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착한 사람의 변명

 

어느 시인이 말했지

곡선이 이기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아하게 돌아갔다

아주 많이 늦었다

 

어느 교수가 말했지

흔들려야 청춘이라고

그래서 수없이 흔들렸다

없는 멀미가 생겼다

 

어느 스님이 말했지

멈추면 비로소 보일 것이라고

그래서 오랫동안 멈추었다

앞서가는 이들의 뒷모습만 보였다

 

다른 어느 교수가 말했지

노는 만큼 성공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열심히 놀았다

계속 놀 것 같다

 

어느 정치인이 말했지

저녁이 있는 삶을 살라고

그래서 일찍 들어갔다

가족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어느 이상한 정치인이 말했지

모든 것을 주어야 한다고

그래서 무엇을 줄 것인지 생각했다

줄게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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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합니다.

이 세상은 말 잘하는 사람들의 세상이라고

착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믿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었으므로

하지만 그들의 믿음만큼 세상은 순진하거나 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말 속에 숨은 진실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아니 진실을 찾아낼 수 없었기에

착한 사람들은 자기를 위한 변명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역사교과서를 핑계로 역사를 바꾸고자 합니다.

아무리 착한 사람들일지라도 이 말만큼은 믿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변명이 필요하지 않는 믿음과 선택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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