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명카피 필사 노트 - 恋が終わってしまうのなら、夏がいい。사랑이 끝나버릴 거라면, 여름이 좋다. 일본어 명카피
정규영 지음, 김수경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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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다시 필사와 종이책이 사랑받고 있다. 디지털 세상이 주는 극심한 '눈의 피로'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청광 차단 안경을 쓰고, 폰도 편안하게 화면 보기 모드로 바꾸고, 눈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눈의 피로감은 줄지 않는다. 게다가 30대에도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젊은 노안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눈이 편안한 종이책으로 돌아가 문장을 직접 손으로 옮겨 적으며 디지털이 줄 수 없는 휴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잠깐 영상을 본다는 게 한두 시간 훌쩍 넘어 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내가 뭐 하는 건지 본인도 화가 난다. 한 글자, 한 문장에 집중하며, 글씨 안 틀리려고 정성을 들였더니 필사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했다. 쓰기 명상이 이런 건가 싶다. 


나는 책에 바로 필사하지 않고, 먼저 연습장에 한번 써 본 다음 썼다. 가로쓰기 대신 세로 쓰기로 연습하면 색다른 느낌이 들어서 기분 전환도 된다. 미리 연습하고 책에 쓰니까 틀린 글자 없이 더 잘 써지는 듯?


일본어는 원래 위에서 아래로 쓰는 종서(縱書)였다. 하지만 요즘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횡서(橫書) 책도 많아진 것 같다. 새로 쓰기와 같이 색다른 자극은 뇌의 전두엽을 활성화하는 데도 좋다고 하니 세로로 써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의 특징은 오른쪽 페이지 하단에 왼쪽 일본어 원문의 밑줄 친 부분이나 단어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일본어 표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つづく는 단어 하나로도 시간, 관계, 세대라는 큰 흐름을 담아낼 수 있는 표현입니다"라는 설명이 광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단어 하나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이런 해석에서 30년 가까이 광고를 만들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규영 저자의 내공이 드러나는 것 같다. 


14페이지에 보면 運命を変えるのもありじゃないか(운메이오 카에루노모 아리자이카)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46페이지에 밑줄 쳐져 있는 美しくしているんじゃないだろうか?(우츠쿠시쿠 시테이룬쟈 나이다로-카)의  ~んじゃないだろうか? 를 줄인 ~んじゃないか?(은쟈나이카)라는 표현이 익숙해서 왜 이런 표현을 썼나 궁금했다. 


15페이지에 저자의 해설을 보고ありじゃないか는 "있는 거 아니야?"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의미로 쓰인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이런 선택도 멋지잖아? 재밌을 것 같은데"라고 부드럽게 제안하는 뉘앙스로 쓰였다고 한다.


만약 이런 설명이 없었다면?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무심히 베끼기만 했을 것 같다. 저자의 해설 덕분에 일본어 표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요즘 일본에서는 이런 말을 이런 뉘앙스로 쓰는구나 하는 트렌드까지 알 수 있었다. 


필사는 그저 베끼는 일이 아니다. 문장에 담긴 감정과 생각을 손끝으로 느끼며 옮기면서, 나만의 시간을 채우는 과정이다. 일본어를 필사하면, 한자도, 단어가 가진 뜻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저자는 이전에도 광고 카피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그때 특히 인상적이었던 일은 독자들의 필사 인증샷이었다고 한다. 매일 한 페이지씩 옮겨 쓰고 낭독하는 주부, 멋진 캘리그래피로 하나의 작품처럼 표현한 학생, 그날 와닿는 문장을 골라 필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회사원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갔다. 


그래서 한 줄짜리 헤드라인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의 결을 느끼며 써볼 수 있도록 바디카피까지 좋은 카피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책이 탄생했다. 『일본어 명카피 필사 노트』에는 1980년~2020년까지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100 편이 실려있다.


신문, TV, 포스터, 온라인 등 모든 매체와 식음료, 뷰티, 생활용품부터 통신, 제조,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부끄러울 치(恥)자 오른쪽 마음 심자를 어떻게 쓰나 궁금해서 네이버 한자 사전 획순 보기를 따라서 써봤다. 일본어는 보통 음성이나 타이핑을 쳐서 한자를 손 글씨로 쓰려니  耳와 心 두 글자를 합쳐서 한 글자처럼 쓰기가 어려웠다. 한자 사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디지털 기기로 인해 흩어진 집중력을 되찾고, 손끝에서 시작되는 쉼의 시간을 느껴보자. 일본어 실력이 느는 것은 물론 실제 세상도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천천히 조금 더 여유로운 나와 마주하며 언어가 내 마음을 두드리는 예술이 되는 순간을 느껴보자.


이 책 맨 끝에 있는 내 마음에 남는 문장 하나는, 우리 모두 이 세상에 너무너무 잘 태어났다는, 우리 모두 태어난 것만으로도 최고라는 문장이었다.🎂인생을 위하여 건배!


生まれただけで、最後なのだ。人生に乾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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