는 성으로 나와
'두 사람인가?' 하는 착각 때문에 뒤로 넘어가지 못하고 앞 부분을 두 번 더 읽었다.


과학을 위해서라면 합시다.


드미트리로서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결과를 볼 수 있는 프로젝트라 여기지 않았지만
몇십 년 만에 결국 가축화의 중요한 특징들이 은여우에게서 나타났다.
이 성과가 서방에 알려지자 유전학계는 엄청나게 들썩였고,
냉전 때문에 막혀 있던 서방세계와 소련 과학계 간의 교류에 물꼬가 트이기도 했다.
과학을 위한 실험에 온갖 탄압과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역경에 굴하지 않고 똘똘 뭉친 연구소 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이끌어낸
커다란 과학적 성취,
그 위대한 실험을 만나게 해준 책 ≪은여우 길들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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