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살아가는 동안

마르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절망의 사월

내가 살아갈 이유와

하루의 삶과 희망이

오롯이 너로 인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체념의 오월

앞뜰의 장미는

어미 새의 눈동자처럼 붉기만 하다

 

살아가는 동안

가슴에 묻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서러운 봄날

지독히도 헛된 바람이

팽목항에 노랗게 피어나고

주인을 잃어버린 기타와

닳지 않을 새 운동화, 만이

분노의 바다를 향할 때

믿음 없는 인간 세상엔 장미가 목을 꺾는다

 

문득, 다시금

학교에서 돌아오는

네 발자국 소리가 들릴 것 같아

라면을 달라고

식탁에서 투정을 부릴 것 같아

네 방문 앞에서 서성거려보지만

이제는 부를 수 없는

영원한 나의 십팔번

우리 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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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 딸이 어제 수학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작년, 오늘 수학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평범한 일상이 절망의 나날로 변해버린 비통한 부모의 심정을 생각해봅니다.

우리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하루가 있다면 바로 4. 16일입니다.  

 

 

그저 자식이었다가 부모가 되면 누구나 자신의 부모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부모님들, 아이를 낳아 키우는 하루하루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첫 아이와의 만남을 떠올려봅니다. 설레이고 감동적인 그 순간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이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와서 아빠를 눈물 나게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팽목항을 노랗게 물들이던 수많은 발걸음을 기억합니다. 노란 리본이 그렇게 간절한 희망의 상징인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세월호에는 아직 ‘사람’이 있다는 처절한 외침에 눈물샘이 마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투정부리던 아이를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했던 못난 순간을 후회합니다. 오늘은 하늘도 서러운가봅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를 대신해 마지막 편지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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