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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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스 파리 출신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었다. 중학교 때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 속, 그때 고전을 읽던 내 수준과는 비교도 안되는 이 향상됨.. 더 깊어지고 넓어진 나의 독서 인내에 대해 감탄하며 고전 읽기의 행복에 또 하나의 작품을 보탠다. 

열두 살이 채 안된 나이로 아버지를 잃게 된 파리에 살던 소년 '제롬'이 2년 후 어머니와 함께 여름을 보내려고 늘 가던 외삼촌 댁에서 가정사의 불운이 가져다준, 슬픔과 감상으로 인해 성숙해 버린 그에게 두 살 연상의 사촌누나 '알리사'를 다시 발견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고, 시를 읽어주며  사랑에 눈 뜨는 이야기이다.

'알리사'는 차분하고 성숙한 아름다움이,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는 밝고 쾌활한 아름다움이.. 역시 아름다운 엄마 '뤼실 뷔콜랭'에서 비롯되는데, 그 엄마는 그런 삶에 만족해하지 못하고 나른해 하다가 어느 장교와 함께 도주를 해버린다. 그로 인해 외삼촌은 몹시도 괴로워하고 성숙한 '알리사' 역시 아빠를 위로하는 일, 동생들을 헤아려야 하는 책임감을 갖게된다.

엄마의 가출 이후로 교회에 가게 된 '제롬'과 '알리사'는 목사의 설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를 듣게 된다. '제롬'은 '알리사'를 위해 나 자신을 無로 돌리고, 내 안에 남아있는 모든 이기적인 것을 버리는 것이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제롬'은 계속 공부를 하게 되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고 군 복무도 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 휴가 때 그녀의 집이나, 그 근처 이모집에 머물게 되면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긴 시간 동안은 서로 편지를 나눈다. '알리사'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한다고, 때론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너에게 어울리는 여자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동생보다 나중에 결혼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제롬'을 밀쳐내면서 또 멀어질 것을 아파하면서 종교적인 聖스러움에서 모든 위안을 얻으려 한다.

'제롬'은 때론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면서 자신의 공부를 끊임없이 해 나간다. 그녀의 알 수없는 도망침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과장된 사랑이 '알리사'가 아닌 환영을 사랑하는 건지, 상상적인 어떤 인물을 사랑한 건지, 예전의 그녀 '알리사'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는다. 

교도 금욕주의적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두 주인공의 사랑은 편지와, 짧은 대화 안에서 과장되고, 거룩해지고, 인내하고, 가혹해지고, 절대적으로 그리워하다가 끝을 맞이한다. 절대적인 이유(죽음)로 인해서..

그녀는 그에게 길들어진 자신의 독서 편력과 생각들을 깨닫고는 종교적인 책과 사유로 그것들을 밀어내며 그 없는 삶을 준비했다. 그녀의 죽음 이후 전해 받은 일기를 통해 '제롬'은 그녀를 더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불어닥친 시련과 함께 시작된 사랑, 아버지를 잃고, 또 어머니를 잃은 '제롬'과 불명예스러운 어머니의 가출로 인한 '알리사'의 사랑은, 서로를 거룩하게 여기며, 거룩해야 함을 상대에게 기대하며 몸과 함께 성숙해 나간다. 결핍은 남다른 감수성을 부르고, 그 감수성은 절대적인 사랑을 부르고, 그 사랑은 행복보다 성스러움을 찾게 된다. 

 의 뒷면에 이룰 수없는 사랑을 영적으로 승화했다고 씌어있는데, 그 밑에 또 사랑을 일종의 방임 상태에 놓아둔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며.. 짧지만 행복한 독서를 마친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부 터이다. 아마 나의 감수성, 집안의 불행과 내 자신의 슬픔 때문이 아니라면 적어도 어머니의 슬픔을 보아서 그런지 몰라도 몹시 자극을 받은 감수성은, 내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나는 상당히 조숙한 아이였다
- P10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 P23

나 자신을 억제한다는 것은, 남들이 자기 자신에 탐닉하는 것과 마찬 가지로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 이었고, 나를 얽매어놓았던 이러한 엄격한 규율도 나를 싫증 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쭐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미래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행복 자체라기보다는 행복을 얻기 위한 그 끝없는 노력이었다.
- P26

내가 거의 즐거운데 대해 나 자신이 몹시 놀랐다. 이제 더 이상 삶에 대하여 바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만 하나님만으로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고, 또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하실 때, 비로소 그 뛰어난 것을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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