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하'란 작가가 요새의 대세던가? 여러 블로그의 최신작 '여행의 이유' 리뷰들이 많다. TV에서도 많이 나온다 하고 가수 '이적'과도 절친이라는 그를 이 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처음 접하게 된다. 어느 이웃의 강력 추천으로 '아랑은 왜'와 함께 구입해 두었던 책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고도 하니, 영어도 능수능란하겠고, 각종 상들을 휩쓴 이력이 보인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지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속 언어는 비교적 번역 하기가 수월하다고도 한다.

특한 소설이다. 죽음에 관한 세 편의 명화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중편소설의 분량쯤 된다고 보면 되나, 무튼 짧다.

세 편의 죽음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인 '나'는 고독한 사람의 피로를 간파하고 죽음으로 안내하는 카운슬러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면서, 중간중간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다.

화자인, 비디오 아티스트 c와 총알택시 기사인, 그의 동생 k가 있고, 그 형제와 같이 얽힌 여자, 유디트를 닮은, '세연'이 있다. 또한 c의 작품 속 흘러가는 예술행위의 불멸을 자의든 타의든 도모하는 여인 '미미'가 있다. 그들은 자기의 삶을 스스로 파괴해 간다.

출처: 네이버

랑스 자코뱅의 혁명가 '장 폴 마라'의 모습으로, 그는 25세의 여인에게 피살당한다. 그리고 혁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마라'의 죽은 표정에 대해 불의의 기습을 당한 젊은 혁명가는 고통스럽고 증오하면서도, 이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다비드'가 이 모든 감정들을 죽은 자의 표정을 통해 구현했다는 것이다. 흉부의 칼자국과 욕조 바깥으로 떨어져 있는 피 묻은 칼, 왼손에 쥔 편지와 오른손에 쥔 펜대, 푸르스름한 모포로 이루어진 그림 전체를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주목해 본다.

출처, 네이버

c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집에서 동생 k와 정사를 벌이던 여인 '세연'을 보면서 c는 그녀가 유디트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유디트'라는 여인은 '이스라엘의 논개'쯤 되는 미망인으로 자신의 나라를 치기 위해 파견된 적의 명장 '홀로 페르네스'를 유혹한 후 목을 벤다. 이 그림에서 정염 가득한 저 표정과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적장의 목을 비로소 주목한다.

  출처, 네이버

쟁에서 패한 '바빌로니아'의 왕이 자신의 성이 함락되기 직전, 무사를 시켜서 왕비와 애첩들, 그리고 자신의 애마까지 죽이는 모습이다. 그리고 자신도 죽을 것이다.

희뿌연 여성의 나체와 몸부림에 주목할 뿐, 스쳤던 이 그림 속 붉은 침대 위에서, 그 죽음을 관조하는 '사르다 나팔'의 모습이 들어온다. 작가는 죽음을 주재하는 내면에 대해 괴로운 표정이 아닌, 저 모습으로 표현한 작가에 대해 진정으로 감정이입이 되었노라고 언급한다.

자는 '세연'과 '미미'의 죽음에 관여한다. 텅 비어 있는 그녀들의 고단함을 알아보고, '클림트'를 매개로 접근하여,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최후의 휴식을 제시해준다.

멀리 왔는데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 않느냐고. 휴식을 원하면 내 손을 잡고 따라오라고..

마지막, 자신도 피로를 느낀다고, 그리하여 화자의 암시를 통해, 압축의 미학, 죽음의 미학, 그리고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는 메시지는 소설에서의 두여인과 c, k에게 뿐아니라 인간의 지리멸렬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소모에 대해 잠깐 머리가 아뜩해진다. 반면 치열하게 살다가 소멸하고 싶다는 바램과 함께..

한 권의 이 책을 통해 과연 '김영하'라는 작가는, 독특한 자기 세계가 확실한 작가이고, 심플하고 세련된 문체로 현대인의 공허를 서술할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딩크족으로 유명하다는 '김영하'는 30대 초반에 자식을 낳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고.. 영생에 대한 관념들을 동의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소설을 관통하는 허무주의에 대해 변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

 

-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쾌하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책을 읽어도 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어떤 부채 의식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불쾌하다. 그 시간은 사람을 조급하고 비굴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C는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93

☞이것과 비슷한 이유로 나는 늘 기다리는 입장에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게 할 수없다는 강박도 있다. 가끔 작가들을 통해 나의 행위가 합리화되고 위안이 되는 발견의 기쁨

- "생물이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을 때는 크게 두 가지 경우야. 누군가를 유혹해야 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때." 101



- 백색 캔버스. 원시인이 처음 예술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어떤 사람은 이런 주장을 폈다. 그것은 인간 내부에 잠재해 있는 백색공포 때문이라고. 텅 비어 있는 하얀 벽은 그 자체로 충분히 공포스럽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벽에다 낙서를 하고 번쩍이는 새 차의 표면에 칼로 흠집을 낸다. 가구가 없는, 그림 한 점 걸려 잇지 않은 그런 방이 두려워 사람들은 채우고 또 채운다.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는 밤늦은 시간의 전화는 불면증을 불러온다.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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