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꽃

 

흩어지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호명(呼名)

속삭임의 진원은 멀지 않다

잊혀진 그 꽃

가시에 찔리면 눈멀고

향기에 찔리면 가슴이 먼다, 는 꽃말이 있는

 

하여, 부름을 받지 못해 봄밤에 홀로 피고

낮달이 있는 어느 하루를 겉돌며

어둠의 귀가 닫혀 스스로 지지도 못하는

 

필연의 낙화를 예감하지 못한 채

누가 가슴으로 낳았을까

저 분분하게 붉은, 불러야 할 이름의 꽃

 

이름으로 잊혀진 것들은

부름으로, 부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생이 지나도 피고 지는 소란은 남는 법

향을 남기는 숙명은 바람의 호흡에 흔들리고

기억으로 유전되는 법. 흔들리자, 흔들리자

 

다시 부를까, 잊혀진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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