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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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말했을 거다. 당연히 추억은 힘이 된다고. 정원이 자살 직전에 마음을 바꾼 것도 LP에 깃들어 있었을 바로 그 추억 때문이었다.

<풍진동 LP 가게>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추억의 LP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통해 우연히 만나서 친구가 되고 서로를 치유해가는 이상한 LP 가게이다. 나는 이 책이 소설인 줄 모르고 풍진동에 있는 LP 가게를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서야 이 책이 소설인 것을 알았다. 어쩐지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 봐도 풍진동이란 곳이 없더라니.

이 책의 주인공은 정원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다 잃고 죽기 전에 딱 한 곡만 듣고 죽으려던 것이 아버지가 남긴 6천여 장의 LP를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풍진동에 LP 가게를 연다. 풍진은 바람에 날리는 티끌이란 뜻이다. 나도 켄사스의 'Dust in the wind' 라는 노래를 좋아했었는데 이 노래에서 따온 것인지 아니면 희망가라는 노래 가사 중에 나오는 '이 풍진세상'에서 따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존 바에즈, 나나 무스꾸리, 스위트 피플, 니콜, 아바, 에어서플라이, 실비 바르탕, 존 덴버,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트윅스 등 내가 가지고 있던 내 기억 속의 LP판을 소환해 보았다. CD가 나오면서 LP는 자연스럽게 CD로 대체 되었지만 이상하게 LP판 자켓의 색깔과 디자인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클래식은 지루하고 어려워서 몇몇 유명한 곡 외에는 잘 안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난생처음 들어보는 클래식과 좋은 노래들을 접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모르는 곡과 알고는 있었어도 지나쳤던 곡들을 다시 찾아서 들어보았다. 추억과 낭만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김민기의 '친구'는 아는 노래인데도 그 곡의 배경이 진짜 죽은 친구를 그리워하며 부른 것이라는 사연을 알자 훨씬 더 슬프게 다가왔다. '친구에게'도 익숙한 노래였지만 비가 올 때 들으면 주인공 정원의 아픈 사연이 생각날 것 같다.

정원은 죽겠다고 다짐한 두 달이 다 지난 후에도 살아 있었다. 정원의 중고 LP 장사가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결국 죽을 새가 없어 살아남은 것. 그리고 중고 LP 가게에서 만난 조금은 별난 손님들 덕분에 자신이 바뀜으로써 세상도 바뀌었다고 한다.

정원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실패와 채무만 남은 세상을 자식의 미래와 보험금이 남은 세상으로 바꾸고 싶어 자연스러운 사고로 위장하고 죽음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원은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죽어서도 자신의 결정이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이었음을 깨달아야만 하고, 자식을 버리고 먼저 떠난 걸 후회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생 정안은 걸어서 출근하던 길에 폭주 차량에 받혀서 치료 중에 회복하지 못하고 떠났다.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남기고서. 정안은 정원보다 4살 어린 동생이다. 정원이 고장 난 로봇을 보고 슬퍼하자 정안은 인간에게는 마음이 있으니 고장 난 로봇을 향해 얼마든지 슬퍼해도 된다고 한다. 고장 난 로봇도 안쓰러워하는 정원은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따라서 죽으려고 했을까. 왜 어떤 사람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불행한 일을 겪어야 할까.

정원은 아빠가 남겨두고 간 LP의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해서 죽음을 잠시 보류했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중년 아저씨 원석, 그다음은 카론이라는 아이돌, 카론의 팬으로 왔다가 알바를 하게 된 미래, 고다림 변호사와 그녀의 아들 시아 등등 타인들이 정원의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LP 판이 다 팔려 가자 이제 세상과 이별하려고 번 돈을 지역 유기 동물 보호소에 기부했는데 이 미담이 소문나면서 음반 기증자가 속출하는 바람에 죽지 못했다.

너무 바빠 미래라는 알바생까지 썼는데도 일이 많아서 죽을 틈도 없어졌지만 이렇게 바쁘면 조만간 과로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정원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손님으로 매일 출근해 가게 일을 돕는 원석과 야무지게 일하는 미래가 있어서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죽으려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나보다.

멜라니 사프카의 'The saddest thing'은 나도 너무 좋아했던 노래다. 그런데, 슬픈 멜로디에 빠져서 가사를 음미한 적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라니까 연인과 헤어지고 아픈 마음을 노래 했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힘든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일 수도 부모님이 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전직 부페 경찰이었던 원석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도,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황망히 떠나보내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애초에 나를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 인정하는 일이라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원석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주인공 정원에게 연민은 느껴 도시락도 싸주고 매일 출근해서 일도 도와주고 친한 척한 것이었다. 원석의 사랑과 관심 때문에 정원은 살아남게 되었던 것이다. 나쁜 일에 앞장섰던 원석이 자기보다 더 슬프고 안쓰러운 정원을 만나 이렇게 선한 사람으로 변했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변한다. 다만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없을 뿐.

에필로그에서 모든 주인공들의 관계가 밝혀진다. 이 모든 사람들의 인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중 미래가 버스 기사가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는데 아저씨 잘못이 아니라고, 아저씨는 막고 싶었지 않냐고, 얼마나 힘드셨냐고 말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꿈이든 현실이든 모두가 나를 비난할 때 한 사람만이라도 내 편이 있다면 행복해지는 것 같다.

시아의 엄마인 고다림 변호사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참지 말라고. 지는 게 이기는 게 아니라 지는 건 그냥 지는 거라고 한 말도 기억이 난다. 이말 덕분에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도와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빨리 간다고 먼저 도착하는 게 인생이 아니라 주어지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내가 행복하도록 노력하며 그 순간순간 돌아가는 LP판의 바늘처럼 아름다운 각자만의 곡들을 연주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원점에서 또 시작하면 된다. 그래서 모든 LP판의 곡들은 설령 알려지지도 않고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곡들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다 소중하고 아름답다.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서로 서로를 치유해 가는 과정도 감동이지만 마지막에 주인공 정원의 동생 정안을 죽이고도 잘 살고 있었던 모든 고위층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장면은, 약하고 여리고 착해서 아프고 추락하는 모든 것들을 강하게 잡아주는 중력과 같은 힘이 사랑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약한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서로 서로를 도왔기에 강자를 굴복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과 음악 덕분에, 올 연말은 차가운 눈이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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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책세상 세계문학 1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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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경청하는 법과 아래로 흐르는 법을 알려준다. 어디에나 현존하는 강은 온 우주와 시간이 완벽한 하나라고 말한다.

<싯다르타>를 다 읽고 나니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가 아버지와 두 형제의 아름다운 삶을 다룬 것이라면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삶을 다룬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 노먼은 강에서 낚싯대를 던지지만 싯다르타는 강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 모두의 삶은 윤슬처럼 반짝이며 각자의 다양한 빛으로 빛나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는 이 책을 헤르만 헤세가 쓴 부처님의 전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부처님은 고타마, 붓다, 세존이라는 이름으로 잠깐 나온다. 부처님이 아닌 너무도 인간적인 주인공 싯다르타의 일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인전은 한 사람의 삶이 돋보이지만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삶이,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매일의 일상이 모두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싯다르타는 인도의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집을 나와 사문이 된다. 수행하던 중에 붓다를 만나는데, 그의 가르침보다는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제자가 되지 않고 길을 떠난다. 그러다 카말라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재물을 요구하는 카말라는 그에게 상인 카마스와미를 소개해 주었고 싯다르타는 그의 일을 거들며 많은 부를 쌓는다.

싯다르타가 돈을 버는 방법은 지금으로 말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인듯하다. 생각을 마음에 품으면 목표 자체가 알아서 싯다르타를 잡아당긴다. 싯다르타는 목표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예 마음속에 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집과 하인을 소유한 부자가 되었고 카말라에게 더 많은 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재산이 많아질수록 부는 점점 그를 구속하고, 부자들이 자주 걸리는 영혼의 병을 앓는다.

세속의 행복과 부를 맛보며 40대가 된 싯다르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카말라와 작별한다. 온갖 사치와 쾌락을 맛본 그는 자신이 역겨웠다. 그는 카말라가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것도 모른 채 도시를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싯다르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 것도 추구해야 할 목표도 없었다. 강물에 빠져 죽으려던 순간 완전한 것을 뜻하는 '옴'이라는 성스러운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육신을 소멸시켜 안식을 얻으려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정신을 차리자 지나간 삶은 먼 옛날의 일이나 현재 자아의 전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깨달았다고 현상계의 덧없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빠져 죽으려 했던 강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싯다르타는 강물에게 배우며 뱃사공 바수데바와 함께 강 옆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린다. 그러다가 우연히 뱀에 물린 카밀라를 돌보게 되지만 카밀라는 회복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녀를 떠나보내고 아들을 얻게 된 싯다르타는 아들로 인해 고통받지만 사랑하기에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아들을 떠나보낸다.

강물에 비친 늙은 자신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집을 떠나 사문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의 마음이 딱 지금의 자기 심정이었을 거라고 공감한다. 자신도 아버지와 작별한 뒤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버지 역시 지금의 싯다르타처럼 똑같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고 아들을 두 번 다시 못 본 채 쓸쓸히 돌아가셨을 것이다. 싯다르타가 아들을 놓아주지 못하는 마음을 읽으면서 나도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자꾸 공부하라고 강요를 했는데, 그건 엄마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살고 더 행복하라는 사랑의 마음이었다.

싯다르타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본 후 자기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들을 품으려 했지만 결국 각자 몫의 고통을 직접 겪어야 함을 깨달았다. 자식에게는 좋은 일, 행복한 일만 가득하고 힘든 일과 고통 없이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맘인 것 같다. 그 사랑의 마음까지 놓아버려야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내 가족과 자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구속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탈이란 어쩌면 짧은 순간순간에 느끼는 이 행복하고 따뜻한 감정이 아닐까?

아들 없이 행복할 바엔 차라리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스러워 했던 싯다르타는, 인생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빼버리면 모두가 하나임을 그래서 세상은 이대로 완전함을 깨닫는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잠깐씩 등장하는 바수데바라는 뱃사공이 제일 멋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강으로부터 배웠다. 강물은 칭찬하지도 나무라지도 않고 판단도 의견도 없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싯다르타가 감탄할 정도의 몰입력으로 경청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싯다르타가 아들을 쫓아가겠다고 하자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싯다르타를 위해 뗏목도 함께 만들고 노도 만들고 그의 의사를 존중하며 도와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나라면 니 맘대로 하라고, 화가 나서 도와주지 않았을 것 같다.

경청할 때의 바수데바의 모습을 싯다르타는 강 자체, 신 자체, 영원성 자체라고 느낀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년 싯다르타는 장년 싯다르타, 노년 싯다르타와 그림자로만 분리되어 있을 뿐 과거도 미래도 모든 것이 실재이고 현재이다. 어디에나 동시에 존재하는 강에는 현재만 있을 뿐 과거나 미래의 그림자가 없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생명과 함께 이미 죽음을 가지게 되고, 시간 개념을 없애버리면 지금 현재에 까마득한 과거와 미래가 함께 존재하고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다 하나이며 이 세상은 이대로 너무나 완벽한 것이다.

친구 고빈다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지혜나 깨달음을 좀 얘기해 달라고 하자 싯다르타가 한 말이 생각난다.

"이보게 고빈다, 내가 깨달은 건 지혜란 결코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네. 이 돌멩이는 그 자체로 언제나 그 모든 것이면서도 지금은 하나의 돌멩이라는 점이 경이롭고 마음에 드네. 이 세상 모든 사물이 허상이라면 나 또한 허상일 테고, 사물과 나는 같은 존재라는 거지. 이 세상과 나,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경탄과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만이 중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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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찰리의 연감 - 버크셔 해서웨이의 전설, 찰리 멍거의 모든 것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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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한 기업을 아주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 적절한 주가에 거래되는 대단한 기업을 찾아 장기 보유하면 특히 개인은 아주 좋은 성과를 얻는다.

찰리 멍거는 워런 버핏의 친구이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자이다. 가치 투자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투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과 여러 분야에 걸친 사고의 힘을 배울 수 있는 지침서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궁극적인 가치 투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생 남을 통찰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찰리 멍거의 전기와 그가 20년간 강연한 것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빌려 온 것 같다. 찰리의 육성을 그대로 옮긴 11개의 강연을 통해 폭넓은 주제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찰리의 투자 원칙의 개요만 제시한다. 각자가 캐낼 수 있는 보물은 다 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11강 내용이 보물이었다

워런 버핏은 "찰리는 문제가 될 만한 약점을 60초 만에 모두 포착한다. 동업자로서 완벽하다"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찰리의 접근법은 독창적이고 복잡해서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윤곽만을 제시할 뿐이다. 그의 명확성은 인간 행동의 패턴과 비즈니스 시스템 그리고 다른 수많은 과학 분야를 공부한 끝에 힘들게 얻은 결실이었다.

찰리는 준비성, 인내심, 절제력, 객관성을 가장 근본적인 투자 원칙으로 삼는다. 이를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찰리의 투자 성향 중 하나는 자주 매매하지 않는 것이다. 찰리는 이것을 깔고 앉는 투자라고 부른다. 이 투자를 하면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도 줄고, 헛소리를 적게 듣게 된다. 또한 그는 포트폴리오에 3종목만 들어 있으면 충분히 분산된 것으로 보았다.

찰리는 피해야 할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그다음 주어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긍정적 단계를 고려한다. 전망 없는 부분은 즉각 제거하고, 좀 더 생산적인 부분에 시간과 주의를 투입한다. 투자를 Yes와 No와 이해하기 너무 힘듦이라는 3개의 바구니로 보는 것이다. ○ X △! 나도 동그라미인 Yes 바구니만 검토하면 된다니까 아주 간단해 보인다. 물론 Yes 바구니에 담길 것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말이다.

찰리는 작은 금 알갱이를 찾기 위해 수많은 모래를 걸러내는 사금 채취 방식이 아닌 땅 위에 뻔히 놓여 있는데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 커다란 금덩어리를 찾아낸다. 리스크가 적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후보를 고른다. 언제 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몇몇 대단한 종목을 사서 길게 간다. 어쩌면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11강에서 심리학 분야의 사고 모형을 적용해 오판을 초래하는 25가지 흔한 원인을 설명한다. 아주 똑똑한 사람도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완전 바보 같은 실수를 한다. 어리석은 실수는 절대로 완전히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오판의 심리학(Psychology of human misjudgment)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경제학자 제이컵 바이너는 많은 학자가 송로버섯 탐지견과 같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오직 하나의 제한적인 목적을 위해 훈련받고 번식한다. 그래서 오판의 심리학을 아는 것과 지식의 통합인 통섭이 중요해진다. 이런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만 확실히 알아도 주식투자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보상/처벌 과잉 반응 경향

(Reward and punishment super response tendency)

벤저민 프랭클린은 설득하려면 이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하라고 했다. 즉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준다거나 이득이 클 때는 앞뒤 안 가리고 일단 하고 본다. 처벌도 그렇다. 음주운전 벌금이 1억이라면 아무도 음주 운전을 안 할 것이다.

디저트를 먹기 전에 먼저 당근을 먹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규칙으로 보상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즐겁지는 않지만 필요한 업무를 먼저 하고 즐거운 업무를 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보상은 가장 잘 통한다.

2. 호감/애정 경향

(Liking/Loving tendency)

↔ 3. 미움/혐오 경향

(Disliking/Hating tendency)

이쁜 사람은 뭘 해도 다 좋게 보이고 미운 사람은 아무리 잘해도 다 밉게 보인다. 나도 한 번 아니다 싶은 사람은 그 사람의 좋은 면이 있어도 안 보려고 했기 때문에 너무 이해된다.

4. 의심 - 회피 경향

(Doubt-Avoidance tendency)

우리 뇌는 의심을 빨리 제거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사실. 그래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사기에 당하기 쉽다.

5. 비일관성 - 회피 경향(Inconsistency-Avoidance tendency)

우리 뇌는 변화를 싫어한다. 즉 이 비일관성 회피 경향 때문에 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갖지 않는 게 훨씬 쉽다는 말이다. 이 경향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호구를 만들어 이득을 취한다.

6. 호기심 경향

(Curiosity tendency)

호기심은 다른 심리적 경향에 따른 나쁜 결과를 막거나 줄여준다. 게다가 오랫동안 풍부한 재미와 지혜를 제공한다. 유일하게 좋은 경향이다.

7. 칸트식 공정성 경향

(Kantian fairness tendency)

칸트의 정언명령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명령이다. 서로 양보하거나 줄서기는 공정한 나눔이다. 이를 어기면 적대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8. 시기/질투 경향

(Envy/Jealousy tendency)

워런 버핏은 세상을 이끄는 건 탐욕이 아니라 시기라고 말했다. 예수님을 죽인 것도 시가와 질투였고, 카인이 아벨을 죽인 것고 시기와 질투였던 것을 보면 시기심은 본능이지 싶다.

9. 호혜성 경향

(Reciprocation tendency)

받은 대로 돌려준다. 은혜를 은혜로, 원수를 원수로 갚는 것이다. 이런 경향 때문에 뇌물수수가 안 되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받으면 결국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10. 단순한 연계에 영향받는 경향(Influence from mere associaton tendency)

단순히 비싸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명품은 비싸니까 좋다는 식이다. 프랭클린은 결혼하기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후에는 반쯤 감으라고 했지만 찰리는 있는 그대로 보고, 그래도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평균적 특성이 한 사람을 신뢰성 있게 알려주지 않는다.

11. 단순한 고통 회피형 심리적 부인(Simple, pain avoiding psychological denial)

아들의 죽음을 믿지 않는 것이 단순한 고통 회피형 심리적 부인이다.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사실을 왜곡한다.

12. 과잉 자기 존중 경향

(Excessive self regard tendency)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나의 자녀와 심지어 사소한 소유물까지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강하게 선호한다. 그래서 객관적인 관점을 취하도록 스스로 강제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13. 과잉 낙관 경향

(Overoptimism tendency)

14. 박탈 과잉 반응 경향

(Deprival superreaction tendency)

우리는 상황이 좋을 때에도 과도한 낙관주의 경향을 드러내고, 작은 손실에도 비합리적일 만큼 격렬하게 반응한다. 특히 박탈 과잉 반응 경향은 도박꾼이 손실을 회복하려고 중독되게 만들고 경매에서 피해를 초래한다. 최선의 해결책은 버핏의 단순한 원칙을 따르는 것. 즉 도박장이나 경매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15. 사회적 증거 경향

(Social proof tendency)

생각 없이 주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원숭이는 보는 대로 따라 한다는 말처럼 남이 하거나 가지면 똑같이 하려고 하는 경향이다. 행위뿐 아니라 무행위도 사회적 증거 경향에 따라 우리를 오도한다.

16. 대비-오반응 경향

(Contrast misreaction tendency)

천만 원짜리 가방을 사면서 100만 원짜리 지갑을 바가지 쓰는 경우다. 그냥 간단한 대조의 느낌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원래 가격에서 가격을 높이고 크게 할인한 것처럼 광고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게 되는 경우다.

17. 스트레스-영향 경향

(Stress influence tendency)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는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더 빠르고 극단적인 반응을 유발하며 사회적 증거 경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벼운 스트레스는 시험 같은 것에서 성과를 개선하는 반면, 심한 스트레스는 사고 기능을 저하시킨다.

18. 가용성-오평가 경향

(Availability misweighing tendency)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을 과하게 평가한다.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체크리스트나 반증을 활용하고,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어떤 아이디어나 팩트가 더 많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9. 미활용-상실 경향

(Use it or lose it tendency)

쓰지 않으면 쇠퇴한다. 자신의 기술을 꾸준히 활용하는 체크 리스트로 조합해서 능숙해질 때까지 멈추지 말고 연습해야 한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부실해졌음을 자신이 알고, 일주일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중도 알게 된다는 피아니스트 이그나치 얀 파데렙스키의 말처럼.

20. 약물-악영향 경향

(Drug misinfluence tendency)

21. 노화-악영향 경향

(Senescence misinfluence tendency)

22. 권위-악영향 경향

(Authority misinfluence tendency)

약물 악영향의 파괴력은 언급할 필요도 없이 매우 심각하다. 또한 노년이 되면 자연히 인지 능력이 쇠퇴한다. 노화를 받아들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생각하고 배워야 한다. 또한 권위에 복종하는 경향으로 뇌가 마비되므로 권력을 부여받는 자리에 앉을 사람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23. 헛소리 남발 경향

(Twaddle tendency)

사람은 중요한 일을 시도할 때 쓸데없는 말을 하고 헛소리를 늘어놓아 큰 피해를 자초하곤 한다. 헛소리를 늘어놓는 말 많은 사람은 중요한 일로부터 떼어놓는 것이 현명한 관리다.

24. 이유-존중 경향

(Reason respecting tendency)

우리는 이유-존중 경향이 너무 강해서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도 잘 따르는 경우가 많다. 복사기 앞에서 '제가 복사를 해야 하니까요'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자 먼저 복사를 하게 해주었다. 이런 경향은 사이비 종교나 광고 제작사에서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상사가 지시 전에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아주 현명한 관행이다.

25. 롤라팔루자 경향

(Rollapalooza tendency)

특정한 결과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여러 심리적 경향이 결합해 극단적 결과를 내는 경향을 말한다.

이 25가지 오판의 심리학 중에서 호기심 경향은 오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롤라팔루자 경향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하는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는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이런 오판의 심리학이 작용한다. 이것을 알아야 투자에서도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남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근거 없는 믿음을 걸러내는 비판적 사고를 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보게 해 준다. 이것은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이다.

특히 사기나 영업에 안 넘어가려면 평상시에 스스로의 행동부터 분석해 봐야겠다. 나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소위 호구인데 이 오판의 심리학 25가지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나도 스스로가 납득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해 보고 싶다.

찰리는 "내가 다른 데서 행사하는 영향력을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행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그 역시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것이다. 다만 아버지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었다.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으면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게 풀어낼 수 있었을까? 저평가된 우량 기업을 어떻게 찾아냈을까?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어쩌면 그의 독창성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찰리 멍거의 학습 열정과 겸손함과 끊임없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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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의 힘 - 잘되는 한의원, 한방병원의 PR 전략
이혜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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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행은 이미 희소성이 떨어진 것이다. 유행보다는 트렌드를 읽고, 나와 우리 병원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현재의 한의원·한방병원 트렌드는 우리 동네 다정한 주치의 되기, MZ 세대 포용하기, 돌봄을 받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라고 한다.

저자는 한의원·한방병원 홍보 관련 실무와 기획을 24년째 하고 있다. 이 책은 Q&A 형식으로 구성된 한의원, 한방병원에 특화된 홍보 가이드 이다. 일례를 들자면 Q : 자필로 환자들에게 후기를 받고 있는데 후기로는 광고를 못 하니 그냥 쌓여만 갑니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A : 원내 비치, 게시, 상담 자료,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여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 100% 활용해 보세요.라고 답을 한 다음 보다 상세한 조언을 해 준다.

'코어'라는 말을 들으면 코어 근육이 생각난다. 나중에 늙어서 내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있으려면 코어 근육이 중요하다는데, 한의원, 한방병원의 스스로 단단히 버틸 수 있는 힘의 코어는 무엇일까? 의료인과 병원 홍보팀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던 잘 되는 병원의 PR 전략. PR이란 Public Relations의 약자로 대중관계, 즉 대중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소통하기 위한 모든 활동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코어의 힘>은 세부분으로 되어있다. 가장 바깥 근육은 브랜드 블로그를 성장시키는 법, 네이버 플레이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광고 네트워크 이용 등에 관한 마케팅 방법이다.

코어의 중간 근육인 좋은 병원 만들기는 개원 시 필요한 것, 로고 제작, 네이버 폼과 구글 폼 이용하기, 직원과 실장, 부원장 뽑는 법 등이 나온다.

마지막 코어의 핵인 병원장의 속 근육 단련법에서는 회의의 중요성과 메타인지를 높이는 법, 말이 편한지 글이 편한지에 따른 환자 관리법 등이 나온다. 대표원장은 일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임과 점검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H 소아 한의원과 같은 네트워크 가맹 시 장단점과 고려해야 할 점도 알려준다.

릴스나 쇼츠를 이용한 영상 후기를 활용할 때는 환자의 동의가 우선인 것, 유튜브 등 외부로 나가는 매체는 치료 결과를 의료법상 게재할 수 없으므로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내부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영상 후기는 USB를 이용해 원내 TV를 틀어 놓는 식으로 이용한다. 한의원에서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좋은 실장님과의 인연은 잘 만난 마누라만큼 축복이란다.

치과나 성형외과에는 비급여 항목이 많다. 급여란 주어지는 것이다.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지는 것.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뜻이다.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마케팅에는 비급여 항목이 적고 데이터를 쌓기도 어려워 홍보가 쉽지 않다.

한의원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브랜딩이다. 사람도 블로그도 브랜딩이 중요하다. 브랜딩이란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색깔이다. 블로그 운영의 핵심은 꾸준히, 독창성 있게 하는 것. 원장님 개인 블로그에 의대와 한의대 생활에 관한 것, 개인의 공부법, 한방치료와 서양 의학적 관점의 차이, 논문이나 학술자료를 찾아서 알려주는 등 개인의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장으로 이용한다.

나도 꾸준히 서평을 올리고 있는데 블로그 제목 잡는 방법도 몰랐다. 내 블로그를 성장시키려면 키워드에 주제어를 더해야 한다는 것과 키워드 조회 사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 글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도입 유형 3가지도 배웠다. 통계자료를 이용해서 호기심 끌기, 각종 질환과 관계 깊은 계절이나 날씨 언급, 진료나 치료 사례 등의 경험을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가 특히 궁금했던 것은 글을 수정하면 안 된다는 썰이었다. 그래서 오타가 있어도 수정하지 못했었는데, 수정한다고 저품질 블로그가 되지 않으니 편하게 수정하자. 썸네일로 눈길 끌기, 리뷰 관리법, 유튜브 채널 개설 시 유의점 등을 알려준다. 인스타그램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계정으로 많은 팔로워 수를 가진 계정이 거의 없고 유튜브보다 더 개인 캐릭터가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보이는 광고가 전부 심의를 거치는 줄은 몰랐다. 광고비 예산이 빠듯할 때는 오프라인 광고를 접으라고 한다. 다만 경쟁도가 높거나 신도시 항아리 상권이라면 투자라고 생각하고 오프라인 광고로 꾸준히 병원 위치와 존재를 알려야 한다. 그 광고를 보고 신환이 들어오지는 않더라도 계속 알리면 한의원의 이름과 위치가 알려진다. 항아리 상권이란 마치 항아리에 든 물처럼 특정 지역 내에서만 소비가 이루어지는 상권이고, 신환은 새로운 환자, 의료기관에서 처음 진료를 받는 환자를 말한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0원 로고 만들기이다. 미리 캔버스나 망고 보드, 캔바 등을 이용한다. 적절한 로고를 골라 텍스트 수정, 컬러 변경을 한 후 다운로드 시 png를 선택하여 다운받는다. jpg을 선택하면 주변이 투명하지 않아 사용하기가 어렵다. PNG란 Portable Network Graphics의 약자로 휴대용 네트워크 그래픽이라는 이미지 파일 형식이다.

유로 로고는 비즈 하우스에서 출력 및 디자인 의뢰가 가능하다. 디자인 서커스, 라우드소싱이라는 디자인 경매 사이트도 있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 컬러, 비용을 사이트에서 지정하면 그 내용을 보고 디자이너들이 입찰하여 시안(디자인 초안)을 내면 선택된 디자이너에게 경매 비용이 지급된다. 개인 프리랜서 사이트 크몽을 이용할 때의 주의점도 알려준다.

나는 캔바를 이용하는데 동영상과 모션에 강한 망고보드도 있다. 일본어로 '抜き(누끼)'는 뺀다는 말이다. 배경을 제거하는 것으로 다른 이미지와 합성하거나 깔끔한 디자인을 원할 때 하는 과정이다. 망고보드의 장점 중 하나는 동영상과 모션으로 누끼 따기 기능이 정밀하다고 한다. 캔바에는 동영상 템플릿뿐 아니라 무료로 동영상이나 PDF 파일을 편집할 수 있고, 온라인 화이트보드 기능과 마인드맵 템플릿도 있다.

요새는 비대면의 시대라 콜 포비아가 있을 정도로 전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예약이나 불만 사항을 접수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본인을 밝히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네이버 폼이나, 구글 폼을 이용하여 환자들의 의견을 듣기를 적극 추천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토대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어떻게 환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재미로 보는 MBTI 별 진료 및 홍보 수단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부록으로는 병원 홍보팀의 주요 업무와 적합한 소양, 추천 도서가 실려있다. 그리고 나만의 개성이 없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에너지 낭비라고. 나도 덕분에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코어의 힘을 적용해서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매출을 상승시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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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시대
스토리공장 지음 / 펜타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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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용성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하다. 2000년대 초, 도로 위의 국민차 아반떼 차주들은 모두 과거의 추억과 멋을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

차와 함께 살아왔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추억들...<마이카 시대>에는 인생의 동반자 마이카에 대한 열네 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인생을 함께해 온 마이카 그림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마치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처럼 나처럼 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마이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그 덕분에 차 이름을 검색해 보며 어떤 차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 칠까 봐 겁이 나서 마이카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급 면허를 딴 남편이 처음 장만한 엘란트라는 생각난다. 자주색이었고, 가벼운 접촉사고가 한 번 있었고, 베이비시트에 아들이 있었던 행복한 장면이다.

이 책에는 우리처럼 신혼을 엘란트라로 시작한 상준의 이야기가 나온다. 엘란트라 이후 카니발을 샀다고 한다. 명예퇴직을 한 상준의 시바스리갈 음주 운전 무용담에 너무 웃었다. 음주 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하도 다들 안 마셨다고 하니까 주량을 솔직히 말했다고 벌금 없이 집까지 고이 모셔다드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자동차 키만 있고 자동차가 사라진 것이다. 알고 보니 다른 곳에 주차해 놓았던 것. 아무리 만취 상태였어도 어떻게 남의 집 대문 앞에 주차를 한 것인지? 지금도 나는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버스 기사가 운전하면서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단다. 지금은 음주 운전은 생각도 못 하지만 옛날에는 차가 많이 없어서 관대했던 것 같다.

아내의 마티즈 초보 운전 이야기에는 그 옛날 김 여사가 등장한다. 김 여사는 운전이 서툴러서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하는 여사님이시다. 아줌마들이 하도 차 끌고 나와 길을 막히게 하니까 욕을 먹는다고,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왜 쓸데없이 차를 끌고 나오냐는 말을 나도 들어봤다. 얼마나 말들이 많았으면 실제로 '지금 밥하러 가는 중'이라는 문구를 자동차 뒷유리에 붙여놓았을까?

록스타는 자동차 이름이다. ROCSTA라고 전라도 광주의 아시아 자동차에서 생산한 차라고 한다. 나도 사람이 운전대를 잡으면 돌변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운전이 미숙한 점잖고 온순한 아버지의 욕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이 묘사된 부분에서는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떠오르면서 마음이 아팠다. 록스타와 함께 그때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셨기를...

불과 백여 미터 앞에서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목격한 포텐샤 차주 명우 이야기로 옛날 가슴 아픈 뉴스들이 생각났다. 아시아나 비행기 추락,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2014년 세월호사건까지 겹쳐진다.명우는 폐암으로 갑자기 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잠시 갓길에 주차하고 쉬었는데 그 짧은 시간이 목숨을 구한 것이다.

영업을 하려면 비싼 차를 몰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없어 보이면 신뢰하지 않는다고. 그랜저 이야기를 읽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영업의 세계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청계천 봉제공장에서 청년기를 보낸 정사장은 각 그랜저를 몰고 다닐 때마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나는 돈 많은 사장이니 믿고 거래해도 된다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돈을 좀 벌게 된 정사장은 개성공단에 남의 돈까지 빌려서 투자했다. 정치가 사람을 죽이더라고. 남북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정사장은 쫄딱 망했다. 그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이 입금되는 날이면 편의점에서 막걸리 두 통에 새우깡 한 봉을 놓고 각그랜저 전성기를 곱씹는다.

아반떼에 얽힌 이야기가 나는 제일 기억에 남았다. 딸과 아내를 호강시켜 주려고 열심히 돈벌기에 바빴던 남편은 아빠 없이 자랐다는 딸의 이야기에 뒤늦은 후회를 한다. 박노해의 <이불을 꿰매면서>라는 시를 찾아 읽어보면서 이분들의 이야기에 괜히 마음이 아려왔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에 방 청소에 고추장 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 달라 물 달라 시켰었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 홑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박노해

새로 배운 단어 2개. 잘코사니. 감탄사인데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소리다. 고소하다, 쌤통이다는 뜻. 스쿠프가 한국 최초의 쿠페라고 한다. 쿠페(Coupé)란 프랑스어로 '자르다'는 뜻인데 세단의 뒷부분을 잘라낸 듯 날렵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말한다. 나는 그냥 스포츠카라고만 알았는데 앞으로 쿠페라고 잘난 척을 해야겠다.

중2 병보다 훨씬 쎈 게 갱년기라고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심각한가보다. 남자도 갱년기가 있다고 한다. 갱년기가 70에 오는 사람도 있단다. 갱년기 엄마 아빠는 마이카만 애지중지하지 말고 서로서로 아껴주자. 아들이 대학 대신 영농조합을 만들어서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하자 결국 아들을 응원해 주는 아빠가 생각난다. 마이카와 함께한 소중한 인생 이야기들은 그 나름의 색깔로 내 기억을 아름답게 물들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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