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회’를 가장 많이 남기는 법(法)은 어떤 법일까?

 

물권 채권 등 재산관계를 다루고 친족 상속에 관한 내용을 규정한 민법일까?

채무를 줄이고 채권을 늘렸으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텐데. 가족에게 잘했다면 이혼하지 않았을 테고, 부모에게 좀 더 잘했으면 상속재산이 많았을 텐데. 하면서 후회하는.

 

아니면 일정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면 특정 범죄에 속하는 형법일까?

아! 그 순간 범죄에 관한 충동(고의)을 참지 못한 내가 바보지. 이제 와서 후회해서 무슨 소용일까? 하면서 후회하는.

 

좀 더 영민한 누군가는 국가의 기본질서,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를 구성하는 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말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다음 생에는 헬조선에서 태어나지 말아야지. 하면서 후회하는.

 

아이러니하게도, 후회를 가장 많이 남기는 법은 후회의 전제가 되는 ‘가정법’이 아닐까?

 

 

#2.

가정법은 “만약 내가 ~ 어떻게 ~ 한다면” 어떨까 하는 문제이다. 누군가는 불확실한 미래를 알고 싶어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과거의 선택과 기억을 바꾸고 싶어 한다. 그렇다. 가정법은 불만 가득한 오늘로부터 온다.

 

만약, 내일 모레를 안다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까?

내가 어제 그제로 돌아간다면 그때 어떻게 내일 모레를 준비할까?

 

하지만 내일을 알 수 있을까, 어제를 바꿀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의 가능성도 없다. 가끔 영화 속에서 소재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직 미래나 과거로 이동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오늘은 어제 한 선택의 결과이고, 내일은 오늘 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결국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늘밖에 없지 않을까?

 

수많은 가정법은 오늘이라는 현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실제로 가장 쉬운 것은 어제나 내일을 바꾸기보다는 오늘 당장 변화하는 것이다.

 

일요일의 내가 토요일 오후로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로또 구입일까?

아니면, 토요일 저녁 말다툼 때문에 일요일까지 썰렁했던 아내를 배려하는 일일까?

 

어느 누구도 절대적으로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신의 행동과 현재에 끊임없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 실존주의 철학자들마저도. 그들도 수많은 선택의 결과를 후회했을 것이다.

 

가정법은 현재의 불만을 동기로 하여 오히려 지금을 더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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