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뜬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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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밍웨이'의 첫 장편이자, 출세작이 되고, 대표작이 되는 '태양은 다시 뜬다'는 성경의 한 구절이다.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건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 
                   

태양은 다시 뜨고 다시 지며, 뜬 곳으로 서둘러 돌아간다.

바람은 남으로 갔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빙빙 돌고 돌아

그 가던 길로 돌아온다.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르지만 바다는 넘치지 않으며, 강물이 비롯된 곳으로 돌아간다." -전도서(1:4-1:7)】"

 

 

책의 서두에 이 구절을 실어 놓았다.

'헤밍웨이'의 책 어디서나 '헤밍웨이'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에 대한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 또한 여기서도 서두나, 해설에 실려 있다. 1차 대전 후의 청춘들을 가리키는 '잃어버린 세대', '길 잃은 세대', 말하자면 '헤밍웨이'가 그 세대의 전형을 가장 잘 그려낸 작가라는 것이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를 구사하여 사실적이고 이미지적인 표현 아래 깔려 있는 의미심장한 것들이 생략된 그만의 독특한 문체는 20세기 세계의 소설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도 한다.

화자인 나는 '제이콥 반즈'(이하 '제이크')란 이름을 가진 미국 출신의 저널리스트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며 문학인들, 화가들과 어울리며 지낸다. 같은 미국인이지만 유대인 출신인, 부유한 '로버트 콘'(이하 '콘')과 테니스를 치는 친구 사이이다.

'로버트 콘'에 대한 설명으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그는 어느 날, '인생이 너무도 빨리 흘러가는데 진짜로 사는 게 아니다 싶어서 못 견디겠다'라고 벌써 '거의 반평생을 살았노라'면서 내게 남미 여행을 제안한다.

나는 그 여행을 함께 할 수 없다며 곧 있을 스페인으로의 여행 계획을 이야기한다.

'제이크'인 나는 전쟁에서 다친 후유증으로 성불구가 되었다. 그때문에 '레이디 애슐리 브렛(이하 '브렛')이라는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이룰 수가 없다. 그녀 '브렛'은 34세의 작위를 가진 귀부인, 즉 영국인이다. 다친 '제이크'를 치료해주던 구급 간호 봉사 대원이었던 그녀는 이미 한번 이혼을 한, 그리고 두 번째의 이혼 수속 중인 여인으로, 매우 아름답고 매력이 있는 기품이 있는 여인이다. 그리고 술꾼이며 보이시한 매력녀라고 하는데, 이 남자 저 남자를 갈아치우는 이 여인을 왜 기품 있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튼 그녀를 한번 본 남자들은 모두 그녀에게 빠지고, 그녀는 아무 남자하고나 여행을 떠나고 살다가 또 떠나온다. 그런 그녀 역시 '제이크'는 각별히 사랑한다.

진심 사랑하는 '제이크'와의 이루어질 수 없음이, 진정 사랑하지도 않는 다른 남자들과의 불같은 사랑으로 대체될 수 있으려나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은 사랑질이지만, 어차피 '제이크'가 아닌 사랑은 늘 허무할 뿐인 듯..

결혼을 했다가 아이 셋을 낳고는 부유한 아내와의 가정불화가 있던 '콘'은 아내와 이혼을 결심한 즈음, 아내가 어떤 세밀화가 와 떠나버리자 '프란시스'라는 여인과 3년을 지낸다. 그녀 '프란시스'는 '콘'에게 무심한 소유를 통한 착취 끝 청혼을 하지만, '콘'은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다면서 거절하고, '제이크'를 통해 알게 된 '브렛' 에게 반하고 그녀와 여행을 떠나서 함께 지낸다.

'제이크'의 스페인 여행은 낚시와 축제장의 투우 구경이다. 그 여행에는 친구 '빌 코튼'(이하 '빌')과 '브렛'과 '브렛'의 약혼자 '마이크', 그리고' 브렛'과 며칠 지내다가 그녀를 못 잊어 그 여행의 불청객으로 낀, '콘'이 함께 하게 된다.

'브렛'의 마음은 이미 '콘'에게서 떠났고, 다시 현실의 애인 '마이크'와 함께 한 여행에서 그녀 곁에서 맴돌고 마치 그녀를 모두 알고, 그녀의 마음이 아직도 자신에게 향하는 양하는 '콘'이 못마땅한 '마이크'는 자꾸 만취 상태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스페인에서 '빌'과 함께 낚시를 하고,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여 '팜플로나' 지방에서의 '산 페르민 축제'를 즐기며 불면과 환성과 흥분과 투우에 들떠있다.

'제이크'는 '아피시오나도' 이다. 투우광이란 뜻이다. 19세의 론다 출신인 투우사 '페드로 로메로'를 소개받게 되는데, 너무도 잘생긴 이 스타는 차분하고, 평온해서 순전한 감동을 주는 멋진 투우의 기술이 있다. 그의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투우 동작을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반했는데, 특히 '브렛'이 그러했다.

제가 깊어질수록 술과 불면, 무질서 속에서 황소의 뿔에 받혀서 죽어나가도 재밌자고, 그냥 재밌자고 사람들은 뛰어든다. 떼로 몰려드는 황소를 향해 피하기는커녕 달려드는 무모한 사람들은 하루를 사는 불나방 같은 축제의 밤을 보낸다.

그리고 어리석은 사랑에 목메던 '콘'은 '마이크'와 충돌하고, 그녀가 '페드로 로메로'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자 극도로 흥분해서, '로메로'를 마구 두드려 패버린다. 그리고 '제이크'도 폭행을 하고는 떠나버린다. '마이크'는 취중에 자신의 애인이 유대인 애인 대신, 투우사 애인을 뒀다면서 무례하게 떠들고,

마지막 맞아서 망가진 얼굴로 또 멋진 투우를 펼친 '로메로'와 '브렛'은 떠나버린다.

우장에 나갈 싸움소( 즉, 황소)들은 우리에서 풀리자마자 극도로 흥분을 해서 난리를 치는데, 그 성난 황소들을 대기장까지 데려가는 역할은 거세된 소들의 몫이다. '브렛'을 둘러싼 그녀의 매력에 마구 달려들던 남자들과 무분별한 사랑을 나누는 그녀로 인한 실랑이들의 뒤처리는 결국 성불구인 '제이크'의 몫이다. 읽어내려가면서 이런 대조에 집중해 보았다.

다시 파리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제이크'는 '브렛'의 전보 두 통을 받고는 그녀가 와달라는 '마드리드'의 좀 저렴한 호텔로 간다. 그녀는 '로메로'가 떠나갔다고 자신에게 청혼했지만 여자 경험이 별로 없던 그 애가 자신을 좋아한 것이 단순히 여자여서가 아니었고 오직 그녀였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노라고, 하지만 애들 망가뜨리는 몹쓸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떠나보냈노라는 고백을 한다. 로메로는 열다섯살 연하였다.

그리고 '마이크'에게 다시 가겠노라고, 온 김에 '마드리드'를 좀 더 알고 싶다면서 구경을 하자고 한다. 그리고 '제이크'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말과 수긍하는 '제이크'의 대답을 끝으로 소설이 끝난다.

속 그녀는 사랑하는 '제이크'를 밀어낼 것이고, 그의 인내심을 볼 것이고, '제이크'는 언제까지라도 그녀가 부르면 달려갈 것이고, 사랑할 것이다. 명백한 육체의 결함을 가진 남자의 사랑으로..

소설을 읽으니 다른 작가들이 자신의 소설에서 언급한 '헤밍웨이' 불구설의 근원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기도 한다. '헤밍웨이'는 정말 한때 그랬을 수도, 계속 그랬을 수도 ..

'제이크'는 '브렛'의 연인들을 질투하는 듯도 하지만, 인정하고 그 사랑을 도와준다. 또한 그녀의 온갖 염문과 연애도 지지한다. 그러는 그의 감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유럽인들에게 그 시대의 미국인은 자본주의의 꽃쯤으로 여겨짐이 있고, 또 '헤밍웨이'는 그 당시 파리에 거주하는 해외파 문인들의 대표답게 원 없이 자유롭게 살다 간 듯하다.

가 반해서 한때 어느 여인과 잠시 살았던, 그리고 그가 산책을 했다는 곳, 그가 커피를 마셨다는 스페인 론다의 '누에보 다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하필 '로메로'가 '론다' 출신이란 것도..

이 소설로 인해, 스페인 팜믈로나의 산페르민 축제는 세계적으로 급 부상해서 인파가 끊이질 않았다 하고, '브렛'의 보이시한 헤어스타일 등이 엄청 유행을 했다고 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 '파리는 날마다 축제'란 소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사전에 읽었으므로 좀 더 깊이 있게 다가설 수 있던 독서였기도 했다.

다시 한번 미국 남성의 상징, 남성다운 필체의 '헤밍웨이'를 읽게 된 시간이었다.

쟁을 겪은 '잃어버린 세대'들의 아픔과, 한세대가 떠나고 또 한세대가 와도 땅은 영원하며 태양은 다시 뜬다는 의미, 그 해는 다시 뜬 곳으로 돌아가고, 모든 강이 바다로 흐르지만, 강물이 비롯된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이 구절이, 그래서 '로버트 콘'의 빨리 흘러가는 인생이 아깝고,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음에 대한 회의가, 무겁게 와닿고 있다. 젊음은 그래서 빨리 지나갈것이다. 하여 지금은 진짜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낮에는 무슨 일에든 비정할 수 있지만, 밤에는 사정이 다르다. 53


- 프랑스에선 모든 게 확실히 금전적인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그만큼 살기 편한 나라는 없다. 누구도 모호한 이유 때문에 남의 친구가 되어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려면 돈을 좀 쓰기만 하면 된다. 317


- 그 정도면 될 것 같았다. 그런 것인가, 한 여자를 딴 남자와 떠나보내고, 그녀를 또 다른 남자와 떠나보내고, 이제 그녀를 데리러 가다니, 그리고 사랑한다면서 전보를 보내다니, 아무튼 그렇게 되고 말았다.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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