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가장 큰 기다림은 방학이었다. 소풍에 대한 기대는 어린 초등학생의 몫이지만 방학이란 말은 스무 살이 넘은 대학생들도 기다린다. 아이들이 방학했다는 말을 했을 때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성적표, 선행학습, 스키, 점심밥, 시골 할머니, 가족여행, 방학계획 그 밖에 존재하는 무수한 말들 중 첫 번째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의 점심밥을 걱정한다. 학교급식을 할 때는 편했는데 엄마가 출근한 뒤 아이들의 점심은 엄마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아빠들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개인적으로 먼저 떠오른 단어는 방학계획과 시골 할머니다. 우리 아이들은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중요한 방학숙제로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1주일 이상을 시골에 자기들끼리 머무른다. 할머니가 해주시는 여러 음식을 맛보고 아파트에 둘러싸인 서울 생활에서 벗어나 시골생활을 즐긴다.

 

방학이라는 말을 듣고서 떠오른 단어로 좋은 부모와 그렇지 않는 부모를 구분할 수 있을까? 어떤 부모들은 성적표가 먼저 떠오를 수 있고, 또 다른 부모들은 학기 중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선행학습을 하는 시기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단적인 질문으로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판단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다. 굳이 기준을 정한다면 그 것은 부모들의 생각과 행동을 느끼는 아이들의 몫이다. 방학은 오롯이 아이들 자신들의 것이므로.

 

부모가 아이들 대신 방학계획을 세우고 세부지침을 만들고 아이들을 따르게 할 수도 있다. 실제 많은 부모들이 그러할 것이다. 어쩌면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사교육 시장에서는(또는 많은 부모들은) 방학을 선행학습의 최적기로 생각한다. 초등 4학년 애들에게는 중1 과정을 중1들에게는 고1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이야기가 들린다. 과연 무슨 근거로 어떠한 믿음에서 그러한지 궁금하다.

 

애당초 방학은 부모의 것이 아니다. 방학(放學)의 사전식 풀이는 일정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것이다. 삼십년 전의 대부분의 방학은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방학이었다. 현재의 방학은 단지 학교수업을 쉴 뿐이고 학교교실에서 학원교실로의 이전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요즘 아이들에게 방학은 없는 것이다. 학기 중 휴일도 보충학습으로 채워지고, 방학은 선행학습 더하기 보충학습으로 채워진다. 이런 방학이 숨 막히지는 않는가?

 

방학이 되면 적어도 수업을 하거나 공부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물러날 필요는 있다. 부모에게 쉼이 필요하듯이 아이들에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 대한 선택 또한 부모가 해서는 안 되고 아이들이 하여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 세우는 방학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늦잠의 여유와 교실로부터의 해방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 공부든 그 무엇이던 간에 부족한 그 무언가를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방학이다. 우리들이 어릴 때 그랬다.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기는 하지만.

 

방학은 말 그대로 자유의 시간이다. 부모들이여,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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