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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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토 바나나를 처음 접하는, 그녀의 처음 작품이기도 한, '키친'이다.  소제목이 '키친'과 '만월'과 '달빛 그림자'로 이루어졌는데, 앞에 두 개는 연결된 하나의 스토리이고 마지막 달빛 그림자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스토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부재에 대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와 그 극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키친'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그다음 조부를 잃고, 최근 할머니와도 사별한 사쿠라이 미카게가  돌아 가신 할머니의 지인이었던 그녀 또래의 다나베 유이치의 권유로 그의 집에 들어가서 그의 엄마 에리코라고 하는, 아빠였다가 성전환 수술 후 엄마로 변신한,  게이 바를 운영하는, 굉장한 미모와 매력을 지닌 사람과, 가족처럼 지내며 맛있는 요리를 해서 나눠먹고, 그녀의 아픔을 달래는 스토리이고,

번째 '만월'은 미카게 가 요리연구가의 어시스턴트 자리를 구해서 그의 집을 나와 지내는  어느 날 유이치로부터 그의 엄마 에리코가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며 괴로워하는 전화를 받게 되면서 그의 집으로 가서 익숙하고 편안한 부엌과 재회하고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함께 먹으며 그의 아픔을 위로하려 한다.

업무상 떠난 여행지에서 맛있는 돈카츠를 포장해서, 역시 여행차 떠나온 그를 느닷없이 찾아가서 그들의 마음을 얼핏 하게 확신하며, 일정이 끝난 후 그들의 연결을 암시하며 마무리 된다.  부엌이라야 잠을 잘 수 있는 그녀의 부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음식이라는 따스함이 주는 위로가 아름다운 설정이라고 생각된다. 

에리코는, 아내가 그로부터 선물 받아 병실에서 키우던 파인애플을 통해 유언조 비슷한 부탁을 남기고, 그 화분을 안고 돌아가는 길에 엉망 진창으로 울어버린 후 아내를 죽음으로부터 지킬 수도 없었고, 마음껏 울 수도 없었던, 남자라는 불편한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여자로 거듭났다는 스토리이다.

지막 '달빛 그림자'는 4년간 사귀어온 히토시라는 남자친구를 갑자기 교통사고로  잃게 된  사츠키와 히토시와 동승해서 함께 죽은 유미코를 여자친구로 둔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가, 사랑했던 연인들과의 이별을 견디고, 극복하는 스토리로, 그녀는 매일 불면하고, 새벽 조깅을 하며, 히라기는 여자친구의 유품인 세일러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자학으로 이별을 견딘다. 그리고 우라라라는 어떤 신비한 인물의 등장과 각자 꿈같은 환상을 겪으며 두 사람 모두 상처에서 한발씩 빠져나오게 된다. 사츠키와 남자친구를 연결해 주는 방울소리와 그들의 국경인 큰 강, 칠석 현상이라고 하는 죽은 사람의 사념과 남은 사람의 슬픔이 서로 반응하여야 이루어진다는 설정.. 이 소설은 미사여구가 풍부하다. 한마디로 여성 여성한 소설,  하여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만 초반 몇 페이지가 흔들린 채로 인쇄가 되어서 당황스러웠다. 민음사 출판인데, 안그래도 가을이라 안구건조증이 심해져서 피곤한 눈을 주체할 수 없건만 ㅜㅜ

그래도 올바르게 자란 데서 오는 이런 허심탄회한 친절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마치 방울을 살며시 손수건에 싸는, 그런 친절이었다.



- 욕망 과 사랑의 균형에 괴로워한 적도 있고, 너무 어려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일도 더러 있었다. 그러니까 늘 그렇게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품이 많이 든 세월이었다.



-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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