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이 나라를 떠다니는 부조리에 대한 의문, 부정의에 대한 항의, 진실은폐에 대한 거듭된 질문을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

 

격동의 세월을 살면서도 참된 삶에 관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패거리 정치꾼들의 놀음판에 말이 되어 늘 망각의 강을 건너는 우리의 과오를 기억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꾸는 미래를 제시하기 못하고 숨 막히는 입시교실에 가둔 어설픈 어른들을 기억해야 한다. 개살구에 불과한 성장과 성과를 위해 도도한 강을 뒤엎고, 생태보고인 습지와 갯벌을 없애는 무지몽매함을 기억해야 한다.

 

국가와 권력을 사적으로 활용하고, 국민과 시민사회와 공적 구성원들을 이간질시키고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철학 없는 위정자를 기억해야 한다. 1%의 기업집단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99% 국민의 생존권을 과감히 내던지는 무모한 정책결정자를 기억해야 한다. 꽃 같은 아이들과 국민들을 사지에 몰아넣고도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던 우유부단한 한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독재의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아직 독재의 나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간 누군가는 이 나라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렸지만, 다시 등장한 누군가는 새로이 돋아난 싹을 짓밟고 독재의 망령을 부활시키고 있다. 그동안 변한 것은 설탕과 밀가루에 대한 숭배에서 벗어났지만, 결국 햄버거와 커피의 숭배에 빠져버린 우리 국민들이다. 독재의 시대에 독과점의 지위를 부여받았던 기업 자본은 지금은 거대자본이 되어 국가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국민을 좀먹고 있다.

 

11월의 하늘은 시리도록 청명하지만,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우리의 반복되는 온정주의와 대책 없는 망각에 분노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사유화된 권력에 분노해야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유령에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잡혀버린 영혼 없는 권력자에 분노해야 한다. 이들 권력에 빌붙은 좀비 같은 추종자들과 그들의 허언에 분노해야 한다. 이들에게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부여한 우리의 어리석은 선택에 분노해야 한다.

 

비좁은 교실에서 시험기계가 되어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교육현실에 분노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복지를 하향평준화 시키는 후안무치한 결정에 분노해야한다. 세대 간의 단절과 국가 구성원의 분열을 책동하는 보이지 않는 아주 나쁜 손에 분노해야한다. 정치실험이라는 이유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국부를 헛되게 낭비한 삽자루 정신에 분노해야 한다. 개그프로의 닥치고와 같이 계속된 망각에 희화화된 우리의 현실에 분노해야 한다.

 

누군가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맨몸으로 부당함을 표현해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반복되는 질문에 침묵하는 거짓됨에 분노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거대한 망각에 분노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