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미술산책 2 - 미술의 부활과 끝없는 탐색 쉬엄쉬엄 미술산책 2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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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2부에서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계몽사상,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을 다루며 총 167개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2부에 나오는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은 모두 외우고 싶었다. 처음 들어본 화가들 이름이 많았지만, 각자 하나의 세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 젤로가 떠오르고, 산업 혁명 이후 인상주의 하면, 마네, 모네가 떠오르는 것처럼. 


휘슬러(Whistler)가 독일 주방 브랜드 이름(Fissler)인 줄 알았더니 인상주의와 상징주의를 넘나는 화가였다. 오직 예술적 감각만이 그 자체로 진지하게 논의할 가치가 있다는 '심미주의 운동'의 지도적 인물이라고 한다.


그 후 내가 아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에 이어 에드바르드 뭉크, 바실리 칸딘스키,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알폰스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에서 앤디 워홀까지 이어지는 미술로 산책을 떠나보자.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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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1 - 역사에 무늬를 입히다 쉬엄쉬엄 미술산책 1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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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문명과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의 헬레니즘, 로마와 중세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대성당의 시대까지를 다룬다. 이집트나 유럽 여행 갈 때 미리 읽고 가면 그냥 눈으로 쓱 보고 오지 않고, 건축물과 조각들을 좀 더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림들은 거의 없고 건축이나 조각이 대부분이다. 회화의 경우 남아있는 작품이 별로 없고 기껏해야 벽화나 도기에 남아있는 그림 정도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 223까지 있는데, 고대의 흔적을 작품처럼 감상하라고 사진을 그림이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한다.


13세기 말부터 조각에서 일어난 변화를 회화에 적용하는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미술에 일대 혁명이 시작된다. 회화는 건축이나 조각에 비해 구입하기 쉽고, 옮기기도 편해서 점차 인기 있는 미술품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내가 들어 본 유명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2부는 그 출발점인 르네상스 미술부터 시작한다.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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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 미술산책 1 - 역사에 무늬를 입히다 쉬엄쉬엄 미술산책 1
고지수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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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가 전시회에 갔다. 유명한 화랑 대표에게 작품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그냥 바람이 뿜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칸딘스키는 자신의 화실에 놀라운 작품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어제 그린 자기 작품을 옆으로 놓은 것이었다.


미술 작품 감상법은 너무 쉬웠다.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술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내 마음을 느껴보면 된다는 것이다. 칸딘스키도 자기 작품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내려놨을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이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모든 작품은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고,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칸딘스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새로움을 발견한 것처럼 나만의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의 묘미다. 


모범 답안처럼 모두 똑같은 감상을 해야 한다면 전시회에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고 모두 '신비로운 미소'라고만 느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모나리자 배경에 있는 구불구불한 길이 궁금하고, 누구는 날 째려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미술 작품을 사는 사람들도 어쩌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 때문일까?


이 책의 특징은 모든 예술가들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알려준다는 것이다. 나는 마네, 모네, 밀레라고만 알았지,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장 프랑스와 밀레라는 전체 이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쩐지 예술가들을 대접해 드리는 기분이 들었다. 김홍도를 김 씨라고 부르지 않고 단원 김홍도라고 호까지 온전히 기억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이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단순히 그림을 그린 작가와 작품 이름만 쓴 게 아니라 그림이 나오는 순서대로 번호를 붙인 것도 유용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앞에 나왔던 그림을 인용할 때, 그 그림 번호를 함께 표기하니 어떤 그림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가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p.86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1488년 가족을 따라 피렌체로 이사했는데 마사초의 <낙원 추방>(그림 8)을 보고 매료되었다. 인간의 내면을 너무도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이 그의 예술혼을 깨어나게 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와 다비드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줄리앙과 아그리파 석고 두상도 미켈란젤로 작품이었다! 나도 미술 시간에 아그리파를 그려본 적이 있다. 


"성공하려면 국·영·수, 행복하려면 음·미·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국영수는 최하였는데 음미체는 모두 100점이었다. 음미체를 잘해서 늘 즐겁게 사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못 치고, 체육도 싫어하니, 행복하게 살려면 미술이라도 알면 좋겠다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1부에 223개, 2부에는 167개의 그림으로 나에게 새롭게 미술을 볼 수 있는 눈을 선물해 줬다. 나만의 느낌을 쫓아가다 보니 빨래를 널면서 바라본 하늘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활짝 웃는 아들의 모습도 참 예뻐서 행복했다. 나만의 느낌 찾기로 행복을 발견하는 눈도 조금 뜨게 된 것 같다. 그림을 보며 내 느낌에 집중했던, 나에게 딱 안성맞춤인 최고의 안내서였다.


p.8  이 책은 공부하는 책이 아니다. 언제든 생각날 때 눈에 띄는 곳을 펼치고 쉬엄쉬엄 읽어보면 된다. 암기할 필요도 없고 메모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을 열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시대의 눈과 자신의 시각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영혼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쉬엄쉬엄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면, 부담 없이 이해도 쏙쏙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3만 2천 년 전의 프랑스 쇼베 동굴 사자 벽화, 1만 5천 년 전의 라스코 동굴 벽화, 기원전 3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 미술이라는 말에 기원후 2026년을 살고 있는 나는 인류의 역사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압도되고, 그때도 사람들은 무언가 그렸다는 게 놀라웠다.


이집트 그림이 이상해 보이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머리는 옆으로 보일 때가 코와 입술 모양을 잘 표현할 수 있고, 눈과 상반신은 정면으로 그려야 잘 드러난다. 팔과 다리는 옆면에서 그려야 움직임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각 부위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표현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림의 어색함은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만의 감상과 설명을 들으며 한 시대를 이해하고, 왜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 화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미술은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면 현재의 나의 삶과 연결된다. 그시대가, 그 화가의 작품이 나에게로 와 꽃이 된다. 


모나리자를 보면서 나도 저자처럼 마크트웨인 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밀라노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을 보고 크게 실망했단 말을 듣고, 뉴욕타임스 기자가 유명한 작품을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가리켜 마크 트웨인 장애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나(Mona)는 이탈리아어로 부인을 뜻하는 마돈나의 준말이고, 리자(Lisa)는 리자 게라르 디니라는 초상화 속 모델 이름이다. 느낌을 따라가 보라고 했는데 처음 든 생각은 "눈썹을 왜 밀었지? 나병(한센병) 환자였나? 그럼에도 미소를 지었단 건가?"였다. 뭔가 고통이 있는데, 웃음으로 인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썹에 대해 찾아보니 원래는 흐리게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 지워졌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눈썹이 없어서 얼굴이 더 매끈하고 중성적으로 보여 신비한 분위기가 강해졌다. 이렇게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고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나처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 한, 모나리자는 그림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다.


이것이 이 책의 힘이다. 독자가 자신만의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조용히 뒤를 받쳐주는 것. 『쉬엄쉬엄 미술산책』은 미술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멈춰 미술 작품을 바라보라고 한다. 작품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스스로의 느낌을 발견하는 경험은, 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줬다. 예술의 숲을 산책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1부에서는 원시미술,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에게 문명과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의 헬레니즘, 로마와 중세 초기 기독교 미술, 서로마의 멸망과 대성당의 시대까지를 다룬다. 이집트나 유럽 여행 갈 때 미리 읽고 가면 그냥 눈으로 쓱 보고 오지 않고, 건축물과 조각들을 좀 더 자세히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림들은 거의 없고 건축이나 조각이 대부분이다. 회화의 경우 남아있는 작품이 별로 없고 기껏해야 벽화나 도기에 남아있는 그림 정도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 223까지 있는데, 고대의 흔적을 작품처럼 감상하라고 사진을 그림이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한다.


13세기 말부터 조각에서 일어난 변화를 회화에 적용하는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미술에 일대 혁명이 시작된다. 회화는 건축이나 조각에 비해 구입하기 쉽고, 옮기기도 편해서 점차 인기 있는 미술품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내가 들어 본 유명한 화가들이 등장한다. 2부는 그 출발점인 르네상스 미술부터 시작한다. 


"보는 법을 잊은 시대, 다시 느끼는 미술의 즐거움" -뒤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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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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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는 삶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생활에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실례를 들어 쉽게 설명한 마음챙김 가이드북이다. 마음챙김은 영문의 Mindfulness가 하나의 단어인 것처럼, 이를 번역한 '마음챙김'도 하나의 합성어로 간주하고 띄어 쓰지 않는다.


정신의학자인 저자 토니 페르난도는 부처님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심리학자이자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프로이트나  같은 서구 심리학자의 접근법보다, 가설을 세우고 직접 검증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부처님의 접근 방식에 깊이 공감했고, 더 많은 사람과 그 가르침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부처님은 집착하지 않고 가볍게 사는 법을 가르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충격 흡수 장치를 통하면 인생을 순탄하게 살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유용한지 직접 실천해 보고, 맞지 않으면 기꺼이 버리라고 한다. 자신의 가르침을 과감히 버려도 된다고 말하는 스승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부처(Buddha)님을 깨어있는 자(佛陀)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가 대부분 집착과 생각 과잉이라는 잠든 상태를 말하는 마음 놓침(mind-wandering) 속에서 산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마음 놓침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떤 승려는 스마트폰을 마음챙김을 파괴하는 기계라고 했다. 


이 마음 놓침의 잠에서 깨어나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명상이다. 우리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으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실 자체도 모를 것이다. 


마음챙김(깨어있음)은 이 자동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에 끌려가는 것을 멈추는 게 아니라, "아, 내가 지금 끌려가고 있구나"를 아는 순간 이미 깨어난 상태가 된다. 이런 일상 속 알아차림으로 고통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부처님은 고통을 겪는 근본 원인을 집착으로 보았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데 거기에 집착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우리 몸 역시 늙고 병들다 흙으로 돌아가는데 젊음을 붙잡으려는 집착은 부질없는 짓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모든 관계는 결국 이별이나 죽음으로 끝난다. 


우리는 꺼지지 않는 욕망의 생산 공장이다. 욕망이 충족돼도 만족은 순간일 뿐, 완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기 때문에 늘 문제가 생긴다. 이때 부처님은 쾌락에 집착해 더 많은 고통을 겪거나, 마음을 훈련하여 평화로운 상태에 이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이 책은 두 번째 길을 안내한다.


그 핵심이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챙김은 부처님이 제시한 팔정도 중 하나다. 팔정도란 부처님이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 마련한 지침인데, 마음챙김을 제외한 다른 일곱 길은 바르게 보기, 바른 생각, 바른말, 바른 행동, 바른 생활, 바른 노력, 바른 의식이다. 


마음챙김이란 말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들어봤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몸의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을, 마음의 근육을 키우려면 마음챙김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음챙김은 이해하기도 쉽고 실천도 간단하다. 걷고,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널면서도 할 수 있다. 


p.173  마음챙김이란 마음과 몸이 순간순간 무엇을 경험하는지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이고 깨닫고 온화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친절과 연민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마음챙김을 처음 알게 된 건 빌리라는 환자 덕분이었다. 5살에 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었던 빌리는 온갖 의학적·심리학적 치료에도 자기혐오와 자해를 멈추지 않았는데, 마음챙김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호전되었다. 이후 빌리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마음챙김을 추천했고, 그들도 크게 도움을 받는다.


마음챙김은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나 긴장 완화가 아니다. 마음속의 모든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훈련이다.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며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챙김은 이성과 감정이 만들어내는 고통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길이 된다. 저자는 별로 효과를 못 느끼면서도 몇 달 동안 매일 약 15분씩 꾸준히 마음 챙김 명상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고속도로에서 어떤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죽을 뻔했는데도 분노 대신 상대 운전사의 안녕을 빌게 되었다. 옛날 같으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화를 냈을 텐데 마음챙김 명상이 뇌의 회로를 바꿔 놓은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 화가 났어도 그것을 알아차리면 평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일 때 고통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진다. 이때 평화가 찾아온다. 


인간의 마음은 계속해서 생각하고 느끼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려 할수록 오히려 생각에 더 집착한다. 마음챙김은 흘러가는 주의력을 지금 이 순간으로 되돌리는 훈련이다. 나도 평상시 책을 읽을 때 몹시 산만한 편인데, 마음챙김을 연습하면서 집중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p.152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귀 기울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저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편안함을 주었다는 것이다. 막연한 마음챙김이라는 말을 다양한 실제 사례로 보여줘서 금방 이해가 되고 와닿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참 좋았다. 


마음챙김은 마음과 몸 건강은 물론이고, 노화 방지까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들이 젊어보이나? 거창한 수행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의 맨 뒤에는 다양한 마음챙김 명상법이 나온다. 그중에서 나와 가장 잘 맞는 것을 하나 골라 오늘부터 마음챙김을 실천해 보자. 가장 먼저 더 이상 핸드폰의 노예로 살지 않게 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p.313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지금 이대로 만족하기를, 평안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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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 위기의 문학 - 모더니즘 입문서 테리 이글턴 컬렉션
테리 이글턴 지음, 도원우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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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테리 이글턴의 『모더니즘: 위기의 문학』은 어려운 이론과 문학사를 동시에 다루며 핵심을 압축한 입문서이자 비평서다. 모더니즘을 알고 싶은 인문 교양 독자나 깊이 있는 해석을 원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나처럼 모더니즘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어려운 책이지만 AI에게 단어 뜻과 처음 들어보는 인물들에 대해 물어보면서,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어렵지만 이해가 되는 신기한 책이다. 


모더니즘이라고 하니 먼저 '새롭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모던(modern)이 현대라는 뜻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지점부터 바로잡아 준다. 모더니즘은 모더니티(Modernity, 근대성)가 아니라고. 모더니티는 르네상스나 종교개혁,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을 생각하면 된다. 모더니티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이들이 이끈 여러 변화가 모여 형성된 새로운 세계관이다.


모던이라는 단어는 고대의 modernus라는 용어에서 유래했다. "지금의 시간" 정도를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금이 새로운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비행기 여행은 현대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그 역사는 이미 오래됐다. 비행기 여행은 한때 극소수만 누리던 첨단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설령 지금의 것이 한때 새로웠더라도, 모던이라는 개념은 20세기 초중반에 완성된 사실상 꽤 오래된 혁신의 결과물이다. 


p.36  지금은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시간 밖에 있으며, 나타나자마자 사라지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의 흐름에서 잠깐 떼어낸 한 조각의 시간성에 불과하다. 


이글턴 왜  모더니즘을 '위기의 문학'이라 불렀을까. 모더니즘은 세계대전과 혁명, 파시즘의 대두, 경제 공황이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예술이 자기 자신에게 던진 절박한 물음의 산물이다. 위기 앞에서 예술이 스스로를 근본부터 다시 물었던 것이다.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모더니즘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형식 파괴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기존 언어와 형식으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위기는 새로운 언어를 요구했고, 모더니즘은 그 언어를 발명하려 했다. 모더니즘은 위기에 처했을 때 탄생한 예술이라 '위기의 문학'이라고 부른 게 아닐까.


이제 모더니즘이라는 말을 들으면, 난해한 시, 해독 불가능한 소설, 또는 알 수 없는 그림 같은 게 떠오를 정도는 됐다. 이상의 시나 피카소의 그림처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 문장이 구두점도 없이 수십 페이지 이어진다고 한다. 


"왜 이렇게 어렵게 썼을까? 이런 걸 누가 읽으라고?" 이글턴은 쉽게 소비되기를 거부한 저항의 형식이라고 한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읽지 말라는 거다.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으로 모더니즘을 해부한다. 모더니즘은 자본주의와 전쟁, 종교적 가치의 혼돈, 부르주아 문화의 균열 속에서 탄생한 역사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원하는 건 쓸모 있는 예술이다. 대중이 즐기고 돈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더니즘은 예술이 대중문화의 소비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쓸모없는 예술을 택했다. 나만 해도 절대 읽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렵고, 즐겁지 않고, 팔리기 어려운 예술. 이 무용성(無用性, 쓸모없음) 은 무능함이 아니라 의도된 불복종이다.


모더니즘은 자본주의에 등을 돌린 예술이다.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상업 논리에 흡수되지 않겠다는 고집이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그 고집을 내려놓았다. 모더니즘이 예술의 자기 고집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자본주의와 사이좋게 손잡은 예술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싸우는 대신 그 안에서 능청스럽게 노는 쪽을 택했다. 진지함 대신 유머, 저항 대신 타협, 엘리트 예술 대신 대중문화와 적극적으로 섞였다. AI의 비유가 재밌다. 모더니즘이 "예술은 달라야 한다"라고 외쳤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뭐가 달라야 해?"라고 되물으며 어깨를 으쓱한 셈이라고 한다. 


상징주의, 아방가르드, 미래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에 관한 내용은 책을 직접 참조하길 바란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나에게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만 이해하기도 벅찼기 때문이다. 


이글턴은 모더니즘을 과거의 운동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는 오늘의 위기 현실을 20세기 초 모더니즘이 마주했던 전쟁과 경제 공황의 위기와 나란히 놓는다. 그때 예술이 스스로를 재검증해야 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예술과 문학도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더니즘: 위기의 문학』은 과거의 예술 운동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읽는 눈을 뜨게 해 준다. 이글턴의 글은 명쾌하다. 어렵고 추상적인 이론들이 구체적인 맥락 속에 놓이니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p.163  모더니즘은 문학이 단어 자체에 관한 것이 되고, 회화가 물감에 관한 것이 되며, 조각이 돌에 관한 것이 되는 순간이다. 이 속에서 예술은 오직 자기 존재에만 몰두하는 실험과 혁신의 가능성을 얻는다.


위기가 모더니즘을 만들었고, 그 예술은 다시 위기를 이해하는 눈을 만들었다. 결국 모더니즘이 ‘위기의 문학’이라 불리는 이유는, 예술이 위기 앞에서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그 답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위기는 모더니즘을 낳았고, 모더니즘은 다시 위기를 이해하는 방법이 되었다. 그래서 '위기의 문학'이라는 부제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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