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 - 채만식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2
채만식 지음, 우찬제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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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로만, 만나고 흘렸던 '채만식'과 [탁류]이다.

제목이 선뜻 와닿지 않아서 책장에 꽂힌 채로 있다가 어느 이웃님 추천으로 만나게 된 보물이다.

첫 페이지의 첫 문장부터 두세 페이지에서, 완전히 사로잡혔다.

-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가지고는--------한강이나 영산강도 그렇기는 하지만-----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 직할 것이다. p7

-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그러나 항구라서 하룻밤 맺은 정을 떼치고 간다는 마도로스의 정담이나, 정든 사람을 태우고 멀리 떠나는 배 꽁무니에 물결만 남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로 더불어 운다는 여인네의 그런 슬퍼도 달코롬한 이야기는 못된다. p9

이 문장을 포함하여 다른 문장을 내식으로 풀어쓰자면,,

'금강'이, '전라도'의 뒷덜미를 급하게 달리다가 '갈재( 순창)'와 '지리산' 골짜기 물과 만나 '장수'와 '진안', '무주'로 역류하기도 하는 게 금강의 남쪽 줄기이고, 다시 '영동'근처에서 '추풍령'과 '속리산'의 물까지 합류하면서 '충청도' 접경을 흘러가고,

북쪽 줄기는 '경기도'로, 충청의 접경 '진천'으로 '청주'를 바라보고 흘러내려오다 '조치원'을 지나면서 남쪽 줄기와 만나는데 이 두 물줄기가 만난 곳에서부터 서남으로 '공주'를 끼고 '계룡산'을 바라보면서 '부여'를 한 바퀴 돌아, 급히 남으로 꺾여 논산, 강경까지 흘러가는데 여기를 '백마강'이라 하고,

이 '백마강'이 공주 '곰 나루'에서부터 시작해 '백제' 흥망의 꿈 자취를 더듬어 흐를 제는 물이 맑지만, '강경'에 다다르면서 장꾼들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물이 탁해진다. 여기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라 한다. 이로부터 조수까지 섞여서 물은 더욱 흐려지지만 그득하고 벅차서, 강의 넓이가 훨씬 넓어진다. 이 물들이 흘러가 서해바다에서 탁류째 흘러 강이 다하는 시가지,, 예가 바로 '군산'이라는 항구라는 것이다.

- 그랬지, 아무리 돈을 잃어 바가지를 차게 되었어도 겨우 선창께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가서 강물에다가 눈물이 나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게 고작이다. 금강은 백제가 망하는 날부터 숙명적으로 눈물을 받아먹으란 팔자던 모양이다. 102-103

'백제의 꿈이 깨어진 곳'이란다.~~

'금강'도, '백마강'도,' 군산'이란 항구도 그리고 맑은 물이 흘러가다가 탁류가 되는 '강경'도, 대한민국 지도상의 '금강'물줄기를 훑다 보니 진짜 도입 부분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장차 이어질 기막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물론 전라도 사투리는 둘째 치고 역시 사라진 고어들을 가늠하며 읽어내는 일, 그리고 주석을 뒷장에 별도로 실은 문학과 지성사의 출판 방식에 대해 조금은 익숙해진 터여야 흥미 위주로 내달리는 독서가 가능할 것이라는 참고를 이웃들에게 남기고는 싶다.

그리고 근대적인 통속 소설 속 주인공, 특히 여자의 정조와 가부장으로 무장한 폭력적인 남성들이 등장하지만,

내공을 쌓아서, 꼭꼭 읽어야 할 대한민국 근대소설 중 으뜸이 아닐런지~~ 나도 아직 한참은 더 만나봐야 할 작품들이 산재했지만, 성급하고 싶다.

내용이사, 진부할 수 있다지만, 그리하여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투박한 조선식의 표현과 더불어 매우 세련되고 힘찬 전개가 좋았다.

총 19장의 소제목들 또한 너무 기가 차서, 제목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 장을 읽어나가게 된다.

기억에 남는 장의 제목은 '인간 기념물', '생애는 방안지라', '만만한 자의 성명은', '식욕의 방법론', '내 보살 외야 차'이다.

이 제목만으로도 '채만식'이라는 작가의 섬세함과 지식과 풍자가 괴물처럼 여겨졌더랬다.

가장 와닿지 않는 부제, '내 보살 외야 차'는 네이버 뒤져서 해석해둔다.

내 보살 외야 차(內菩薩 外夜叉): 겉은 보살처럼 아름다우나 마음속은 '야차(괴물)'처럼 무섭다는 얘기로 여자에게만 쓰는 말로 불교적인 용어이다.

여자는 그 모습이 부드러워 보살과 같으나 사람으로 하여금 애욕을 불러일으켜 여러 가지 죄업을 행하기 때문에 야차와 닮았다는 것.

바로 평지풍파를 겪은 이 소설 속 여주인공 '초봉'의 최후 모습인 것이다.


[줄거리]

충청도 서천 출신의 신학문을 배웠다는 '정주사'는 고향의 집을 팔고, 군산으로 식솔들을 거느려 이사를 온다. 한일 합방 바로 뒤부터 군청의 군서기로 12년간 일했지만, 주변머리 없어 도태되었고 딸 둘과 아들 둘을 두고, 바느질 일하는 아내가 유난히 자녀들 공부 욕심을 부리니, 가세가 기울어 굶는 일도 예사가 되자, 미두쟁이(미두: 미곡을 거래하는 일)를 하다가 급기야 하바꾼( 쌀의 시세를 알아맞히는 도박을 하는 사람, 미두꾼에서 전락한 사람)이 된다. 부두의 막노동도 해봤지만, 힘에 부쳐 열흘간 앓아눕는 일로 그나마 번 돈도 다 까먹는 신세였다. 그래서 이이가 입만 가졌지 손발이 없는 사람, 다시 말해 인간 기념물(人間 記念物)인 것이다.

그의 딸, '초봉'이는 여학교를 마치고 제중당이라고 하는 양약국에서 일을 하는데, 사장 '박제호'가 아버지와 친구인 관계로 편의를 제공받기도 하지만 그의 별난 아내, '윤희'의 감시와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순가련형의 묘한 매력이 넘치는 '초봉'을 그렇게 대접하는 '윤희'도 억지가 아닌 것이, 남편 '박제호'는 말대가리처럼 기다랗고 못생겼지만, 오입쟁이였다.

가난한 '초봉'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남승재'는 병원의 조수로 서울 태생의 고아이다. 둘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런 채로 지낸다.

'승재'는 가난한 주민들을 찾아가 무상으로 병을 치료해 주며 소일을 하는데, 자신이 치료해 주었던 13세의 '명님'이를 가난 때문에 기생집으로 보내려는 부모를 보면서 답답해한다.

은행원 '고태수'는 말쑥한 옷차림에 꽃미남 매력을 지닌 청년으로 서울서 내려와 은행을 다니면서 싸전 가게를 하는 '한참봉'네에서 하숙하고 있다.

'한참봉'은 자신의 젊은 부인 '김 씨'에게 아기가 없자, 첩을 여럿 거느려보지만, 후사의 기미가 없다.

'김 씨 부인'은 어느 날 '고태수'를 유혹하여 아기를 만들자고 덤비고 이들은 점점 쾌락에 탐닉하며 내연 관계를 유지한다.

 

 -중간 생략-  


군산은 근대사의 대표 도시이자, 일제 식민 수탈의 요충지이다. '채만식기념비'를 보러, 그도시, '월명 공원'을 가보자 하는것이 올 봄의 계획이다. '채만식'은 이 소설을 통해 좌절과 어두운 현실을 풍자와 냉소로 제시하는 풍자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주말연속극의 시대극으로 제격인듯하다. 가끔 시대극이 그립다. 그당시의 군산을 재현해 놓고 '초봉'과 기생 '행화',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삶을 지향하는 계봉과 승재,, 무능한 아버지 '정주사'와 '고태수', 징그럽고 추한 '형보'까지,, 살아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싶다.

군산 근대화거리와, 월명공원,강경 장 여행계획부터 세운다.

* 엉뚱한 관심과 비교; 유럽 고전소설속 여인의 갱년기는 '신경증,이라고 표현되는데, 여기서는 '단산증'이라고 표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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