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다녀오던 용인의 어느 길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보았다.

찢어진 심장과 눈물만 남은 그들의 고독을 보았다.

삼보일배를 하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걷고 있는 그들의 의지를 보았다.

노란 깃발은 더위와 무관심에 지치고,

하루의 생을 다한 석양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어떤 위로가 이들의 눈물을 거둘 수 있을까.

순례의 길도 구도의 길도 아닌 천릿길을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헤치고 걸어왔을까.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그들의 얼굴에서 깊은 슬픔을 본다.

한걸음 한걸음이 그들이 뿌려낸 눈물인 것을

지나가는 행인에게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서럽게 멍드는 것은 유가족과 행인의 가슴뿐만이 아니기에

이들과 노을 그 어느 것에도 눈을 마주치치 못한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가진 것은 우리 모두의 업일진대

유독 이들만 길을 걷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우리 모두는 이들에게 희망이어야 한다.

이들이 걷고 있는 길 위의 절망과 부조리한 눈초리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고 안아주어야 한다.

이들이 곧 우리이고,

이들의 아이들이 곧 우리의 아이들이므로.

영혼이 없는 밥을 먹고 살아가는 하루는

인간의 삶이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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