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 스탄의 친소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고, 미국에서 작가가 되었다. 그의 최초 작품이 바로 이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인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저지대]를 읽었을 때 '사람의 향기'님께서 강력히 추천하신 책으로 실제, 읽는 내내 미국으로 망명한 인도 작가의 책인, [저지대]의 서정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프가니 스탄은 우리에게 여행 금지 국가이다.

무시무시한 탈레반과 9.11테러의 주범이라는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양도하지 않아서, 공격을 받기도 했던..

공산정권이 수립되고, 탈레반이 지배하고, 뭔가 끊이지 않는 내전 속에서,

아이들은 버려지고 자라난다.

유년기를 잃어버린 아이들이라 한다.

2001년, 미국에 살고 있는 나 '아미르'에게

1975년의 겨울은 지금의 그가 되었던 결정적인 일이 일어난 때였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다.

호수를 산책하며 하늘에 떠있는 연들을 보며, '하산'과 '바바'와 '알리'와 고향, 카불을 떠올린다

'아미르'는 속죄하지 못한 죄들이 가득한 자신의 과거를 돌이키며 이야기를 꺼낸다.

이 책은 회한의 소설이다.

배반과 속죄와 자기혐오..

이야기는 아프가니 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시작된다.

나, '아미르'에겐 부유한 아버지 '바바'가 있지만, 엄마가 없다.

아버지가 몹시 사랑했고 우아했다는 엄마는 '아미르'를 낳다가 죽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작은 오두막에 하인, '알리'와 그의 아들 '하산'이 살고 있다.

'알리'는 아버지 '바바'의 곁에서 40년을 같이 한, 친구 같고 가족 같기도 한, 하인이었다. 다리를 절뚝이고, 하지라인 특유의 납작코를 가진 그는 다섯 살에 고아가 되었다. 하지라인은 시아파로 중국 사람 같은 외모를 갖고 있다.

'아미르'와 '바바'가 속한 파쉬툰인은 수니파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지라인들은 오랫동안 수니파에게 박해와 억압을 받아왔다.

언청이로 태어난, '하산'은 '아미르' 보다 1년 늦게 태어났고, 아름답고 묘한 걸음을 걷던 '하산'의 엄마는 남자들을 환장하게 만들던 행실이 안 좋은 여자였는데 '하산'을 낳고 일주일 뒤에 도망가 버렸다.

'바바'와 '아미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신흥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집이 그들의 집이다. 부유한 '바바'는 선의로 가득 찬 상남자였다.

곰을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던 그는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고 사비를 털어 고아원을 짓고,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전형적으로 맹렬한 파쉬툰인이었다.

이례적인 아프가니 스탄인인 그는 자신의 원칙대로 사는 자유주의자이고,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거나 받아들였던 독불장군이었다.

그는 아름답고 정숙한 왕족의 후손을 아내로 맞았지만, 첫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한 이후, 재혼하지 않고 사업에 열정을 쏟으며 지낸다.

'아미르'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다리지만 어쩐지 자신을 대하는 냉랭한 모습에 주눅이 들고 잘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탄생으로 아버지의 여자를 죽였다는 죄의식이 무의식중에 내재돼 있다.

이슬람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끔찍한 죄로 간주되므로, 그들은 약국에서 술을 사고, 사적으로만 마실 수 있다. '바바'와 그의 손님들은 그의 서재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사업 이야기를 한다.

'라힘 칸'은 '바바'의 조용한 분신이자, 차가운 아버지를 대신해 '아미르'의 친구가 되어준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미르'는 자꾸 약한 모습으로 '바바'를 실망시킨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를 외치며 보호해 주던 친구 '하산'이 있다.

'바바'는 '하산'과 '아미르'를 동등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하산'은 '아미르'의 하인일 뿐이다.

둘은 한 유모의 젖을 먹고 친구처럼 지냈지만, 넘어설 수 없는 인종 간, 신분 간의 벽이 있다.

서재에서 어머니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미르'가 친구들에게 장난감을 뺏기거나 맞는 일이 있으면 '하산'이 대신해서 나서준다. '하산'은 못하는 게 없다.

책을 좋아하는 유약한 '아미르'는 아버지처럼 용맹스럽고, 사내 다운 '하산'에 대해 묘한 감정을 갖는다.

'바바'의 아버지는 판사였다.

그는 부유한 가문의 어떤 아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하자라인 부부가 숨지는 일이 생기자, 그의 아이 '알리'를 데려다가 키웠다.

'바바'와 '알리'는 그렇게 같이 자랐고 '아미르'와 '하산'은 그렇게 같이 자랐다. 친구이자 형제처럼.. 하지만 계급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그들은 서로 진짜 친구는 될 수 없었다.

- 중간 생략-

 

인생은 계속된다.

아프간 사람들이 자주 한다는 이 말은

시작과 끝, 행복과 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의미란다.

러시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 밀려오기 훨씬 전에, 마을들이 불타고 학교들이 파괴되기 훨씬 전에, 지뢰들이 죽음의 씨앗처럼 심겨지고 아이들이 돌 속에 파묻히기 훨씬 전에, 카불은 내게 유형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언청이 유령들이 사는 도시.

미국은 달랐다. 미국은 과거를 마음에 담지 않고 포효하며 흐르는 강이었다. 나는 이 강물 속스오 들어가 내 죄를 바닥에 가라앉히고, 물살이 나를 어딘가 먼 곳으로 실어 가게 할 수 있었다.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해도, 나는 그 이유만으로도 미국을 받아들였다.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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