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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인류 - 어른의 쓸모에 대해 묻다
빈센트.강승민 지음 / 몽스북 / 2018년 11월
평점 :
인간에게 '쓸모'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인간 존중이 사라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다. 인간을 두고 쓸모를 운운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이고 인간성을 무시하고 비판하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쓸모 있든, 쓸모 없든 인간에게 사물의 '쓰임새'를 붙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이 <쓸모인류>가 어떤 내용일지, 기계 문면에 찌들린 인간이 점점 할일이 없어지고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그런 걱정을 담고 있지는 않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쓸모인류>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쓸모인류>의 주인공 '빈센트'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혼혈로 하와이에서 자랐고 은퇴 후 한국으로 와 살게 된다. 우선 전혀 한국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쓸모인류>의 빈센트에 더욱 흥미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우선 가장 먼저 끌였던 것은 빈센트가 생각하는 '공간'의 개념이다. 이 공간에 대한 생각은 인생 전체와 인생관과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는데, 먼저 빈센트가 생각하는 '공간=집'은 한국적인 집과 다르다. 사람이 '사는(live)' 공간이 집이지만 한국에서 '사는(buy)' 공간이 집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집에 집착한다. 집의 소유 유무가 사회적인 평판이고 재산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 그곳에서 행복을 얻는다면 소유의 유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물이나 장소에 이름을 지어 부르고 아지트와 같은 공간을 만든다면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불안과 걱정이 아니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인생까지 즐겁지 않을까.
또 책을 읽다보니 빈센트가 참 재밌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으로 이사올 때 가지고 온 짐도 아주 정리정돈을 깔끔하게 했지만 작은 물건 하나도 아주 살 때 신중하다는 것이다. 쇼핑을 할 때 오래 쓸 물건을 고른다고 한다. 디자인이 좋고 가격이 정직하고 오래 쓸 수 이쓴 것으로 잔고장이나 관리가 편리한 것을 고르는 것이 쇼핑의 기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물건을 사용하면서 사연이 생기고 오래 간직하고 사용할 수 있다. 빈센트는 한국의 한옥에 살고 있다. 직접 요리도 하고 집도 수리하면서 67세라는 나이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에너제틱'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런 삶이 진정한 은퇴자의 삶은 아닐까 싶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할 어려움도 있지만 이 어려움을 오히려 더 즐기고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