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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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스탕달'의 '적과흑', 소설 속에서나 현실에서도 '스탕달' 자신은 적과 흑이란 제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한다. 그 당시 소설 제목에 컬러를 대비하는 게 유행이었다는 정도만 알고 시작했다. '스탕달'이 끌렸고, '적과 흑'이란 제목이 끌렸다.

주인공 '쥘리앵'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두형과 아버지로부터 구박과 폭행을 당하며 자라온 탓에 가족을 몹시 싫어한다.

그의 외모는 여자들의 모성을 자극하는 꽃미남쯤 되고 몸보다는 머리가 발달한, 아버지와 두형이 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어린 시절 군의관과 가깝게 살았던 탓에 그로부터 많은 지식과 책과 사유하는 힘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성경을 라틴어로 통째로 외우는 능력을 갖춘다.

'쥘리엥'은 자신의 형편과, 자신을 인정 않는 가족과, 자신의신분을 경멸하면서 그러한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공상한다. 열등한 지적 우월감으로 뭉친 예민하고 불안한 야심가로 성장한 그는 평범했던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었던 시대를 그리워하고 그를 흠모한다. 왕정복고 시대에 '나폴레옹'에 대한 언급은 금기이므로 그는 '나폴레옹'의 그림을 숨기고 한 번씩 들여다본다.

는 베리에르라는 지방의 시장 '레날'씨의 세 아들들 가정교사로 발탁되면서 그의 아름답고 젊은 부인과 아이들을 매개로 친해지게 되고 급기야 사랑이 싹튼다. '쥘리앵'에게 다가오는 그녀 '레날부인'의 매력을 그는 그녀의 살결과 팔에서 찾는다. 인상 깊었던 그녀에 대한 묘사...

그녀는 막내가 이름 모를 병으로 앓게 되자 종교적인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그와의 관계를 몹시 괴로워한다. 그녀가 불안과 죄책감으로 '쥘리앵'과의 관계를 번복하던 끝, '쥘리앵'은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녀를 떠난다.

신학교에서 '쥘리앵'은 열등감이 새겨 넣은 딱딱함과 철학적 거만함, 그리고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다른 신학생들과 일부 사제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다 그를 인정하는 '파라르 신부'의 추천으로 파리로 가서 '라몰 후작'의 비서가된다.

'라몰 후작'에게는 '노르베르 백작'이라는 아들과 '마틸드'라는 딸이 있다.

름답기까지 한 그녀 '마틸드'는 귀족 사회의 사교계에 서열 1위쯤 되지만, 권태를 가득 안고 사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개성이 강한 처녀이다. 조상과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자기 시대의 풍습에서는 벗어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에겐 출생의 온갖 혜택과 부를 한꺼번에 누리는 '크루아즈누아 백작' 등 구애를 하는 여러 남자가 있으나 지루해 한다.

'마틸드'는 서재에서 '쥘리앵'과 자주 만나게 되면서 대화와 질문을 통해 그의 지식과 사고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그를 연모하게 되고 대담하게 유혹하지만 정작 광기와 변덕 사이를 오가며 '쥘리앵'을 헷갈리고 안달나게끔 한다.

'쥘리앵'은 후작과의 비밀모임에 다녀온 이후 한 러시아 사람이 알려준 사랑의 쟁취 방법 (말하자면 나쁜 남자 밀당 작전)으로 동원된 무관심과 질투 유발 작전이 성공에 이르게 되어 그들은 다시 사랑에 휩싸이고, 그녀의 임신과 함께 결혼을 결심한다. 후작은 '쥘리앵'을 욕하고 비난하지만 결국 딸의 설득에 못 이겨 '쥘리앵'의 신분을 세탁하고 성까지 바꾸어 군인 신분으로 만들고 재산도 분할해주지만 그의 첫사랑 '레날부인'의 편지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된고 만다.

다란 사건 이후 감옥에서 최후의 나날을 보내게 된 '쥘리앵'은 '마틸드'의 물심양면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레날부인'을 더 그리워하며 애틋해 한다. 사형선고에 대한 항소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쥘리앵'을 설득하기 위해 결국 '레날부인'이 오고, 그는 그녀에게 '마틸드'에게서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부탁한다. '마틸드'에게는 '크루아즈누아 백작'과의 재혼을 당부하고..

그리고 결론은 비극이다.

연애소설이다. 사회소설이다는 두 개의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답게 '쥘리앵'과 여자들의 연애이야기 못지않은, 1830년대 왕정복고 시대에 혁명을 두려워하는 귀족들과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신분제도의 모순 속에서 헤매고 이웃나라들과의 역동적인 관계에 대한 묘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래도 나는 연애소설쪽 이라는 결론을 조심스레 내려본다.

륜과 신분의 격차가 있는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는 결국 치정으로 치닫지만 1830년대였다는 것과 프랑스 사회였다는 특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부하지않은 소설이다.

방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좋아하는 책을 다시 읽는다는 한 가지 행복만을 생각했다. 스무 살 나이에는 세상과 그 세상에서 저질러야 할 효과적인 행위에 대한 생각이 모든 것을 능가하는 것이다
- P106

19세기의 결혼이 그렇듯이 결혼은 참으로 묘한 결과를 가져온다.! 결혼 전에 상대를 사랑했을 경우, 결혼 생활의 권태가 그 사랑을 확실히 소멸시켜버린다.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결혼이 온갖 조용한 기쁨에 대한 깊은 권태를 가져온다고 철학자는 얘기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여성들 중에 새로운 사랑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여자는 메마른 영혼의 소유자밖에 없다고.
- P242

마음이 사랑으로 불타올랐지만 머리가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단 일 분도 쉬지 않고 되뇌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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