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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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프랑스에서 먼저 발표된 소설이고, '다이 시지에'의 첫 번째 소설이다. 그는 영화감독이며 이 책도 영화로 만들었다한다.

중국의 문화혁명기 인민의 적으로 분류되어 '하늘 긴꼬리닭'이라는 산으로 보내져 무식하고 미개한 농민들에게 재교육을 받아야 했던 의사의 아들 17세의 '나'와 치과의사의 아들인 18세의 '뤄'.. 이 두 사람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이야기이다.

그 시기엔 배운 자들, 가진 자들을 모두 인민의 적으로 몰아붙이고, 모든 책이 금지된다. 이 두 청년은 아편 농사나 짓고, 대부분 문맹인 이 마을에서 그들의 평가를 받아 재교육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열심히 노동하기도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어 장난감으로 여긴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 소나타를 마오쩌둥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연주를 하고, 자명종 시계를 조작하여 시간을 늘리면서 우롱하기도 하며 지낸다.

곳 '하늘 긴꼬리닭'이라는 산은 한때 중국 최초의 동성애자 황제가 연인이었던 환관에게 선물했던 곳으로 100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각각 흩어져서 재교육을 받는 중이다. 그 마을 사람들은 책은커녕 영화도 본 적이 없어서 그들의 바이올린 연주와 영화 이야기 듣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그리고 두소년에게 두 시간동안이나 걸어가서 중학교 운동장에서 영화를 보게 하고 다시 두 시간을 걸어와서 그들에게 자신들이 본 영화를 구전으로 상영케 하는 임무를 주기도 한다. 그중 북한의 영화 '꽃 파는 처녀 이야기'도 나온다.

불안한 미래와 고된 노동에도 지쳐 가지만 그들은 늘 기발한 일들을 도모하며 지내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그 마을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느질 처녀'의 발견이다.

그때는 옷감을 끊어다가 재봉사를 불러서 머물게 하면서 자신들이 디자인하여 옷을 만들게 하는 시대로 재봉사는 마을을 돌아 다니며 일을 하고 온 마을은 그가 머무는 동안이 축제 기간이나 다름없다.

그녀는 재봉사 아버지를 둔 덕에 좋은 손재주를 지니고 비교적 윤택한 삶을 사는 편이다.

그녀의 아버지 재봉사도 그녀도 그들이 들려 주는 책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 듣기를 매우 즐기게된다.

그들의 또 한 친구인 '안경잡이'는 작가인 부모를 두어 재교육을 받는 중인데, 그의 비밀스런 가죽 가방에 든 '발자크'를 비롯한 서양 책들을, 갖은 고생과 기발한 도모 끝에 갈취하여 굶주린 배를 채우듯이 독서하고, 또 그녀와 아버지에게 이야기로 들려준다.

9일 동안 낮에는 바느질하고, 밤마다 계속되는 '몽테크리스토 백작 이야기'와 기상천외한 촌장의 이 치료 에피소드, 외설스런 민속음악의 수집 차 조약돌을 안주 삼아 먹는 노인과의 대면, 말라리아 병간호 등, 책을 읽는 도중 안타까움과 경이로움, 위로, 웃음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암울한 시대 암울한 이야기의 유머 코드가 진지하게 울려 퍼진다.

그리고 '뤄'가 바꾸고 싶어 했던 그 아름답지만 미개한 바느질 처녀는 '뤄'와 '발자크'를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보바리 부인'에 나오는 속옷을 만들고 하얀 운동화를 갖게 되면서 '뤄'의 바람대로이지만, 그보다 넘어선 결심을 하게 된다. '뤄'는 한밤중 분노의 분서(焚書)라는 의식을 치른다.

국의 문학을 읽으려면,, 문화대혁명속 중국을 보는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내게 중국문학에 관심이간다며, 추천을 원한다면 이책부터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위화나, 모옌, 루쉰 책들의 일맥상통하는 비장한 해학의 기저를 알수 있다고ᆢ 그것도 어렵지않고 조금은 가볍게..


 

그런데 갑자기 그 작은 책은 침입자처럼 나에게 욕망과 열정과 충동과 사랑에 눈을 뜨라고 말하면서, 그때까지 고지식한 벙어리에 지나지 않던 내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 P80

뤄가 읽어주는 소설을 듣고 있으면 급류의 찬물로 잠수하고 싶은 욕망이 일었어, 왜냐고? 욕망을 채우고 싶어서 지! 때론 가슴에 담은 것을 입 밖으로 말하지 않고는 도저히 배길 수 없을 때가 있잖아!
- P197

불을 붙이는 이는 저명한 치과의사의 아들 뤄, 위험한 낭떠러지 옆 통로를 엉금엉금 기어서 건너간 낭만적인 연인이며 발자크의 숭배자, 그는 지금 웅크리고 앉아 불길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한때 우리에게 소중했던 등장인물과 표현들이 춤추다 재로 변하는 불길에 매혹되어 있었다. 그는 울었다 웃었다 했다
- P242

"물론 미래가 없는 몹시 서글프고, 힘든 시기였어요. 하지만 중국 민족은 좀 다른 사람들이에요. 마오쩌둥이 주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동쪽의 어느 나라처럼 살풍경하지 않았어요. 사회체제는 늘 가혹했는데도 사람들은 착한 아이로 남아 있을 줄 알았지요. 그들은 삶의 기쁨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고, 공산주의도 그것만은 결코 뿌리뽑지 못했지요."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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