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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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룡'이란 존재가 한 인간을 지배해 버렸다.

'이 소룡'을 흠모했던 평범한 사내, 60년대 말, 남자가 되는 과정의 필수과목이었던 그를, 선망 그 이상으로 흠모했던 한 짝퉁 인생에 대한 이야기..

1973년 여름, 33세의 '이소룡'이 죽는다.

6학년 '상구'는 자신의 친구 '종태'와 함께 삼촌을 따라 뒷산에서 '이소룡'의 추모제를 지낸다.

권 씨 집안의 '상구'에게는 공부를 매우 잘하는 15세의 형 '동구'가 있고,

삼촌 '도운'은 18세의 고등학생이다.

들이 자라는 곳은 권 씨 집안의 집성촌이다. 심하게 말을 더듬던 삼촌은 10년 전, 그러니까 그가 8세이던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친부였다고 찾아온 서자로, 공부엔 영 관심이 없고, '이소룡' 영화를 보고 그의 무술을 따라 하며 소일한다. '상구'와 친구 '종태'는 삼촌의 무술 제자가 되고 '이소룡'의 팬이 되는데 '상구'보다는 '종태'가 더 소질을 보인다.

삼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의 농사일도 돕고, 건축현장 노가다도 착실하게 해서 오토바이를 선물 받는다.

그는 무도가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혼자 무술을 연마하지만, 야망, 과시욕, 쇼맨십과는 거리가 먼 그에게 학원의 주먹들이 도전을 하게 된다.

오빠와 호떡 장사를 하는 못생기고 당찬 여고생 '오순'이 그에게 반해, 오토바이를 태워달라 하고, 사랑도 나누게 되는데 어느 날 영화 촬영 현장을 지나다가 그녀의 제안으로 액션 대역을 하게 된 그의 발차기는 영화감독도 반하게 된다.

리고 그곳에서 삼류 영화배우 '최원정'과 눈이 마주친 삼촌의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유독 큰 그녀는 충무로 유명한 제작자인 유 사장의 몇 번째 여자쯤 되었다.

'오순'은 독극물의 여왕으로 불린다. 그녀의 독극물에 관한 기술은 이 소설의 중요한 도구이다. 그리고 '도치'라는 양아치의 호떡 사건과 그가 따르는 '토끼'의 이야기들이 요절복통하는 사건으로 전개된다.

아이를 임신했다는 '오순'의 결혼 요구에 겁먹은 삼촌이 주저하자 독극물을 나눠먹은 그들은 어떻게 살아나지만, 삼촌은 미성년자 약취 및 강간, 살인 미수 혐의로 서울로 도망쳐버리고, 병원에서 양아치 '토끼'와 '오순'의 사랑이 시작된다.

무작정 서울로 간, 삼촌은 충무로의 '북경반점'이라는 화교 출신의 '마 사장'이란 여인이 운영하는 규모가 큰 중국집의 배달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칼판장'이라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사람으로부터 영춘권도 배우지만, 그와 연인이었던 '마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사기를 당한다. 결국 삼촌의 돈도 훔쳐 가고, 그가 배운 영춘권도 가짜였다는..

심 끝에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가한 삼촌은 [사망 유희]의 '이소룡' 대역 오디션에 참가하고자 홍콩을 가기 위한 무모한 무술 시범으로 문중 어르신들의 노여움을 사고, '마 사장'의 도움으로 홍콩행 배에 오르지만, 풍랑으로 다시 돌아오고, 군대를 간다.

70년대는 뭔가에 매혹된 시대였다고 한다.

온 국민은 독재자와 슬레이트 지붕에, 독재자는 수출과 젊은 여자에, '상구'를 비롯한 청춘들은 팝송과 '이소룡'에..

'상구'는 영국의 '올리비아 뉴튼존'을 닮은 영어선생님에게 반해서, 그녀를 '올리비아'로 지칭하는데,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종태에'게 질투를 느낀 나머지, 유치한 복수심으로 '종태' 인생의 끔찍한 비극을 부른다.

명문대에 진학한 형 '동구'는 남들 따라 데모에 참여했다가 경찰서에 연행되고, 열흘 만에 단순 가담자로 풀려나자, 법전을 파고들며 공부에 매진한다.

재자가 죽고, 제대한 삼촌은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다가, 비료 사러 나선 길에 순화 교육 대상자로 분류되어 삼청교육대에 끌려간다.

으~ 말로만 듣던 그곳의 인권유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정희를 넘어, 전두환까지 1970년대 근대사가 있다.

 

-중간생략-

 

 

가는 이 책을 끝으로 더 이상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겠다고 한다.

'이 소룡'의 영화를 처음 보고, 단숨에 매혹되었던 그에게 영화는 그렇게 다가왔노라고~

그래서 그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소설에 쓰고

그렇게 다가온 영화는 그를 감독으로 데뷔시킬 참인데

[뜨거운 피] 개봉이 2020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금 개봉해도 걱정, 자꾸 미뤄져도 걱정인 그의 데뷔작.. 기다리고 또 기다려 본다.

가의 말을 통해서 그는 소설이 기본적으로 실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것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부서진 꿈과 좌절된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잡았다 놓친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이며, 다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야기라고.. 그것은 파탄 난 관계,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운명에 굴복하는 이야기,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이야기, 어떤 의미에서 모든 소설은 결국 실패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따라서 실패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일들, 아직도 부자가 될 희망에 들떠 있는 이들은 소설을 읽지 않노라고~~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돈 많은 마 사장이 한낱 배달원 삼촌에게 홍콩행 배를 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

그 꿈 자체를 지지해 주고 싶었다고..

오순과 아이를 낳고 호떡 장사를 하면서, 형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고향에 머물렀다면..

이소룡을 향한 허황되고 무모한 꿈, 돈의 노예가 된, 삼류 여배우에 대한 사랑..

그것을 향한 그 격정이 그를 살 수 있게 하는 힘이었을 것이다는 상구의 회한에 섞인..

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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