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때로는 큰 상처를 남긴다. 어린 시절 부모의 불화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부모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 과장하면 1년에 360일을 저녁마다 싸웠다. 밥상이 날아다녀서 저녁을 굶는 경우도 자주 있었고, 불똥이 아이들에게 튀어서 여러 번 대문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마음에도 분노와 슬픔이 맺혔다. 나는 커서 저러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어린 아이의 심정을 부모들은 몰랐을까?

 

친구들과 만나는 저녁자리에서 아이들 교육문제와 부부문제는 단골 주제다. 한 친구는 부부 사이에 아이들 학원문제와 학교성적 얘기로 시작했다가 결국은 대판 큰 말다툼으로 끝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의 성적으로 유발된 문제가 결국은 경제적인 문제와 부부의 직업문제로 비화되었다고 한다. 이 부부는 이 문제로 갈등을 일으켜 석 달 동안 관계가 소원해져 지금도 서먹서먹하다고 한다. 이들이 대화의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외벌이를 하는 한 친구는 자신의 부인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에 큰 불만이 있다. 아이들은 커가고 들어갈 돈의 용처는 늘어나는데 벌이는 시원찮으니 친구의 불만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이 부부는 이 문제로 많은 대화를 했으나 늘 대답은 한가지였다고 한다. 돈은 남자가, 살림은 여자가 하여야 한다는 부인의 대답에 이들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부부는 한때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할 뻔했다. 결혼 20년차인 이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화해를 하고 현재는 부부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다.

 

 

 

#2.

가족해체란 말은 서늘하고 씁쓸하다. 가족과 해체는 결부되어서는 안 되는 단어의 조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많은 이들이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서로 가족이 된다. 그 가족의 삶에 여러 사건과 사고와 갈등이 개입되면서 작은 틈을 만든다. 대부분의 틈은 일시적이거나 다시 봉합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어쩌다 더 큰 균열을 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이때 가족은 해체된다.

 

요즘은 가정 내에서 길을 잃는 가족이 많다. 부모나 아이를 가리지 않고 정상적인 가정의 틀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 그 이유는 사회경제적인 이유, 가족 간의 정서적 불일치, 가족의 역할부족 등 다양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는 아빠,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 다른 누군가와 비교당하며 무시당하는 가족 모두가 길을 잃은 가족의 문제다.

 

일본에서 ‘가족이라는 병(시모주 아키코 지음)’이라는 책이 큰 유행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사랑의 결합체라고 하는 가족이 때로는 가장 심한 고통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실증으로 밝히고 있다. 비단 일본사회에서 벌어지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치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사회도 많은 가정이 ‘가족이라는 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가끔씩 다툼이 있는 우리 집은 어떨까?

 

 

#3.

가족이 원하지 않는 병적인 징후에서 멀어지려면 어떠해야 할까? 어쩌면 이 문제의 해답은 간단(?)할 수 있다. 가족의 구성원인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정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정의 기초를 건실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가정의 구성원 중 부모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왜냐하면 부모는 가정을 꾸리는 첫 번째 구성원이며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는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부모가 어떻게 설계를 하고 기초공사를 통해 튼튼한 뼈대를 세우는가가 그 뒤의 가정의 성패를 결정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는가?

 

결혼식장에 보면 주례 선생님이 신랑신부에게 묻는다. 서로 사랑하고 믿고 존경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라고. 대부분 너무 당연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신혼여행부터 싸우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우리가 쌓아 올려야 할 기초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특히 부모가 되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가정을 이루기 전에(혹은 이룬 후에도) 스스로 질문할 필요가 있다. 내가 바람직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가? 바람직한 부모의 자격에 부합할 수 있는가? 가정을 이루고 나서도 가정 내에서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가? 내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좋은 배우자이며 부모인가를 계속적으로 질문하여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부부가, 때로는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얘기를 나눌 때 그 가족은 ‘가족이라는 병’의 바이러스로부터 면역력이 생기지 않을까?

 

흔히들 문제 아이 뒤에 문제 부모가 있다고 한다. 살다보면 이 얘기가 거짓말이 아님을 안다. 부모들에게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상처가 아이에게 대물림이 되지 않도록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가진 과거의 상처가 많을수록 부모로서의 역할이 버거울 수가 있다. 부모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한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가정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역할에 균형 잡힌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철이 든 부모, 더 어른스러운 부모일수록 그 가정의 아이들은 상처 없이 잘 자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과연,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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