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다

 

모퉁이를 돌아본 사람은 안다

아쉬움에 대한 응시는

장미넝쿨 저 너머에

두고두고 가시로 남는 법

내 상처를 남기고 가거나

네 상처를 가져가더라도

늘 그렇듯이, 삶의 경계는

순간 모퉁이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돌아선 다음에야 아는 것임을

 

모퉁이를 돌아본 사람은 안다

뻥 뚫린 것은 가슴이 아니라

그저 삶이고 하루라는 것을

돌아오지 못하거나

돌아보지 못하거나

혹은 애처로운 부름에 답할 수 없음에

흐르는 강물을 놓친 것처럼

햇살을 잃은 봄날에

가는 꽃잎으로 날리는 것임을

 

모퉁이를 돌아본 사람은 안다

별빛 담장아래에서

툭 터지듯 기다려지는 것이

편지나 전화 따위가 아닌

생각만으로도 그려지는

너의 잰 발걸음이라는 것을

거슬러 오르는 뜨거운 몸부림 속에

작약을 탐하는 달빛처럼

조금씩 다가오는 거미의 마음인 것임을

 

나는 어느 모퉁이에서

삶과 이별에 관한 질문을 던질까

 

모퉁이를 돌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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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큰 대로를 걷더라도 반드시 모퉁이가 있습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역에 닫기 위해 여러 모퉁이를 돌아 나옵니다. 세탁소와 반찬가게와 치킨집이 있는 사거리를 지나면서 우리는 여러 모퉁이를 지나옵니다.

 

살다보면 직선으로 혹은 큰 원을 그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더라도 역시 모퉁이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 모퉁이가 전환점이거나 변곡점이거나 마주하는 이유가 어찌되었건 간에. 하루에 벌어지는 많은 선택과 갈등도 이 모퉁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길을 가던 우리에게 모퉁이는 운명이거나 필연입니다. 삶을 한참을 살아낸 후에야 우리가 지나친 모퉁이에 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소한 길 찾기부터 우리네 인생행로까지 많은 결정과 경계에 늘 모퉁이가 있었다는 것을.

 

때로는 길을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아픈 이별을 남겨두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중요한 결단의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이라는 모퉁이를 돌면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우리의 삶에 관해서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모퉁이를 제대로 돌아본 사람만 알고, 모퉁이를 돌아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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