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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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은 대서양에 닿아 있는 작은 항구도시의 이름이다. 웬만한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을 세상의 끝이라고 여기고 사는데, 인구가 적고 외지인도 거의 드나들지 않는 이곳에, 5월 중순이 되면 그나마 북적대는 광경이 펼쳐진다. 바로 일주일간의 축제가 열리기 때문..

그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특별한 놀이가 있다. 바로 높은 나무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일..

성난 바다를 달래기 위해 희생자를 바다 한가운데 빠뜨려 제물로 바치던 의식이 성행하던 시절 사람들에게는, 그 제물이 바닷속 궁전에 들어가 산다는 믿음이 있었다지만, 그 미개한 의식이 폐지된 후에는 제비를 뽑았고, 지금은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관광객도 가리지 않고 뛰어내리는 놀이가 되어 있다. 그때 그 뛰어내리던 희생자들을 '파다'라 명명했고, 아직까지도 뛰어내리는 자들을 '파다'라고 부른다.

순화된 형태의 바다를 달래는 일, 인신 공양의 풍속을 놀이로 받아들여 '파다'를 자처하는 것은 '뛰어내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중수는'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J'로부터 특단의 처방을 받는다.

'하지 않던 일을 하고, 가지 않던 곳으로 가라, 계획도 세우지 말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며, 걷고 보고 쓰라'고..

'J'로부터 건네받은 주소지는 '캉탕'이었다. '한 중수'는 되도록 멀리, 이곳의 인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것에 동의했다.

그곳 '캉탕'은' J'의 외삼촌, '최 기남'이 살고 있는 곳.

[모비딕]에 미쳐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떠났던 남자 '최 기남'.

그는 정박할 때까지는 바다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즉 바다를 탈 것 취급했던 사람인데 '캉탕'의 선술집 주인 딸, '나야'에게 반해서, 바다에서 내렸던 것이다. 그때 그의 나이 25세..

실제로 '최 기남'이 반한 건, '나야'의 노래였다. 그녀의 노랫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렸는데, '나야'는 '세이렌'이었을까..

이 이야기의 축은 과거와 죄책감이다.

그 축의 살이 되는 것이 [모비딕]과 '세이렌'과 '요나'이다.

'세이렌'.. ,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서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던 뱃사람들을 유혹해 난파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치명적인 요정, '오디세우스'는 이 섬을 지날 때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뱃전에 밧줄로 몸을 메어두어 위기를 넘겼다.

이 '세이렌'이 사이렌의 어원이 된다.

'한 중수'에게 내려진 특단의 조치는 바로 이 사이렌 소리 때문이었다.

머리 한복판, 정중앙에서 시작되어 머리 전체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사이렌 소리, 처음엔 스트레스와 피곤한 이유 때문이라 여겼지만, 그 소리와 진동에 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들은 이명이라 판단했고, 원인은 찾지 못했다. 'J'는 경고음이라고 여겨야 한다 했다. 잠정적인 후퇴,, 현실로부터 멀리, 현실이 간섭할 수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처방을 내린 이유이다.

'캉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 중수'는 [모비딕]을 읽는다.

'캉탕'에서 만난 늙은남자 '최 기남', 현지 이름, '핍'..

'핍'의 집 2층에서 지내기로 한, '한 중수'에게

'핍'이 기거하는 1층의 어두운 방은, 흰 고래에 미친 선장 '에이 헤브'가 틀어박혀있던 선실같이 느껴져 음침하고 불길했다.

사실' J'로부터 '핍'을 소개받을 때 '한 중수'가 상상한 그의 모습은, 밝은 열정의 '조르바' 였지만, 현실 속 그는 [모비딕]의 집착과 어두운 광기의 뱃사람, '에이 헤브'의 모습이었다.

비사교적인 은둔자 '핍'은 하루에 한 번 외출을 하고

'한 중수'는 매일 '캉탕'을 걷는다. 어디에서나 바다가 보이고 어디서나 파도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니체', '루소', '랭보'가 그랬던 것처럼..

- 이하 생략-

 

https://blog.naver.com/su430/222564159691

 

어렵게 말하는 사람에게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쉽게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일 뿐이다. 쉽게 말하는 사람의 거침없음이 그에게는 없다. 이것은 정직성과는 다른 문제이다. 자기를 변호, 또는 보호해야 하고 타인의 반응을 예상, 또는 대비해야 하는 사람의 말은 직선일 수 없고 짧을 수 없다. 직선의, 짧은, 거침없는 문장은 권력자의 것이거나 바보의 것이다. 권력자나 바보는 고백을 모른다. 고백은 비밀을 가진 자의 문장인데 권력자와 바보에게는 비밀이 없기 때문이다.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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