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2
정유정 지음 / 비룡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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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읽으면서 정유정 작가에게 반했던 한때가 떠올랐다. 작가 이름 세 글자를 꼭 새겨두었던,,, 그 후 '28'을 읽고서는 내 취향의 소설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고는 당분간은 쉬어야 했다. '종의 기원'도 그래서 안 읽고는... 그러다 올 들어 '내 심장을 쏴라'를 읽었더랬다. 그리고는 자신감이 붙어서 ㅎㅎ 이 책을 집어 든 것이다. 청소년 문학선 시리즈물로, 관련 상도 받았던... 이런 재미나고 쓸모 있는 성장 소설을 이제사 발견한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김준호는 열다섯 살 열혈 청소년으로 엄마의 재혼식 날 마지못해 참석하고, 엄마의 혼전임신과, 총각 연하남을 아빠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생일대의 고비에 서있던 1986년 8월 14일을 기억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대적으로 그러하듯이, 곳곳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던 때였고, 준호의 친구 규환이의 대학에 다니는 형 주환은 학생 운동의 중심인물이다. 그 형을 무사히 외국으로 피신시키려는 규환의 계획이 사고로 무산되자 준호가 나서게 된다.

래저래 물불 안 가리고 싶은 딱 그날, 엄마가 신혼여행을 떠난 그날, 양조장 트럭을 몰래 타고 전남지방을 가서 주환이 형을 접선하고 돈과 서류를 건네주어 외국으로 가게 해줄 작전으로...

그런데 그 트럭에 자꾸만 불청객들이 합류하게 된다. 정신병원을 도망친 노인 박양수, 양조장 집 아들 차승주, 가족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두르는 개장수 아빠를 둔, 정아, 그리고 그 아빠가 훈련시킨 대형견 '루스벨트'까지..

들 다섯은 싸우고, 부딪치고, 골탕 먹이고 투닥거리다가 함께 트럭운전사를 피하고, 경찰을 피하면서 장성에서부터 신안까지 걷고, 또 임자도로 가고, 무인도에 가기까지

어둠과 배고픔과 고통과 두려움과 거위 떼와 군인들로부터 그리고 어둠과, 진흙탕과 폭우와 태풍을 돌파하며 서로의 비밀과 사연들을 공유하게 된다.

그 할아버지의 비밀은 마치 구전동화 같고, 전설 같고, 그의 삶이 아득하게 가슴 미어진다. 그리고 똑똑하나 상처투성이인 정아와 엄마의 광적인 보호로 인해 숨 막히는 부잣집 아들 승주, 어느 날 집을 나서서 돌아오지 않는 아빠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간직한 준호.. 그들의 여정이 너무도 재미있게 펼쳐진다. 준호를 빌린 작가의 유머가 한 번씩 허를 찔러 웃게 만든다. 정말 재미있고, 따스한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딸과의 이별, 준호의 아빠와의 이별이 결국은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다. 지난겨울의 영화 '1987', '택시운전사'도 오버랩되면서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그들이 헤맨, 장성, 광주, 함평, 노루목, 임자도, 그리고 무인도 안개섬을 잇는 대장정의 걷기 여행 코스의 출현도 기대해본다.

그리고 그 코스는 입술 언저리가 자리를 못 잡은 까칠한 수염으로 삐죽일 나이, 딱 그 나이의 필수 여행 코스이기를.. 하는 마음^^아빠와 걷게 하거나, 체험학습으로 친구들끼리 가게 하거나, 선생님과 혹은 상담교사와...ㅎㅎ

 

나는 허수아비처럼 무너졌다. 세상이 미련 없이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은 죽음의 공포만큼이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 모양이었다. p346

눈을 떴다. 그러나 의식은 계속 꿈의 잔상과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배회했다. 나는 한동안 더 흐느꼈다. 누군가를 끌어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p355



- "하느님은 참 괴상한 방식으로 공평해. 사랑이 있는 쪽에선 사람을 빼앗고 사람이 있는 쪽에서는 사랑을 빼앗아 가고."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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