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
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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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에 저런 나무가 있고 이 산에 이런 나무도 있구나. 내가 지금 이 나무 밑에 있어보니 기분이 좋네. 뭐 이 정도가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대체 고전 문학은 왜 이렇게 어렵고 이해가 안 되게 써 놓았을까? 내가 고전을 싫어하는 이유다. 늘 첫 부분만 읽다가 포기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고전은 해설서보다 자신이 이해하는 만큼만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읽기 쉬운 책도 안 읽는데 굳이 고전까지? 그냥 고전을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고전이나 어려운 문학작품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고전이든 한강의 문학작품이든 왜 그렇게 어렵게 썼는지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았다. 사람마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처럼 어렵게 쓰고 싶어도 못쓰는 사람도 있고, 전문용어만 알고 쉬운 말을 몰라서 쉽게 못 쓸 수도 있고, 한 작가만의 작품 세계의 언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괴테 할머니의 답은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나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 나무 밑에 있어보니 이런 기분이 드네'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몇백 년 전의 어느 누구와 만나 나의 세계가 조금 풍요로워지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고.

세상 사람을 어떻게 다 이해하겠냐는 말에 어찌나 위안이 되었나 모르겠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하물며 남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를 살짝만 바꾸었는데 마음이 편해져서 문학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문학은 나무다. 이 나무 아래 있었더니 나는 이런 느낌이 드네. 내가 나무의 말을 어찌 알아듣겠냐마는 그저 느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니까 앞으로는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그냥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는 것으로 만족하겠다.

<괴테 할머니의 인생수업>이라는 제목에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를 통해 어떤 삶에 대한 지혜를 알려줄지 기대하며 읽었다. 엇? 이런 엄청난 가르침이 있다니!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준다. 정말 내가 경험한 최고의 가르침이다. 괴테 할머니는 그저 괴테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을 수채화처럼 맑고 투명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나라는 존재는 남이 키워 줄 수 없기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지만 고단함과 외로움은 꼭 견뎌야 한다. 그리고 치밀한 계획보다는 10년 정도는 염두에 두고 매일 그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면 된다.

책을 읽다가 몇 군데서 책 읽기를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도대체 평범한 이야기에 왜 이렇게 울컥하게 되는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여백 서원과 괴테 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괴테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도 나온다. 이렇게 살라고 갈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길을 가라고 한다. 실패도 하고 길을 돌아가도 괜찮다고. 나도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것 역시 나만의 길이었고 내가 감당할 몫이었고 또 그렇게 바보처럼 당했어도 괜찮다는 위안이었다. 내가 상처받고 아프다는 것은, 상처받고 아픈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는 것이라고. 괴테 할머니는 묵묵히 나무처럼 곁에서 나를 믿고 응원해 주시겠다고.

뒷부분에 나오는 괴테가 여행했던 기록을 따라가며, 괴테가 느꼈을 기분을 생각하며, 더 정확하게 괴테의 문장을 번역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정말로 한 사람을 깊이 존경하고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열정 때문일까. 나도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여행지가 어떤 곳이었는지 검색해 보며 읽었다. 나도 마치 괴테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것 같았다. 사기 안 당했으면 나도 진짜로 따라 걸었을 거다. 하핫.


중학생이던 딸이 눈이 몹시 내리는 날 자기 전 재산을 털어 눈길을 헤치고 가서 사준 만년필로 괴테의 말을 적으며 괴테에게 자기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는 글귀도 딸의 엄마를 걱정하는 예쁜 마음도 감동으로 남는다.

먼 타국에서 딸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 딸이 가방을 뒤지더니 연필을 부러뜨려서 반 토막을 줬다고 한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딸은 "인생에서 힘든 고비를 만나면 글 쓰면서 견디세요"라는 뜻이었을 거라고. 그 덕에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괴테 할머니의 보물 1호는 이 만년필과 몽당연필이다. 이렇게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라면, 이렇게 너도 나도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귀하고 가치있게 대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홀레 내외분과의 만남 이야기에 또 감동이 밀려왔다. 1999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1년에 두어 차례씩 괴테 할머니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신문 기사들을 모아 보내주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분 다 돌아가시자 괴테의 <서동시집> 초판본과 250여 권의 귀중본들을 자녀가 아닌 괴테 할머니에게 물려주셨다. 그래서 더 괴테 마을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같은 민족이 아닌 진정으로 괴테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려준 그분들의 진심에 사람이 이렇게 멋있을 수도 있구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테 할머니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못했다. 갈팡질팡하고 옆길로도 가는데 부모가 간섭해서 여기가 바른 길이라고 알려주면 과연 스스로 내면에서 솟아 나오려고 하는 마음이 가려는 길보다 더 좋은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아이들이 너무 귀해서 귀한 아이들의 인생에 함부로 개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다.

요즘은 다 도어록이 있지만 옛날에는 열쇠였다. 부모님이 일하러 가셔서 혼자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이를 열쇠 아이라고 한다. 괴테 할머니는 일은 해야하는데, 열쇠 아이로 만들기는 싫어서 문을 안 잠그고 다녔다. 괴테 할머니 집은 그때부터 아이들과 친구들의 좋은 아지트가 됐다. 하지만 독일 친구들은 '열쇠 없는 열쇠아이'라고 놀렸단다. 괴테 할머니는 그렇게 그냥 아이들이 크는 걸 지켜 지켜봤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이라도 정말 소중하도록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 만들기를 했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위해서는 이 있어야 한다. 쉴 틈이 없으면 꿈까지 생길 틈이 없다. 아이들의 꿈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는 것. 그리고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뿌리와 날개 이야기도 참 좋다. 나도 이렇게 아들을 응원해 줄꺼다. 뿌리는 사람을 땅에 발 붙게 하는 것이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넘어져도 스스로로 일어나고 다시 달리는, 혼자 힘으로 서는 노동이다. 어릴 때부터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부모는 사랑을 주면서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며 열심히 응원하면 된다.

날개는 스스로 꿈꿀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다. 피아노를 치라고 닦달을 하면 피아노를 배우는 게 아니라 닦달을 배운다. 꿈까지 주입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서 날개가 돋아나기를, 꿈과 뜻이 자라기를 기다려 주어야 한다. 부모가 대신 달아주면 짐이 될 뿐.

자녀가 스스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단단히 설 수 있게, 그래서 세상으로 훨훨 날 수 있게 고정관념의 틀에 가두지 말자. 스스로의 인생을 남이 정한 틀에 맞추라고 하지도 말자.

아이가 자기 물건을 잘 못 챙겨서 답답해하는 엄마에게는 뭘 빠뜨리고 가면 낭패인 것을 경험하고, 겉옷을 안 입고 가면 춥다는 걸 배울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는 다른 길을 가보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경험을 쌓는다. 그렇게 헤맨 곳이 그 아이의 영토가 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뭐 하나라도 해냈을 때 눈여겨 보고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것 정도이다. 아이가 발을 뗐다는 생각이 들 때 구역 하나를 정해주는 일. 이 구역 요만큼은 나 혼자서 책임진다. 그렇게 시작된 세상 한 귀퉁이가 점점 자라나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나이 듦에 대한 철학도 참 여유롭다. 들꽃이 시들지 않겠다고, 혹은 시들면 어쩌나 부들부들 떤다면 참 우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리도 대자연의 생물 중 하나이니 그냥 정해진 대로 살자고 하신다.

괴테 할머니는 젊어 보이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 젊었을 때도 썩 좋은 일이 없었는데, 젊게 보인다고 좋은 일이 생길 것도 아니기 때문이란다. 제일 큰 문제는 젊어지면 또 살아야 되는 것. 이제까지 사느라 얼마나 애썼는데 또다시 살아야 된다니. 그래서 젊어지는 건 절대 사양.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시간이 부족해서 좋은 점은 안 해도 될 말, 쓸데없는 말을 할 시간이 없는 것. 왜냐하면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그럼 젊어서 좋은 점은?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남아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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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데리러 갈게
서석하 지음 / 인생첫책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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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둥이가 노을에 붉게 물든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된 날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할아버지가 이야기해 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불행하게도 우리 아들의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분주하게 뛰거나 시끄러운 것을 매우 싫어하시는 분이어서 재롱 한번 제대로 부려본 적이 없다. 놀아주는 것은 기대도 안 했지만 하물며 TV 보는데 안 들린다고 데리고 나가 놀이터 가서 놀라고 하셨다. 사람마다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이 다 다르니까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처음에는 많이 섭섭했다.

이렇게 손주들과 놀아준다는 것은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고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저자가 더더욱 멋져 보인다. 내 손주라 처음에는 예쁘지만 같이 놀아주다 보면 지친다. 내 몸이 지치니까 아무리 예쁜 손주들도 빨리 엄마 아빠가 와서 데려가고 나는 좀 쉬고 싶었을 것 같다. 정말 아이들은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들을 키운 것이 나 혼자가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현재 손주들을 육아 중이거나 앞으로 하게 될 분들이 읽어보면 이 책 안에서 좋은 틈새 육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육아 맘들이 읽으면 무조건 부모님께 틈새 육아를 부탁할 것 같다. 부모님께 슬쩍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처럼 이미 다 아이를 키운 사람이 읽으면 추억 소환이다. 요즘에도 이렇게 낭만적으로 살 수가 있다니...

이 책은 할배의 둥이 육아일기다. 할배는 할아버지보다 친근감이 있는 말 같다. 둥이는 쌍둥이라서 둥이라고 부르는 듯? 둥이의 이름은 5분 먼저 태어난 하나가 누나이고 남동생은 하진이다. 하나는 딸 둥이, 하진이는 아들 둥이라고 부른다. 할배는 큰 손주 쭈니를 이미 키워봤다. 책도 재밌지만 하루 일과를 듣다 보니 내가 아이를 키울 때 해 주지 못한 것들이 생각났다. 나도 이렇게 해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육아 맘들은 예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할배가 하나에게 "하나는 이르는 것도 참 잘해"라고 했더니 하나는 바로 저 욕하신 거 아니냐고 묻는다. 이렇게 바로 질문하는 하나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까지 좀 기분 나쁜 말을 들었어도 굳이 따지지 않고 꾹 참고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하나처럼 나는 이렇게 들었다고 확인을 하고 앞으로는 상대방에게 꼭 내 기분을 알려줘야겠다. 이런 사소한 것이 쌓여서 병이 되나 보다.

할배는 둥이들에게 과자 하나를 주더라도 반드시 예쁜 그릇에 담아서 준다. 굳이 번거롭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먹는 이가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도 따라서 해 봐야겠다. 그리고 당신을 존중하기 위해서 이렇게 예쁜 그릇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알려주며 생색을 팍팍 낼 것이다.

나는 레시피라는 말의 정확한 뜻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레시피는 그냥 만드는 법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내서 배합 비율을 기록한 것을 레시피라고 한다. 엇, 나는 비율을 중요시하지 않고 재료와 만드는 방법만 생각했다.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맞추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어쩐지... 나는 요리를 못하는 게 아니었다. 비율을 내 맘대로 했기 때문에 맛이 없었던 것이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배합 비율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런 비율이 있었으면 좋겠다. 할배도 가장 이상적인 관계의 배합 비율을 찾고 있다. (p.40)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기 놀이를 시킬 때도 주제를 정해주면 한 시간 이상 그림 그리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냥 스케치북만 주면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해서 5분도 안 되어 재미없다고 그만둔다. 그리고 누가 잘 그렸는지 물으면 각기 장점만 칭찬해 주는 심사평을 해 주는 게 좋다.

일부러 하나 물건을 숨기고 찾았다고 하는 하진이에게 할배도 똑같이 하진이 물건을 숨기고 찾았다고 한다. 잃어버린 것을 찾는 사람을 보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은근 중독성도 생기고 희열도 느껴진다. 하지만 남의 불행이 곧 내 행복이 된다는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이런 시시한 장난은 그만 하자로 현명하게 마무리하시는 할배.

할배는 아침에 기분이 좋아야 하루가 즐겁게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저녁때 말하지 아침에는 기분 좋은 말만 해 주어야 한다. 좋은 말과 행동은 어떻게 할까? 먼저 좋은 생각을 가져야 한다. 좋은 생각을 갖고 친구들을 대하면 말과 행동은 저절로 좋아진다. 이렇게 좋은 말을 들으니 나의 생각도 저절로 좋아지는 것 같다.

하진이가 책을 읽는데 하나가 자꾸 다른데 본다고 불평을 한다. 사람이 있는데 그 앞에서 핸드폰을 보는 것은 실례.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힘들어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집중해 주는 것이 예의니까 할배는 책 읽을 때 다른 데 봤으니 경고를 준다. 그리고 하진이가 절대로 선생님은 안 한다고 하니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시겠냐고 아이들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둥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유튜브로 마술 하나를 배운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휴지 찢는 마술이 나도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바꿔치기하는 거였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필요하다. 엉성하게 하다가 손바닥 안에 숨긴 멀쩡한 휴지가 보이면 들킨다.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도 반가웠다. 말 안 듣고 떼쓰는 아이들을 망태에다 담아서 잡아가는 할아버지. 우리 아들도 망태 할아버지를 산타 할아버지처럼 믿었던 적이 있었다. 지난 사진을 꺼내 보며 나도 옛날에 일기를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남겨 놓으면 내가 전에는 이랬구나 반성도 하고 그때의 내 감정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사진이나마 찍어 놓은 나를 칭찬한다.

산책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구름들 사이로 기둥처럼 빛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현상을 빛내림이라고 한다. 걷다가 꽃들을 만난다. 제비꽃, 남산 제비, 민들레 꽃, 꽃마리 등 계절마다 만날 수 있는 꽃 친구들 이름을 손주들에게 알려준다. 이렇게 자연을 자주 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바깥 활동이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둥이 엄마도 느끼게 되었다.

하회마을 부용대는 일몰 명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할배가 손주들과 함께 가족끼리 오른 곳이라고 하니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들어서 나도 아들과 함께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할배의 일기는 수채화 톤의 귀여운 그림들과 그림처럼 아름다운 행복한 이야기들이, 글을 읽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버리는 마술이 걸려 있는 것 같다. 나도 덕분에 따뜻한 햇살 아래 누워 할아버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행복한 상상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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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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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바로 당신의 브랜드가 된다. 전문가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면 전문가가 된다.

<하루 1시간, 책 쓰기의 기적>이라는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하루에 1시간씩만 책을 쓰면 된다? 목차를 보니 책쓰기 노하우와 출간 이후의 전략까지 있었다. 요새 너도나도 다 책을 낸다는데 도대체 책 쓰기는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 책으로 제목과 목차 정하기, 출간 기획서 쓰기, 기획, 꾸준한 홍보와 독서가 작가의 기본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세 달 안에 작가가 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 작가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90일. 그 90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부분은 책의 제목과 목차를 짜는 일이다. 목차와 출간 계획서를 쓰는데 한 달을 잡고, 매일 세 페이지씩만 쓰더라도 200 페이지에 가까운 책이 나온다.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나도 빨리 책 쓰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작가님은 어쩌면 글을 이렇게 쉽게 술술 읽히게 쓰셨는지 신나게 읽었다. 그러나 기적만 말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책을 내고 손해만 본 경우도 알려준다.

한 권의 책에는 보통 8시간 정도의 강의가 압축되어 있다. 저자는 독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독서법 책을 100여권 읽었다. 800시간의 강의를 들은 셈이다. 한 분야의 책을 백 권 이상 읽으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저자는 원래 전문가가 아니었다. 학습지 선생님을 하면서 짬짬이 독서법에 대해 공부했는데 그것을 책으로 쓰면서 전문가가 된 것이다.

나는 책 한 권을 쓰는 것이 책 천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책 천 권을 읽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어떤 분야의 책을 내겠다고 생각하고 독서를 한다면 마음가짐도 집중력도 틀려질 것 같다. 책을 내지 않더라도 책 쓰기는 최고의 공부법이다. 책을 쓰면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게 되고 대충 읽지도 않을 것 같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당신의 인생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위대하게 바꿔줄 방법은 독서라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내 것으로 쏙쏙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을 따라 하면 나도 성공한다. 저자의 삶은 책을 쓰자 더 많이, 그리고 더 급격하게 바뀌었다. 사람들은 저자가 고졸이든, 군대를 27살에 갔든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강의를 하게 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직장을 다니면서 3권의 책을 썼는데, 퇴사를 했다면 생활고를 이길 수 없어서 책을 완성하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책을 쓰겠다고 본업을 그만두지 말라는 말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투잡이나 쓰리잡을 하지 말고 책 쓰기를 권한다. 본인만이 아는 노하우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 또는 원하는 분야에 조금씩 도전하자. 책은 나의 전문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명함이다.

와! 너무 쓰고 싶다. 저자는 독서법을 주제로 첫 번째 책을 냈는데 같은 주제로 쓰려니 쓰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책 쓰기 코칭을 주제로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더니 순식간에 제목과 목차가 나왔다. 너무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책 쓰기의 주제로 삼으면 된다. 책쓰기 주제와 자기가 맞지 않으면 원고를 쓰는 것은 힘든 노동이 될 뿐이다.

내가 잘 알고 가르쳐 줄 수 있는 것,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등을 주제로 책을 쓴다. 다만 그 주제는 시장에서 원하는 주제여야 한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 어떤 책을 써야 할지 알 수 있다. 스테디셀러도 연구한다. 꾸준히 사랑받는 책들의 특징을 분석한다. 이미 성공한 사례를 분석하고 배우는 것이 어떤 책을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많은 사람이 제목을 보고 그 책을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 순간적으로 결정한다. 어떤 책은 내용은 별것 없었지만, 제목 하나로 잘 팔린 책도 있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제목이 별로라 묻혀버리는 책도 많다. 하루에 출간되는 책이 나는 한 열 권쯤 되는 줄 알았는데 200여 권이 넘는단다. 상상초월! 99%의 노력으로 책을 썼지만 1%의 제목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책은 물류창고로 갈 수도 있다. 제목은 책의 첫인상이며 첫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어떤 책이 하도 안 팔려서 내용은 그대로 하고 제목과 표지만 바꿔 다시 출간했다고 한다. 무려 2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원래 제목은 <조금만 더 천천히 가세요>였는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바꾼 책이다. 김진명 작가의 <플루토늄의 행방>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제목을 바꾸자 600만 부 이상 팔렸다. 정말 제목이 매출의 성패를 가른다.

책의 다 쓰고 난 후에도 제목을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저자들이 많다. 좋은 제목은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며, 독자와의 첫 만남이다. 따라서 제목을 정할 때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그 책 나도 읽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제목이다. 좋은 제목은 독자의 호기심과 이익을 강조한다.

제목으로 관심을 끌고, 내용으로 그 관심을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책의 비결이다. (p.97)

목차만 나오면 글쓰기는 쉽다. 책 제목과 연결되는 40~50개의 목차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알 수 있게 쓰면 좋다. 글은 참 잘 쓰는데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 목차 구성에서 실패한다. 전체적인 구조를 짜지 못하면 책을 낼 수 없다.

목차는 문답법이나 이야기형 또는 4MAT 법 등으로 구성한다. 나는 4MAT 법이 마음에 들었다. 4 Master of Arts in Teaching의 약자로 교육학자 버니스 메카시(Bernic McCarthy)가 개발한 교육 프레임이다. 문제(Why)는 왜 이것을 배워야 할까? 해결(What)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방법(How)은 어떻게 이것을 활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대효과(If)는 만약 이것을 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4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 방법과 기대 효과라고 외우면 될 것 같다.

저자도 이 방법으로 목차를 구성했다. Why-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여러분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책을 쓰면 인생이 바뀐다. 여러분이 책을 쓰면 이런 일이 생긴다). What-이렇게 했더니 문제가 해결되었다(출간 기획서만 잘 써도 된다). How - 구체적 방법(책의 주제부터 투고까지의 과정). If-책을 쓴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다음 원고보다 중요한 것이 출간 기획서다. 출간 기획서로 출판사를 설득하지 못하면 원고는 책으로 나오지 못한다. 책 쓰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내가 출판사에서 일한다면 매일매일 차고 넘치는 투고 메일을 원고부터 읽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두 장의 짧은 출간 기획서만 보고 괜찮다고 생각해야 원고를 읽을 것이다. 출간 기획서는 투자제안서라고 한다. 누가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출간 기획서를 보고 원고를 읽겠는가.

작가가 되고 싶다면 제대로 된 기획, 꾸준함, 홍보, 독서가 필수다. 기획은 글쓰기의 방향을 제시하고, 꾸준한 글쓰기는 작품을 완성으로 이끈다. 홍보는 자신의 글이 독자들에게 닿을 수 있게 하며, 독서는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이 네 가지를 균형 있게 실천하면 작가로서 성장해 갈 수 있다. 책이 좋으면 알아서 팔릴 거라고 쉽게 생각하면 첫 책이 마지막 책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마케팅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에 한 독자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

막연한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한을 설정하면 계획이 된다. 계획은 분명히 끝이 있다. (p.181)

저자는 이제까지 독서, 메모, 책 쓰기, 세일즈, 마케팅 등 자기 계발서를 4천 여권 이상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자기 계발이란 자신의 본질, 가치, 목적을 발견하는 여정임을 깨달았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영감을 줄 수 있다. 내 책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내가 책 1권을 쓴다고 내 인생이 바뀌지 않더라도 수많은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그 기회들로 인생이 바뀔 기회가 수십 번은 올 수 있다. 오늘부터 하루 1시간 책쓰기에 도전하자. 기적이 생기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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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모하는 것들로부터 달아나기 - 소로의 미니멀리즘 러너스북 Runner’s Book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청경채 편역 / 고유명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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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명사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삶을 단순하게 꾸려가면 그에 비례해서 우주의 법칙도 덜 복잡해질 것이다.

어머나~ 이런 책이 다 있네?

내가 책을 받자마자 감탄한 이유는 일단 책이 가볍고 일본 문고본처럼 작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시집처럼 얇고 여백도 있다. 고유명사 출판사의 러너스 북(Runner's Book)은 책과 달리기로 일상의 건강을 회복하자는 모티브로 출발했다. 그래서 페이지마다 숫자 뒤에 'Km'라는 단위가 붙는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 지친 러너들에게 책이라는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고전 속에서 뽑은 작가의 문장을 모은 큐레이션 북 시리즈다. 큐레이션(Curation)이란 많은 것들 중에서 특별하고 좋은 것을 골라 보여주는 것이다. 좋아하는 노래만 모아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특히 이 책만의 특징이자 내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던 것은 옛날 LP 판 디자인으로 책 내용을 한 장에 노래 가사처럼 담았다는 것이다. 여행 갈 때 이 종이 한 장 들고 가서 좋은 문장을 외워버려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월든(Walden)>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려울 것 같아서 못 읽고 있었다. 그런데 큐레이션 북으로 만나니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어려운 내용도 나오지만 문장이 너무 아름답다.

나는 <월든>이 숲 이름인 줄 알았다. 소로가 숲에서 오두막 짓고 살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숲이 아니고 호수 이름이다. 월든 호수는 미국 매사추세츠 콩코드에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대한 것은 책에 잘 나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참고하거나 검색해 보자.

소로는 숲속에 집을 지으려고 농부에게 도끼 하나를 빌렸다. 그 농부가 자신의 도끼를 빌려주며 눈동자처럼 소중한 거라고 하자, 소로는 숲속의 그 농부는 매일 자신의 눈동자를 나무 위에 내리찍으며 산다고 비유하는 것이 유머러스하다.

소로가 사람들이 일순간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는 것을 가장 큰 기적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그대의 눈을 안쪽으로 향해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천 개의 지역을 발견하게 되리라. 그곳을 여행하여 마음속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어라. (107 Km)

모두의 가슴에는 우주가 들어 있다. 한 사람의 우주와의 만남이 경이로워서였을까?

월든 호수는 1845년 12월 22일 밤에야 처음으로 완전히 얼어붙었다.

나에겐 이 말이 엄청난 감흥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옛날에 소로가 기록한 것을, 나는 2024년 12월 22일에 읽고 있다. 아주 오래전에 지구별에 왔던 사람의 글을 읽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지금도 월든 호수는 그대로겠지만 사람은 흔적도 없이 왔다가 간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남아 소로가 살다 갔음을,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래서 기록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소로가 숲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봄이 오는 걸 지켜보는 것이었다. 호수의 얼음이 벌집 모양으로 변하고, 안개와 비, 따뜻해진 햇살에 눈도 조금씩 녹는다. 낮 시간도 길어지고 장작을 더 마련하지 않아도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풍경.

제주도 1년 살기의 원조는 소로 가 아닐까. 나는 굳이 고생을 하면서 오두막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파트 창문 밖으로도 봄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굳이 안 느껴도 괜찮은데 소로는 왜 이렇게 고생을 해가며 2년 2개월이나 월든 호수에서 살았던 걸까?

아마도 미니멀 리즘을 실천함으로써 최소한의 물건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려 한 것일지 모르겠다. 집도 짓고, 농사도 하고, 땔감도 마련하는 자급자족의 삶으로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 간디, 마틴 루터 킹, 톨스토이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삶을 놀이로 대하면서 친해진다는 말도 참 와닿았다. 사람은 보통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아무런 꾸밈도 없는 행복한 모습을 보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깨달으라는 자연의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이들의 근심 걱정 하나 없이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참 좋을 때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어른이 되면 그때의 기쁨과 즐거움이 사라지는 걸까? 아이들은 자연과 참 많이 닮았다. 그럼 어른들은 다시 자연과 닮기 위해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힘들고 짜증 날 때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가진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에 흠뻑 취해보자. 아이처럼 즐거워질 것이다.

자연은 아주 느긋하고 여유롭다. 숲속 아침 새 지저귀는 소리를 상상해 보자. 생각만 해도 기분이 막 좋아진다. 숲은 내가 게으르고 나태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한심하다거나 못났다고 말하지 않는다. 못난이도 내 생긴 모습 그대로 예쁘다고 한다. 자연 속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아름답다. 지치고 우울할 때, 고통스럽고 절망할 때 자연의 품에 안기면 힘든 감정들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우리는 스스로 벽을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규칙을 만들고 힘들게 살고 있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빌딩 숲에서 살지라도 우리 가슴속에 자연을 품으면 마음이 곧 자연이 되어줄 것이다

농부는 하루 종일 밭이나 숲에서 일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몰두해서 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몰입의 경지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드라마 몰아보기도 몰입일까? 먹는 것도 까먹을 만큼 몰입하니 말이다. 이것도 몰입이라고 치면 그때 외로움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쉽게 스마트폰 중독이 되나 보다. 영상에 빠져 있으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이 세상 편하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류시화의 시집 제목이 생각난다. 외로움은 상대방이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내 안에 있나 보다. 외로움도 나를 소모하는 것이다. 힘든 감정이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 책 속으로 달아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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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모하는 것들로부터 달아나기 - 소로의 미니멀리즘 러너스북 Runner’s Book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청경채 편역 / 고유명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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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일본 문고본 처럼 얇고 가볍고 너무 예뻐요. 게다가 LP 판 디자인의 부록도 넘 맘에들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짱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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