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산 그림자 잠들어 고요하다

산문 밖 어미를 찾아 헤매는

노루울음은 어제의 절망을 꾸짖고

새벽 네 시는 홀로 깨어나

미련에 휩싸인 홑이불을 헤집는다

맑은 울음으로 침묵을 깨뜨린 종소리는

면벽한 노승의 손끝에 적시어오고

정적에 갇힌 어둠의 시간은 물비늘을

내려놓고 염주 속으로 적멸해간다

목어에 울림의 경()을 풀어놓은

솔바람은 떨어지는 별빛에

귀를 기울이고, 선방의 창문은

죽비소리에 서둘러 불을 밝힌다

무위(無爲)를 향해 거듭 무릎을 꺾던

108배는 여운에 겨워 눈뜨지 못하고

솔향에 연잎밥 느리게 물 말은 발우공양은

검은콩 밥알 한 알 한 알에

아프게 잊혀 간 전생의 사랑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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