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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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이후로 두 번째 만나는 '레마르크'의 소설이다.

프랑스 아프리카 등지에서 전쟁을 치르며 러시아까지 북상한 '그래버 에른스트'가 아프리카에서의 주검과 춥고 습한 러시아에서의 주검들을 비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의 패전에 임박한 전쟁 막바지, 그가 소속된 연대 또한 방어전선이 점점 밀리고 있어, 2년 만의 휴가도 미뤄지고 있는데,,

어제 살아있던 동료가 오늘 죽고

어제 멀쩡했던 전우가 삽시간에 불구의 몸이 되는 현장에서

포로든, 적군이든, 아군이든 간에 주검은 처참했고

마주하게 되는 독일 병사의 주검들은 어떻게든 이어붙여서 매장을 해주고자 하는 일들도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휴가를 믿지 않았다. 병사들은 그저 우연히 죽고, 우연히 살아남았다.

폭격으로 피신하고, 적과 맞닥뜨리면 전투를 하고 부상병들을 옮기고, 아군의 시체들을 처리하면서 지쳐가는 전우들은, 이 전쟁의 끝이 과연 있는 건지 짧게 자조적인 회의를 품지만, 지금 살아있다는 것과 여자들 이야기 혹은 고향에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들은 겨우 스물을 넘긴 풋내기들이 대부분이다.

삼주 간의 휴가가 허락되자, '그래버'는 독일의 고향으로 향한다.

전쟁으로 지친 몸을 뉘이며, 진정한 휴가를 누리고자 하지만 부모는 집에 없다. 언제 어디로 갔는지, 어느 하나 아는 이도 없고, 도시는 이미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며칠에 한 번씩 폭격이 있고, 사람들은 지하 방공호로 들어가 피신하는 일이 당연시되었다.

집에서 머물 수가 없어지자, 일선 전쟁터에서 휴가 나오는 병사들을 위한 숙소에서 지내기로 한다.

계속 부모의 행방을 찾던 중, 동창생 '엘리자 베스'를 만나고, '알폰스 빈딩'을 만난다.

공장의 근로 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엘리자 베스'의 아버지는 집단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사는 '리저 부인'에게 감시를 받고 있다.

'알폰스 빈딩'은 돌격대에 입대하고 당의 간부가 되었으며 게슈타포 친구들과 어울리며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좋은 집과 좋은 술과 음식들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일선에서 휴가를 나온 동창생 '그래버'에게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답답한 감옥살이처럼 살고 있는 '엘리자베스'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면서 사랑이 싹튼다.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방공호로 숨어들지만, 폭격 맞은 집들은 불에 타 버리고,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성당에서 자기도 하고, 남의 집 마당에서 자기도 하고, 노숙도 일삼으며 그들은 부부가 된다.

'그래버'는 허무해서 청혼을 했다. 자신을 지탱해 줄 무언가가 필요해서,,

'엘리자 베스'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그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휴가 기간이 이주 남은 시점에서..

그 당시는 군인을 애인으로 두는 것을 애국심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군인과 결혼을 하면 넉넉한 결혼 수당과 결혼자금을 대여해 주며 보호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중간 생략 -

반전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레마르크'의 다른 소설들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개선문] 과는 다르게,, 전쟁에 대한 노골적인 회의감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던 것처럼..

그리고 독일의 패망 이후 이 작품의 끝부분이 나라별 번역과 독일에서 삭제되었다가 첨삭되었다가를 반복했다고 하는데

이 번역은 비교적 원본에 충실했다고 해설을 덧붙이지만, 휴가와 결혼을 마치고 일선으로 돌아간, '그래버'의 이야기가 좀 비약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그 탓인가도 여겨진다.

'레마르크' 특유의 자조적인 독백과, 짧은 문장은 여전히 남성적이고 박진감 넘쳤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레마르크'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찾아 볼 수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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