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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술은 진짜 모르겠더라 - 난해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
정서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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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면,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요즘 미술'이라고 불리는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얘기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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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자연 풍경이나 인물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그림들을 더 많이 접해왔던 것이 사실이었고. 미술을 전공했던 대학교 시절, '추상적'으로 표현해야하는 현대 설치미술 과제가 당시 인생 최대의 난관이었음이 떠올랐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하는 그림 작업들이 오히려 훨씬 심적으로 편했고 재미있었기에, '현대미술은 = 나랑 안맞는 미술'로 지금껏 생각해왔다. 그러나 난해하다고 기피했던 '현대미술'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흥분이 되었다. 역시, 무슨 공부든 개념이해가 먼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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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고, 각각의 키워드를 통한 개념 이해와 맥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 키워드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것은 마치 전시실을 옮겨가며 관람을 안내받는 느낌까지 들어서 설레었다. 특히 큐알코드로 전시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함께 감상한다면, 더욱 생생하게 미술을 이해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평소 비교적 익숙한 미니멀리즘이나 팝아트보다는 정말 '이게 뭐야!' 싶었던 페미니즘과 퍼포먼스 아트가 오히려 인상적이었고, 가장 와닿았던 키워드는 #인류세 와 #포스트휴먼 이었다. 꼭 큐알코드로 함께 감상해야 이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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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서 '추상'은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어떤 '본질'이나 내면의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을 이해하면 조금 쉬울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평면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의 원리를 극단적으로 추구해 '사물'을 전시장 안으로 가져오는 식의 작업을 의미하고,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들이 모두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관람객의 지각과 체험'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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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아브라모비치가 표현한 <퍼포먼스>아트 중에서 <예술가가 여기 있다>는 700시간에 걸쳐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작가가 옛 연인과 조우하는 장면으로 유명한데, 아무말 없이 서로의 눈빛만을 주고 받다가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각본없는 리얼한 장면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고. 이런 아트의 힘은 일반적인 예술 작품보다 훨씬 강한 충격과 '변환의 힘'을 가진다는 것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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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스크린이라는 제작 방식으로 팝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앤디 워홀' 외에 만화를 차용하고, 문자를 조형 요소로 활용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넘은 새로운 공간으로 예술이 확장되는 <장소 특징적 미술>들도 흥미로웠다. 덕수궁 연못에 설치된 아름다운 목걸이가 사실은 상처를 간직하는 오브제이자 애도를 건네는 작품이라는 <장 미셸 오토니엘: 정원과 정원>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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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담론으로 '인류세'를 빼놓을 수 없는데, 미술이 환경문제나 현실에 처한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하고, 깊은 비판적 성찰에 이르게 한다는 점, 어떤 면에서는 활자보다도 더 강렬하게 문제인식을 제기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동시대 세계 정세나 자본주의, 철학, 역사, 과학 등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요즘 미술의 특징과 대표작들이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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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나요? 좋은 미술을 '응?'에서 천천히 '와아!'로 옮겨가는 경험을 만끽하고 싶으시거나, 나만의 미술 취향을 덤으로 가져보고 싶으시면 이 책을 한번 펼쳐보세요! 이젠 현대미술을 감상해도 전혀 두렵지가 않을 것 같네요. ☺️ (울렁증 극뽁!!)
*부록에 미술시장의 구조, 미술품 가격 형성 과정, 아트 컬렉팅도 실려있으니, 너무 알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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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