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귀가
별은 별빛보다 먼저 흔들린다
낯선 눈빛의 의뭉과 먼 이웃들의 살내음
사이에 술잔 하나가 둘이 되어 기울고
뒤섞이는 것들은 미지의 꽃으로 흐드러진다
만원지하철에서 밀려나온 듯, 책갈피가
소매에 붙어서 하루를 넘기고 있다
안과 밖으로 분열된 난독의 시간은
소통불능의 주파수 사이를 왕래하는
뫼비우스의 띠, 너와 나의 경계는 없다
피로의 밀도는 농염한 어둠을 닮아가고
작은 바람에도 별빛처럼 흐려진다
누군가의 얼굴을 적어 넣은 수첩은
삼생(三生) 윤회의 고리를 진술하고
소멸된 기억은 자기고백의 수고를 던다
발효의 시간을 지나 익어가는 어깨를
일으키는 두 개의 손. 통금서약을 펼친 아이들이
네모난 창가에 폐기된 계약서를 걸고 있다
어느 각진 바람에 찔린 외눈 가로등이
대신 붉은 눈물을 뿌리고 있다. 저녁은
준비된 이야기를 거리에 내놓고, 하루를 거래한
자들의 수금전표에 ‘귀가’를 표기한다. 골목
어귀에 우리 아이가 풀어놓은 한낮의 그림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있다. 달빛도 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