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력

 

짙은 어둠이 가신 뒤에는

아프도록 가는 실눈을 뜨기 위해 내 몸을 깎는다

지난한 탈고의 시간

뒤돌아보는 감정의 표면은 결이 없다

 

말간 눈동자는 절정이 남긴 그늘 아래에 있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드러날 때까지

주술에 걸린 인간의 비루를 들추지 않을 것이다

가끔 붉게 물든 눈시울이 불온하지만

누군가를 식혀줄 바람이 비구름을 몰아오고 있다

어둠이 씨줄 낙엽을 떨구고 달력을 넘길 때쯤

내 눈은 다시 초점을 맞추기 위해 부풀어 오른다

 

고요가 담긴 맑은 눈빛, 저의가 무엇이든

축원의 기도가 바다를 배부르게 한다

포만의 바다가 살의(殺意)를 부른다는 전설이 내려오지만

나를 우러르는 늑대의 울음은 구속의 사슬에 얽매인 지 오래다

인간의 절기(節氣)가 때때로 나를 반기고

그 중 몇 개는 명절의 이름으로 밥상을 올린다

 

등 뒤의 시샘으로 어둠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내지만

때로는 날선 시선을 피해 한낮에도 하루의 생을 산다

오가며 새벽 정화수에 몸을 담그거나

이른 저녁 감나무 가지에 앉을 때도 있다

나의 변신은 빛과 거대한 땅의 시간에 따르고

어쩌다 후광이 나를 삼키거나 내가 후광을 베어 물었을 땐

인간 세상엔 기적이 인다

--------------------------------------

 

아이들은 달은 좋아합니다. 그 모양이 신기해서죠. 어느 순간에는 하늘에서 사라지기도 하고요. 차오르고 기우는 마법이 바다에 여성에게 누군가의 영감에 영향을 줍니다.

 

퇴근길에 막내아이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았던 초승달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아이는 누군가의 눈썹같다고 깔깔깔 웃습니다. 잔뜩 부풀어오른 시점에도 토끼는 보이지 않지만 둥글어진 마음을 가진 누군가는 편지를 쓰고 기도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세상엔 기적이 필요합니다. 돌아오라는 간절한 기도가 통하고,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겐 희망과 용기가 솟아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 모두에게, 오늘 하루의 삶이 기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