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에 나가면 인간은 점점 더 세분화된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자신이 하는 일의 맥락을 가족도, 오래된 친구도, 연인도 전부 이해해주기 어렵다. 대학 친구는 이상하게 설명이 적게 필요하고, 같은 학교에서 같은 시절을 통과한 사람들끼리는 최소한의 배경 정보가 공유되어 있다. 의대 친구들, 로스쿨 인맥, 공대 선후배, 같은 업계로 진출한 상경계열 동기들 등 이런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촘촘해진다. 사회에 나간 뒤에도 계속 비슷한 문제를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시장을 보고, 같은 뉴스를 보고, 같은 불안을 느끼고, 그 공통된 현재가 관계를 유지시킨다. 같은 대학 친구라도, 어느 학교를 다녔느냐에 따라 관계의 질과 수명이 달라진다. 좋아했던 공동체에서 맺은 관계는 오래 간다. 관계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친밀감이 아니라 그 친밀감이 만들어졌던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이기도 하다. 학교 만족도가 높은 대학일수록 동문 관계가 오래 가는 건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