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 이광수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9
이광수 지음, 김철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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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원 이광수'는 1892년 평안북도 출생으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다. '톨스토이'의 작품에 심취했던 그는 1914년 러시아에 갔다가 1차 대전 발발로 귀국하고 다시 1915년 일본 와세다대학에 편입을 한다.

1919년 조선 청년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상해로 가서 임시정부의 독립신문 주간으로 활동하다가 귀국하여 체포된다.

그러나 일제 말기에 창씨개명 등 친일행위를 했고, 8.15이후 반민족 행위 처벌법으로 수감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난 후 한국 전쟁 중 인민군에게 납북돼 1950년 폐결핵으로 사망하였다 한다.

 

소설은 1917년, 그의 첫 장편 소설로 매일신보에 6개월간 연재되었다. 「무정」은 근대문학 사상 최초의 장편소설로 간주된다.

 

유치하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드러나지만 섬세한 개인의 심리묘사와 전통적인 가치관과 근대적인 의식 사이에서의 인간의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여전히 어려운 고어들과 문어체의 문장들이 불편할 수 있지만, 구어체 접근으로의 진일보적인 측면이 많이 보인다.

1926년도까지 우리나라 전인구의 99%, 1930년도에70-80%가 문맹이었다고 하는데 글을 읽을 줄 아는 인구가 고작 5만-8만이던 시절에 이 책이 1만 부 팔렸다는 기록으로 보아 초특급 베스트셀러였다는 셈이다.

 

립신문의 발행인에서 변절자가 된, 결국엔 친일한 '이광수'가 아직 푸르른 절개가 있던 시절, 야망의 청년 시절에 내놓은 첫 작품이, 바로 이 소설인 것이다.

 

그는 본 아내와 이혼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산부인과 여의사인 '허영숙'과 재혼을 했으며, '나혜석'과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했다고,..

 

'이 광수'(1892-1950)를 동시대를 살았던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1867-1916)나, 중국의 '루쉰'(1881-1936) 등과 견주기도 하는데

 

세 인물 모두 서구의 신문물, 신문명을 먼저 접한 선각자로서 신문명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 더불어 인간 개조 등의 견해가 비슷했다고 생각 된다. 다만 일본, 중국의 근대소설가와는 다르게 '이광수'는 친일행위로 인해, 아쉬움이 좀 남는다는 점인데, 글 쓰는 분들의 그 감수성이, 독한 인간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고 보므로, 그들도 그와 같은 나라 태생들이라면 어땠을까 한다. 그래도 어렵게 독립운동하다가 생을 마친 분들도 많은데 그는, 결국 변절자가 되었고, 그 당시에 같이 교류하던 문화계 인사들로 부터 면전에서 많은 욕과 배척을 받았다는 것으로 알고는 있다.

감은 있겠지만 일단, 이곳에는 작가 '이광수'와 작품 「무정」이야기만 하련다.

1916년, 24세의 경성 학교 영어교사 '이형식'은 재산가로 소문난 '김장로(김광현)'의 딸 '선형'의 영어 과외 교사로 초빙된다. '선형'의 어미는 '부용'이라 하는 한때 평양의 명기였으나, '김장로'의 본부인이 별세하자, 정실로 들어앉은 사람이다. 외교관 출신의 '김장로'는 서양문명의 우수성에 일찌감치 눈뜬 자로서 서양을 본받으려는 태도로 양복을 입고, 침상을 사용하는데 허영심이 아닌, 진보한 문명인사이다.

☞그런 자가 기생 출신의 첩을 본부인으로 들어 앉히게 되는 것도, 선각자로서 신문물, 기독교적인 가치관의 변화이다.

 

집에서, 여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선형'과 그녀의 동료 '순애'를 가르치게 된 '형식''은, ABCD부터 가르치기로 하는데, 아직 이성도 사랑도 모르는 그에게 이 얌전한고 아름다운 규수의 모습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날 자신이 머무는 객줏집에 여인이 방문을 한다. '박영채'..

열여섯 '형식'이 소싯적 조실부모하고 자기 아버지의 동년배였던 평양의 박진사(박응진) 집에서 신세 지며 공부하기를 4,5년가량 하였는데, 그 집의 막내딸 '박영채' 나이 열 살이었다.

열아홉이 된 '영채'는 울면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형식'에게 털어놓는다.

 

역사회 자선 교육 사업가였던 '박진사'와 두 아들이 어이없는 일로 감옥행을 하게 되어 홀로 남자, '영채'는 '형식'과도 헤어져 친척 집에 보내지면서, 형식을 자신의 배필감이라 여겼고, 친척의 구박을 피해, 도망을 쳤다가, 아버지를 구해내기 위해 돈을 벌 양으로 꾀임에 빠져 기생이 되었으나, 장차의 배필을 위해 정절만은 지켜왔노라고, 하지만 자신이 기생이 된 이야기만은 차마 하지 못하고 돌아간다.

 

그녀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딸이 기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곡기를 끊어 자살하고 두 오빠도 모두 죽는다.

 

'형식'은 함께 울면서, 자신의 은인에 대한 예의로 영채를 아내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다가, 그녀의 처녀성 여부에 초조해지기도 하다가 어릴 적 「열녀전」, 「내칙」, 「소학」등을 공부한 그녀이지만, 혹시 그 이후 공부가 미진하여 자신과 대화의 수준이 안될까 고민도 하고, 또 '선형'과의 비교도 하는 등, 심사가 복잡하다.

 

외롭게 자라나고, 부모 형제자매의 사랑도 모르고, 동무도 없었던 '형식'은 자신의 가난과 외로움이 소년시대를 건너뛰게 했다는 아쉬움으로 학생들을 사랑하고, 교육과 인재만이 새로운 조선에 대한 희망이라 여기는데 교사 '배명식'의 행태에 불만을 품었던 학생들의 동맹 퇴학 결심을 미리 전해 듣고, '배명식'을 설득하려 했지만 허사였다.

'배명식'은 경성 학교의 학감으로 지리역사 담임인데, 동경 고등 사범 출신이지만, 본처와 이혼하고 학생과 결혼을 하고도 화류계를 드나드는 질 나쁜 사람이다.

'영채'는 그 다음날, 청량리 연회에 불려나갔다가 작정을 하고 온, '배명식'과 '김현수'라는 자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다.

'영채'는 '계월향'이라는 예명을 가진 유명한 기생으로 '배명식'을 비롯한 여러 남자들의 구애를 받지만, 미래의 남편을 위해 정절을 고집해 오다가 이런 일을 겪게 되자, 평양으로 돌아가 대동강 물에 투신함으로써 오욕을 씻고자 한다며 '형식'에게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형식'은 죽음을 막겠다고, 아니면 시체라도 찾겠다고 신문기자 '신우선'과 평양으로 가지만 성과 없이 돌아온다.

'신우선'은 잠시 기생 '영채'를 짝사랑했었지만, '형식'의 배필감인 줄 알고는 복잡한 마음을 접는다.

- 중간생략-

 

당시에는 꽤나 파격적이었을, 많은 진보가 있는 책이지만 여전히 구세대의 사고, 감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보인다.

그 정점이 형식의 여성관과 연애관이다.

1910년도의 경부선이, 이 소설의 중요한 장치이다.

신문물, 신 문명, 새로운 조선을 상징하는 이 기차안에서

'영채'는 죽으러 가다가 '병욱'이라는 신여성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열고

'형식'은 죽겠다는' 영채'를 말리러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

그리고 '선형'과 미국 유학길에 '병욱', '영채'를 만나 어쩌지 못해 괴로운 중 자아에 눈뜨고 각성하는 장소이다.

그리고 '우선'까지 네 명이 선로 고장으로 선행을 나누면서 신조선을 만드는 일에 한몫하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당시 도대체 미국은 어떻게 가는데 일본으로 가는 일행과 같은 기차에서 만난다는 건가? 호기심이 일었음..

미국은 경부선을 타고 부산에서 내려서 배를 타고 시모노 세키로 가서, 다시 차를 타고 요코하마로 가고 그곳에서 다시 배를 타고 샌프란 시스코를 가는 것이다. 사오일을 걸려서~~

리고 읽기 전 「무정」이라는 제목을 헤아려 보았다.

「무정」이란 단어는 몇 번 나온다.

그리고 '영채'가 처음 찾아왔을 때 자신의 은인의 딸에 대한 생각이 나, 어여쁜 '영채'의 모습에 대한 심정이라든가를 전혀 내색하지도 않고, 심지어 돌아가는 '영채'를 불러볼 생각도 않았던 '형식'의 마음인가,(실제로 형식은 그렇게 자신의 처사를 후회하는 언급을 하기도 함) 하다가

그들의 생이, 사랑이 그렇게 흘러 가게 만든 사회에 대한 원망이기도한가했는데

- 어둡던 세상이 평생 어두울 것이 아니요 무정하던 세상이 평생 무정할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밝게 하고 유정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가멸게 하고 굳세게 할 것이로다. 기쁜 웃음과 만세의 부르짖음으로 지나간 세상을 조상하는 무정을 마치자. 473

역시 나의 예감이 맞는다.

그 당시 치고는 엄청 세련된 결말이다 한다.

설픈 연애관과 사랑에 대한 묘사이지만 세 남녀의 심리묘사는 제법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며 1916년 조선의 모습, 그 시대 사람들, 그시대 어투, 봉건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 사이에서의 혼돈,.. 그런 과도기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가치가 크다 하겠다.

 

 

여자란 매우 아름답게 생긴 동물이라 하였다. 어깨의 동그스름한 것과 뺨의 불그레한 것과 머리 터럭의 길고 까만 것과 또 앉은 태도와 옷고름 맨 모양과 그중에도 널찍한 적삼 고름이 차차 좁아오다가 가운데서 서로 꼭 옭혀 매여 위로 간 코는 비스듬히 왼편 가슴을 향하고 아래로 간 고름의 한끝이 훌쩍 날아 오른팔굽이를 지나간 양이 더욱 풍정이 있다. 이렇게 두 처녀를 보고 앉았으면 말할 수 없는 향기로운 쾌미가 전신에 미만하여 피 돌아가는 것도 극히 순하고 창쾌한 듯하다. 인생은 즐거우려면 즐거울 수가 있는 것이라, 아무 목적과 꾀도 없이 가만히 마주 보고 앉았기만 하면 인생은 서로서로 사랑스럽고 즐거울 것이라. 여자의 몸이나 남자의 몸이나 내지 천지의 모든 만물이 다 가만히 보기만 하면 그 새에 친밀한 교통이 생기고 따뜻한 사랑이 생기고 달큼한 쾌미가 생기는 것이라. 쓸데없이 지혜를 놀리고 입을 놀리고 손을 놀리므로 모처럼 일러놓은 아름다운 쾌락을 말 못되게 깨트리는 것이라 하였다. 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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