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해질녘 저 너머에 커다란 눈이 나를 바라본다

거친 호흡은 온통 불붙은 억새밭이다

그 시선이 붉은 산 빛을 담고 강의 온기를 머금은 채

다가서면 차마 바라보지 못할 흰 소의 눈망울

우시장이 서기 전날, 그 두려운 밤에

뒷걸음치며 손길을 거부하던 물기어린 눈동자

멀리 드문드문 별빛을 응시하던 어찌할 수 없는 몸부림

마지막을 고하는 듯 숨소리가 잦아들고,

불그스레한 소의 눈망울이 말갛게 사그라지더니

이제야 어머니의 야윈 몸과 사위어진 눈동자가

어리고 여린 별빛으로 돋아난다

소의 눈망울이, 아니 어머니의 눈물이 잉태한

작은 별바라기가 서쪽하늘에서 조각달과 새로이 자란다

별은, 아 별빛은 노을이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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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보기란 참 어렵습니다. 바빠서. 

일설에 의하면 농촌지역보다 도시지역의 노을이 더 그럴듯하다고 합니다. 온갖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결합된 먼지구름이 노을의 때깔을 이쁘게 한다는...

 

토요일 오후 아내와 함께 아차산과 용마산에 올랐습니다.

모처럼 가을하늘은 맑았고, 산등성마다 사람들은 붐볐습니다.

해돋이를 잘 볼 수 있는 곳에서는 저녁노을도 장관입니다.

한강과 김포 저 너머로 떨어지는 붉은 눈망울을 보다보면 괜스레 짠해집니다. 팍팍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하루의 삶이....

 

허전한 속내를 달래기 위해 서둘러 막걸리 집으로 향했습니다.

노을이 낳은 별빛 몇 자락이 우리를 바라봅니다. 그 옆 초승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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