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리셋 - 일과 삶을 내 편으로 만드는 하루 설계법
홍혜진 지음 / 밀크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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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루틴 리셋』에서 내가 뽑은 책 속 한 줄은 "루틴의 목적은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성이다"였다.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루틴은 있지만, 루틴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못 지키는 날엔 어김없이 자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루틴의 목적이 완벽함이 아니라 지속성이라면, 늦잠을 자거나, 중간에 포기했더라도, 다시 계속하면 된다는 말 아닌가. 중요한 건 한 번도 빠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리고 넘어져도 다시 이어가는 꾸준함이었다. 그 지속성이 루틴의 진짜 의미였다. 


루틴이 없으면 막 사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뜨끔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루틴만 있지, 매일 별 계획 없이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삶은 늘 제자리인 걸까? 뭐가 잘못된 건지 나도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가 실제 경험한 방법들이라, 실천하기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나는 시간 블록화와 감정 일기 쓰기를 실천했다. 매일 아침에 오늘 할 일을 적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업무 리스트는 직장인의 업무와는 다르지만, 주부인 나도 비슷하게 실천하고 있다. 집안 일과 그날 해야 할 일을 적어 두고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면 작은 일이지만 기분이 좋았다.



1. 루틴이란?

자기 시간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나를 성장시키는 의식적인 반복으로, 루틴이 있으면 선택의 피로가 줄어든다. 언제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두면, 판단과 선택에 쓰이는 에너지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패턴이 반복되면 뇌는 편안함을 느끼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한다.


루틴이 생기면 업무도 점점 체계화되고 개선되며, 판단력과 실행 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업무 역량이 된다. 루틴은 역량이 안정적으로 발휘되게 돕는다. 결국 루틴은 하루를 우연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설계하는 힘이며, 그 작은 반복이 쌓여 신뢰받는 나를 만든다. 



2. 루틴 리셋

『루틴 리셋』의 원칙은 환경을 이해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맞지 않는 것을 비우는 것이다. 그래야 루틴이 리셋돼서 다시 현실에 맞게 작동한다.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루틴은 고정된 게 아니라 삶의 변화에 따라 계속 고치고 발전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루틴 점검은 책 속 예시처럼 표로 정리해 보는 것이 훨씬 명확하다. 자신의 루틴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루틴을 리셋해 보자. 루틴의 핵심은 꾸준함이다. 처음엔 10~15분도 충분하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확보하다 보면 해야 할 일 이 아니라 하고 싶은 시간으로 바뀐다. 하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해진다. 


저자는 출근 전후 30분이나 점심 후 30분 중 하나만 택해서 30분 루틴을 시작하길 권한다. 중요한 건 스스로 선택하고 약속을 지키는 경험이다. 감정은 변하지만 정해진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루틴은 변하지 않는다. 루틴이 있는 사람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관리한다.



3. 아침 루틴

아침 루틴은 전날 밤에 결정된다. 충분한 수면과 전날 자기 관리가 아침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 첫 3분이 중요하다.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보는 대신 스트레칭이나 이불 정리 같은 간단한 행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알람이 울리면 단 3분이라도 나를 위한 루틴을 선택한다.


저자처럼 전날 밤에 아침을 준비해 놓는 루틴도 좋다. 아침을 챙겨 먹으니 속이 편안해지고 오전 감정 기복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책에 있는 아침 빈속에 좋은 음식들을 참고해서, 아침 식사를 꼭 해보자. 바쁘지만 나를 챙겼다는 확신은 하루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저자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끄적이던 메모를 통해 이 책까지 출판하게 됐다고 한다. 출근 시간도 루틴으로 만들 수 있다. 학습 루틴, 생활 정리 루틴, 책 읽기와 글쓰기 루틴 등 길 위의 시간을 다시 써 보자. 



4. 업무 루틴

업무 시작 전 3분 정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5분이나 10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루틴으로 만들면 꾸준한 학습이 가능하다. 영단어 5개 외우기, 책 한 페이지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 기록하기처럼 짧은 실천이 쌓여 장기적인 변화를 만든다.  


115쪽에는 지그지아닉 효과(Zeigarnik Effect)에 대해 나온다. 끝내지 못한 일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현상이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을 적어두기만 해도 불안이 줄고 지금 하는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한다. 


천재는 기록하고 범인은 기억한다. 저자도 머리를 믿지 말고 메모를 믿으라고 말한다. 머리는 생각하는 곳이지, 저장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모하면 중요한 판단과 실행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다.


집중이 필요한 일은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 배치하는 것이 시간의 블록화다. 이 시간 블록화를 통해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미리 정해 두면 급한 일이 생겨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급한 일이 항상 중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루틴은 하루의 우선순위를 지키게 해 주는 기준이 된다. 


루틴이 있는 사람은 하루를 주도적으로 운영한다. 퇴근 전 30~40분을 정리 시간으로 확보하기, 이메일과 메신저에 즉시 반응하지 않는 습관 들이기, 결론부터 말하는 소통의 기본 루틴 익히기, 일주일에 2번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밋미(meet me)타임 만들기 등 실천 방법도 알아본다. 



5. 퇴근 후 루틴

퇴근 후에는 나만의 노트를 쓴다. 새롭게 알게 된 정보, 작은 팁, 실수에서 얻은 교훈, 예외적으로 처리해야 했던 사례까지 빠짐없이 기록해 두면 나중에 이 노트를 덕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오늘의 경험은 오늘 정리한다는 원칙이다.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최대 40%까지 떨어뜨리는 만큼 퇴근 후는 많이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를 꾸준히 하는 시간이다. 내가 기쁘고 속상했던 감정을 위주로 기록하는 감정 일기도 유용하다. 한두 줄이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내 감정의 패턴이 보이고, 긍정적인 감정은 배가 된다. 


짧고 단순한 루틴이라도 매일 반복하면 하루의 중심이 생기고 마음에 숨통이 트인다. 루틴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선택이다. 내가 만든 작은 루틴이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가 쌓여 인생을 바꾼다. 루틴은 나를 챙기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만들어 준다. 이제 나만의 루틴을 리셋해서 하루의 주도권을 되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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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명카피 필사 노트 - 恋が終わってしまうのなら、夏がいい。사랑이 끝나버릴 거라면, 여름이 좋다. 일본어 명카피
정규영 지음, 김수경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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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시 필사와 종이책이 사랑받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주는 극심한 '눈의 피로'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청광 차단 안경을 쓰고, 폰도 편안하게 화면 보기 모드로 바꾸고, 눈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눈의 피로감은 줄지 않는다. 게다가 30대에도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노안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눈이 편안한 종이책으로 돌아가 문장을 직접 손으로 옮겨 적으며 디지털이 줄 수 없는 휴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잠깐 영상을 본다는 게 한두 시간 훌쩍 넘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내가 뭐 하는 건지 본인도 화가 난다. 한 글자, 한 문장에 집중하며, 글씨 안 틀리려고 정성을 들였더니 필사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했다. 쓰기 명상이 이런 건가 싶다. 


나는 책에 바로 필사하지 않고, 먼저 연습장에 한번 써 본 다음 썼다. 가로쓰기 대신 세로 쓰기로 연습하면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기분 전환도 된다. 미리 연습하고 책에 쓰니까 틀린 글자 없이 더 잘 써지는 듯?


일본어는 원래 위에서 아래로 쓰는 종서(縱書)였다. 하지만 요즘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횡서(橫書) 책도 많아진 것 같다. 새로 쓰기와 같이 색다른 자극은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데도 좋다고 하니 세로로 써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의 특징은 오른쪽 페이지 하단에 왼쪽 일본어 원문의 밑줄 친 부분이나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일본어 표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つづく는 단어 하나로도 시간, 관계, 세대라는 큰 흐름을 담아낼 수 있는 표현입니다"라는 설명이 광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단어 하나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이런 해석에서 30년 가까이 광고를 만들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규영 저자의 내공이 드러나는 것 같다. 


14페이지에 보면 運命を変えるのもありじゃないか(운메이오 카에루노모 아리자이카)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46페이지에 밑줄 쳐져 있는 美しくしているんじゃないだろうか?(우츠쿠시쿠 시테이룬쟈 나이다로-카)의  ~んじゃないだろうか? 를 줄인 ~んじゃないか?(은쟈나이카)라는 표현이 익숙해서 왜 이런 표현을 썼나 궁금했다. 


15페이지에 저자의 해설을 보고ありじゃないか는 "있는 거 아니야?"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런 선택도 멋지잖아? 재밌을 것 같은데"라고 부드럽게 제안하는 뉘앙스로 쓰였다고 한다.


만약 이런 설명이 없었다면?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무심히 베끼기만 했을 것 같다. 저자의 해설 덕분에 일본어 표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요즘 일본에서는 이런 말을 이런 뉘앙스로 쓰는구나 하는 트렌드까지 알 수 있었다. 


필사는 그저 베끼는 일이 아니다. 문장에 담긴 감정과 생각을 손끝으로 느끼며 옮기면서, 나만의 시간을 채우는 과정이다. 일본어를 필사하면, 한자도, 단어가 가진 뜻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저자는 이전에도 광고 카피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그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일은 독자들의 필사 인증샷이었다고 한다. 매일 한 페이지씩 옮겨 쓰고 낭독하는 주부, 멋진 캘리그래피로 하나의 작품처럼 표현한 학생, 그날 와닿는 문장을 골라 필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회사원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갔다. 


그래서 한 줄짜리 헤드라인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의 결을 느끼며 써볼 수 있도록 바디카피까지 좋은 카피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책이 탄생했다. 『일본어 명카피 필사 노트』에는 1980년~2020년까지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100 편이 실려있다.


신문, TV, 포스터, 온라인 등 모든 매체와 식음료, 뷰티, 생활용품부터 통신, 제조,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부끄러울 치(恥)자 오른쪽 마음 심자를 어떻게 쓰나 궁금해서 네이버 한자 사전 획순 보기를 따라서 써봤다. 일본어는 보통 음성이나 타이핑을 쳐서 한자를 손 글씨로 쓰려니  耳와 心 두 글자를 합쳐서 한 글자처럼 쓰기가 어려웠다. 한자 사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디지털 기기로 인해 흩어진 집중력을 되찾고, 손끝에서 시작되는 쉼의 시간을 느껴보자. 일본어 실력이 느는 것은 물론 실제 세상도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천천히 조금 더 여유로운 나와 마주하며 언어가 내 마음을 두드리는 예술이 되는 순간을 느껴보자.


이 책 맨 끝에 있는 내 마음에 남는 문장 하나는, 우리 모두 이 세상에 너무너무 잘 태어났다는, 우리 모두 태어난 것만으로도 최고라는 문장이었다.🎂인생을 위하여 건배!


生まれただけで、最後なのだ。人生に乾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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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 어떻게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날 것인가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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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비판적 사고의 전도사인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José Carlos Ruiz)의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을 읽고 나는 바로 OTT 구독 서비스를 해지했다. 이제까지 스크린에서 쉼과 위안을 얻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하이퍼 모던 시대가 만들어 낸, 끊임없이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장치인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스크린의 노예로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내 안의 무언가가 깨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스크린 보는 시간을 줄이자, 이상하게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미완성된 존재들(Incompletos) 정도로 번역되는 이 책의 원제처럼 우리는 원래 불완전한존재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TV 등 수많은 화면(옴니 스크린)을 통해 완벽한 행복의 모습만 보여준다. 그 결과 우리는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연출되는 행복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게 되었다.


저자는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우아함이라고 말한다. 우아함은 화려함이 아니라 의심하는 힘이다. 나는 이 책을 우아함을 잃어버린 삶 vs 우아한 삶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수많은 화면이 쏟아내는 가짜 행복(포스트 행복)을 믿지 말고, 내 안의 진짜 가능성(뒤나미스)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춰 생각해 보자.



<우아함을 잃어버린 삶>

나는 멀티태스킹이 능력인 줄 알았고, 늘 휴대폰과 TV의 자극 속에서 살았다. 스트레스는 드라마 몰아보기로 풀었고, 다 보면 또 다른 재밌는 드라마를 찾았다. 의심하고 생각하기 보다 끊임없이 소비했다. 우아함을 잃어버린 삶의 대표적인 단어는 하이퍼 모던, 옴니 스크린, 포스트 행복이다.


하이퍼 모던 (Hyper-modern, 초현대성)

현대는 하이퍼 모던 사회다. 현대(modern)보다 더 빠르고(Hyper) 극단적인 시대라는 뜻이다. 지금 주문하면 곧바로 배달음식이 온다.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상품 구매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이루어지니,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우리는 늘 스마트폰에 연결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알림과 메시지에 끊임없이 반응하며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자유를 잃는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비슷한 콘텐츠만 반복해 보여 주고, 결국 필터 버블(정보 편향)에 갇힌다.


옴니 스크린 (Omniscreen)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컴퓨터와 TV, 태블릿 등 여러 화면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낸다. 우리 일상은 이렇게 여러 화면에 둘러싸여 진짜 세상을 볼 틈이 없다. 이렇게 일상 곳곳에 스크린이 존재하는 환경을 옴니(Omni, 모든, 어디에나 있는)스크린이라고 한다.


삶의 거의 모든 곳(Omni)에 화면(screen)이 있다. 우리는 현실보다 화면 속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믿게 된다. 스크린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주고, 우리 시선과 생각을 계속 붙잡아 둔다. 몸은 누워서 쉬고 있지만 뇌는 계속 자극을 처리해야 하니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 


옴니 스크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럴이다. 화면 속 콘텐츠는 공유와 추천을 통해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깊이 있는 내용보다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콘텐츠가 더 주목받는다. 사람들은 현실의 지루함을 잊기 위해 스크린 속에 빠지고, 스크린은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포스트 행복 (Post-happiness)

SNS나 블로그에 포스팅한다고 할 때 포스트(post)는 게시한다는 뜻이다. 포스트 행복은 이렇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행복을 말한다. SNS에는 보통 맛있는 음식, 즐거운 여행 등 행복한 모습만 올라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슬프거나 힘들어도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렇게 만들어진 행복은 진짜 감정이 아닌 포스트 행복이다.


사람들은 내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고민하기 보다 남들에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더 신경을 쓴다. 행복은 더 이상 철학적 주제가 아니라, 남과 비교하고 소비되는 이미지가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런 포스트 행복을 의심하고 행복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우아한 삶>

지금 우리는 정신적 빈곤 상태에 있다. 물질은 넘쳐나는데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난 뭘 할 때 즐겁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처럼 나는 계속 심심하다. TV나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하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힘이 우아함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보는 일이 당연한가? 주말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는 것이 진정 내가 원한 삶이었나? 나는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 당연한 것을 의심할 때 비로소 내 삶에 대한 주권이 생긴다. 스크린에 빠져, 내 안의 진짜 가능성인 뒤나미스(Dynamis)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뒤나미스는 그리스어로 잠재력,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내면의 힘이다. 도토리 안에 커다란 참나무가 될 힘이 숨어 있듯, 우리 안에도 아직 꺼내지 못한 힘이 있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OTT 구독을 해지한 것 역시 뒤나미스가 아닐까?


우아함의 반대는 촌스러움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삶이다. 우아한 삶은 많은 정보를 쌓아두지 않고 하나를 깊이 보며 자신의 잠재력인 뒤나미스를 깨운다. 우아한 사람은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여지를 늘 열어두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새롭다. 지나치거나 과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니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런 우아한 사람이 되려면 먼저 화면을 꺼야 한다. 스크린을 보는 동안 나는 생각하는 힘을 잃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너무 재밌어서 행복하다고 느꼈는데, 화면을 끄면 그 행복감은 금방 사라졌다. 내 안에서 나온 행복이 아니라 잠깐 소비되는 자극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스크린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다. 독서를 통해 생각을 천천히 깊게 하며 나 자신을 조금씩 바꾸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생각하고 읽으며 나만의 우아한 행복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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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 어떻게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날 것인가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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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렵지만 천천히 읽음 이해가 돼요~ 저처럼 스크린과 멀어져 보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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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한 원칙
리처드 템플러 지음, 이문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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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까? 이것이 『부모를 위한 원칙』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다. 아이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책이 내가 아들 키울 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들은 게임에 빠져 있고, 나는 열받고, 사춘기 때 얼마나 힘들었나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실수와 나쁜 습관을 돌아보고,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한 좋은 습관을 배우게 될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109가지 원칙은 저자가 많은 부모에게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들만 뽑은 것이다. 아무리 현명한 부모라도 실수는 한다. 하지만 좋은 부모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실수했는지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책이 더 유용한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원칙 중 나만의 <베스트 10>을 뽑아 봤다.


1. 느긋한 부모가 좋은 부모다

최악의 부모들은 다들 무언가에 늘 전전긍긍한다. 돈 걱정, 미래 걱정으로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진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우기 때문이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도 세상을 불안한 곳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만족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부모의 행복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2. 당신만의 삶을 지켜라

나도 이 원칙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되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그래서 아무리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고 바빠도 내가 좋아했던 일 중 일부만이라도 할 시간을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 그래야 자식이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난 뒤에도 자신의 삶과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이걸 가장 못 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취미도, 내 시간도 사라졌다. 내 취미와 내 시간이라는 게 있었나 싶다. 아이가 독립하고, 이제서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독서를 통해 찾고 있다.


3. 함께하는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라

아이가 이야기할 때 건성건성 대답하면 안 된다. 이건 모든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나도 남편이 TV를 보며 대충 대답할 때마다 기분 나쁜데 아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아들은 어디서 배웠는지 내가 말을 꺼내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집중해 준다. 그 작은 행동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저자는 아이와 함께 할 때는 다른 모든 것을 멈추고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라고 한다. 집중은 쉽지 않다. 중간에 말을 끊거나 대충 듣게 되는 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집중하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서 생각보다 훨씬 큰 기쁨을 얻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4. 감정적으로 협박하지 않는다

"네가 부족한 게 뭐 있니?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데?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니?" 이런 말들은 감정적 협박이다. 아이의 감정보다. 부모의 감정을 앞세우는 말로, 아이에게 죄책감만 심어주는 나쁜 말이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너한테 투자한 돈이 얼만데 공부를 안 하니"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본전 생각날까 봐 영유도 안 보내고 사교육을 멀리했다. 그때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왜 학원을 안 보내줬냐"라는 원망을 듣기도 했다. 부모의 선택이 늘 옳을 수는 없나 보다. 


투자한 만큼 돌려받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아이는 부모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부모가 감당해야 할 감정을 아이에게 풀면 안 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분풀이할 권리가 없다.


5. 실패를 인정하게 하라

아이들이 자기 성과에 만족하지 못할 때, 부모가 먼저 "왜 이것밖에 못 했니?"라고 다그치면 아이는 움츠러들기만 한다. 대신 "일이 어떻게 된 것 같니?"처럼 아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그랬니? 내가 속상해서 못 살아 증말" 이런 말 쓰면 안 된다.


실수했을 때 "넌 그냥 운이 나빴던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좋지 않다. 위로가 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에게서 배울 기회를 빼앗는 말이다. 스스로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다음에 그런 실망감을 맛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야 한다. 판단보다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6. 잔소리꾼이 되지 마라

우리가 흔히 하는 잔소리 속에는 짜증이 배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반감을 사는 것이다. 게다가 잔소리가 심해지면 아이의 행동보다 아이 자체를 겨냥한 잔소리가 된다. 문을 안 닫았다는 사실에 "넌 도대체 문을 닫을 줄 모르는구나"라고 말하면 아이를 비난하는 잔소리가 된다. 그러면 아이의 행동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긴 시간을 거쳐야 어떤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스스로 알아서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아이가 햄스터에게 먹이 주는 것을 깜박하면, 햄스터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아이의 몫이지만 아이가 그 일을 하도록 상기시키는 일은 당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잔소리는 멈추자. 


7. 감정을 억압하지 마라

모든 아이에게는 강렬한 감정이 있으며, 그 감정은 표출되어야 한다.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화를 낸다고 아이들을 야단치는 부모들이 있다. 어떤 분노는 정당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질책 받지 않고 자신의 정당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익혀야 한다.


싸움을 해보지 않고 자란 사람들은 싸움을 하고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이든 아이든 울고 있는 사람에게는 '울지마'가 아니라 "그래 실컷 울어라, 후련해질 때까지 울어라"라고 말해주는 거다.


8. 믿고 내버려두어라

이건 아이뿐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믿고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할 텐데, 과한 걱정이 관계를 악화시킨다. 모든 십 대는 부모가 바라지 않는 일들에 노출된다. 이는 불가피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거라고 믿는다면 그 믿음이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부모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고함을 지르지 않고 침착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에 또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가 바라는 쪽으로 문제가 풀릴 것이다. 십 대 아이는 모두 속 긁는 말을 하는데 도사다. 거기에 넘어가지 말자.


9. 아이를 언제나 최우선으로 하라

모든 의사결정에서 아이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사실은 아이도 알게 해줘야 한다. 말로는 아이가 최우선이라고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거나 바쁠 때 아이가 뒷전이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낀다.


물론 아이도 어려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때로는 예전처럼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할지도 모르지만, 잘 알려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여전히 부모에게는 최우선임을 알고 있다.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은 아이는 자신감 있게 살아간다.


10. 조언을 구해올 때까지 기다려라

아이가 성인이 되면 부모는 뒤로 물러서야 한다. 물러섰으면 자꾸 끼어들면 안 된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조언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요청하지 않으면 절대 조언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청한 문제에 대해서만 조언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녀는 이미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잦은 개입은 도움이 아니라 간섭이 된다.


조언의 최고봉은 질문하기다. 자녀가 일자리를 제안받고 조언을 구한다면, 그 일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건 조언이 아니다. "그 일이 왜 좋아? 출퇴근 시간이 길어도 괜찮겠니?" 같은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고 결정하도록 질문을 통해 도와야 하는 것이다.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을 믿고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모에게 더 큰 기쁨은 없지 않을까?


p.397한번 부모는 영원한 부모다. 자녀는 영원히 부모를 사랑할 것이며, 부모도 그 사실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 든든한 믿음은 삶에서 크나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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