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 - 고요한 공감이 만드는 대화의 기적
마쓰다 미히로 지음, 정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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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사람은 침묵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침묵이란 상대가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다. 상대방이 잘 들어주면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가 끊기거나 말이 막혀도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생각할 여유를 선사한다. 이 조용한 틈은 상대에 대한 호감, 신뢰, 감사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듣는 힘(聞く力)>이다. '말주변이 없어도, 잡담을 잘 못해도, 왠지 사랑받는 사람이 하는 36가지'라는 부제처럼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자 질문가인 저자가 Good Listener Tip 36가지를 알려준다. 이 책으로 말이 없어도 끌리는 사람, 말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제대로 듣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보자.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이유는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늘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이었다. 듣는 법을 알면 누군가를 만날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듣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말하고 싶은 것을 실컷 말해서 좋고 나는 열심히 들어서 배우는 게 있어서 좋다.

질문을 할 때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묻기보다, 상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SNS를 살펴보는 등의 사전 조사를 하면 좋다. 상대방이 더 자세하게 얘기할 수 있게 "이 영화 봤어요?"보다는 "최근 본 영화 중 재밌었던 영화는 뭐예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듣고 있는 거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도 이야기 도중에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한다거나, 해결책을 찾는다거나 해서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갑자기 침묵의 순간이 오면 상대방이 지루해 하면 어쩌나, 내가 혹시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등등 온갖 잡생각으로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은 말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사람은 1분에 약 400자를 말할 수 있는데, 들을 때는 약 800 자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2배나 빨리 들을 수 있으니 남는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딴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 말 듣고 있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한 번 해 보자. 아무 말 없이 5분 이상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을까? 나는 1분도 안 돼서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어 주는 것이 어려운 건, 사람이 원래 들으면서 딴 생각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말할 때 나도 말해야 할 것 같은 동조성 편향이라는 심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의 말이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려는 경향이다. 이야기하며 공감을 얻고 싶은 본능도 작용한다.

헤밍웨이도 "사람들이 말할 때는 온전히 귀 기울여 들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제대로 듣지 않는다. When people talk, listen completely. Most people never listen."고 했다. 잘 들어 주는 사람은 어딜 가나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저자가 비행기를 탔는데 옆자리에 영국인이 앉았다고 한다. 그가 하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저 상대를 보며 미소 띤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는데, 나중에 비행기를 내릴 때 너무 아쉬워하며 저자에게 몇 번씩이나 고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저자는 상대의 말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애써 질문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바라보며 잘 듣는 척만 해도 괜찮다. 잘 듣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말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습관만으로도 누구나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여 주면 상대방이 말하기도 훨씬 쉬워진다. 잘 듣는 사람이 되면 내 주위에 사람이 늘어난다. 사람이 늘어나면 기회도 늘어난다.

저자는 질문가로서 수많은 사람에게 코칭을 해 왔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시간은 전체의 약 5%라고 한다. 나머지 95%는 온전히 듣는 시간이다. 듣기와 말하기의 비율은 95% : 5%다. 이것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코칭 상대는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깨달음을 얻게 되는 틈이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대화의 95%는 듣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까다로운 사람과의 대화가 한결 편안해진다. 나도 가족과 대화할 때 나는 95% 듣는다는 마음으로 도전해 봐야겠다! 잘 들으면 진심이 전해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까. 책에 나오는 돌부처 게임칭찬 릴레이 게임도 아주 재밌을 것 같다.

언변이 서툰 저자에게 강연 요청이 늘자 어떻게 하면 말을 적게 하면서 강연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저자는 질문하기라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강연이 끝난 뒤 간담회에서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말 훌륭한 강연이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현재 회원 수 5,000 명이 넘는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데 이 모든 성장은 저자가 던진 '질문'의 힘이었다.

좋은 리더는 잘 듣는 사람이다. 평소에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길을 잃거나 고민할 때 조용히 질문을 건네며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이상적인 리더다.

요점 없는 수다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나도 참 요점도 없는 말을 늘 장황하게 늘어놓는 편이다. 그게 수다의 특징인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다 보면 내 생각도 정리되곤 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런 수다를 힘들어한다. 나처럼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게 말하면 듣기 귀찮아 건성건성 듣는다. 이때는 상대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마음을 기울이면 상대의 표정, 말투, 손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에 주목하게 되고 상대방의 진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끝까지 듣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이 말하려는 메시지의 본질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조언하면 안 된다. 설령 상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중간에 알았더라도, 곧바로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단정 짓는 일은 금물인다. "결국 ~라는 말이잖아."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책 뒤쪽에는 실용적인 질문 팁들을 실었다. 독일 철학자 한스 게오르크는 이해란 무엇보다 먼저 듣는 것이라고 했다. 잘 듣기 위해서는 대화의 주인공이 상대라는 인식을 갖고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해 봐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로 시작하는 셀프 질문 5가지도 배워보자. 공감하는 기술 6가지도 연습한다.

길 가다 갑자기 지인을 만나면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라고 물으면 아주 효과적이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구체적인 일상이나 관심사를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사용해도 큰 도움이 되는 5가지 마법의 질문을 꼭 시도해 보자.

누구와 만나 이야기하던 "이 대화가 이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라면?"이라는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든 그 순간이 소중해지고, 자연스럽게 잘 듣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진정한 인생 역전은 듣는 힘에 있다.

p.189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앞으로 몇 번이나 남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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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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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대동여지도는 적어도 한 번은 들어 봤을 것이다. 내가대동여지도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왜 대한민국 지도라고 안 했지?"라는 의문이었다. 김정호는 조선 후기 사람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처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조선지도라고 해야지 왜 대동여지도라고 했을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의 영향이지 싶다. 중국의 동쪽에 있는 가장 큰 나라라서 조선을 대동(大東)이라고 표현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큰(大) 동쪽(東)에 있는 수레(輿)가 다니는 땅(地) 지도(圖)라는 뜻이다. 여지(輿地)는 수레가 다니는 땅이니 우리가 사는 세상, 이 땅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도 동국은 조선이고, 여지는 땅, 승람은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본다는 의미다. 조선의 땅과 명승지를 기록한 책인데 여기에서도 땅이라는 의미로 여지가 쓰였다.


이 대동여지도는 22개로 나누어져 있어 책처럼 보관하고 휴대하기 편했다고 한다. 특히 도로에 10리마다 점을 찍어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10리는 약 4km 인데 걸어서 1시간 정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은 10리마다 점 간격이 좁은데 그 이유가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분첩절첩식(分帖折疊式)의 뜻도 살펴보자. 분첩의 첩(帖, 조각 첩)은 조각이라는 뜻이므로 분첩(分帖)이란 나눠진 조각이다. 折(절)은 접을 절 자이니 첩으로 나뉜 지도를 접는다는 뜻이다. 疊(첩)은 겹칠 첩자인데 접힌 조각들을 겹쳐서 쌓는다는 뜻이다. 즉 지도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접어서 보관하는 방법이다.

대동여지도는 대량 보급을 위해 피나무 목판으로 제작되었다. 각층(첩)별로 지도를 붙여서 지그재그로 접으면 병풍처럼 펼쳐 볼 수 있는 분첩절첩식 제책(製冊, 종이를 모아 책의 형태로 만드는과정)이 된다.


이렇게 만들면 지도를 다 펼치지 않아도 원하는 지역 정보만 골라서 볼 수 있다. 이 22개의 첩을 모두 연결하면 가로 3.8m, 세로 약 6.7m의 대형 한반도 전체 지도가 된다.


검색을 해보니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와~ 이렇게 큰 지도였다니! 그래서 이 책은 65%로 축소했나 보다.


도엽(圖葉)은 지도를 구성하는 낱장 종이다. 이 책은 대동여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독도인우산도(于山島)와 거문도인삼도(三島)를 추가했다. 거문도는 옛날에 고도(古島), 서도(西島), 동도(東島)라는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삼도(三島) 또는 삼산도(三山島)라고 불렸다고 한다.


마찬가지로대동여지도 색인도역시 숫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표기된 것이 신기했다. 일본어도 세로로 표기된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데, 전통적인 한자 표기 방식이 우횡서(右橫書)를 따랐기 때문이다. 우횡서란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각 지명과 함께 특이점도 알려준다. 일례로 20-2 금산(錦山)에는 이성계가 왕이 되고자 기도한 금산이라고 되어 있고, 19-2 웅천, 진해, 고성에는 삼도수군 통제영이 터 잡은 고성,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창원시)는 지도에서 웅천 북쪽의 망운대 근처라고 나온다.

이 책은 지그재그로 분첩절첩식으로 만들 수도 있고, 대형 대동여지도 전도로도 만들 수 있다. 책 뒤에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다. 대동여지도를 색연필이나 물감으로 색칠하는 방법도 나온다.


나만의 색과 기준으로 아이와 함께 색칠을 해서 코팅을 한 다음 거실 벽면을 장식해도 좋고, 낱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도성도경조오부도또는내가 사는 지역의 대동여지도를 색칠해서 액자에 끼워 장식해도 예쁠 것 같다.


나는 대전에 사는데 왜 대전이 없나 했더니 당시 대전은 한밭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었고,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발전했다고 한다. 대전은 한화 이글스가 유명한데 한밭 종합운동장, 한밭 대학교, 한밭야구장, 한밭수목원 등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200년 전의 지도를 어떻게 이렇게 한글까지 넣고 잘못된 지명까지 수정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대동여지도를 펴 놓고 우리나라 역사에 나오는 의병들의 이동 경로를 찾아봐도 좋고, 외국인 들에서 선물해도 특이해서 좋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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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스케일업 30분 회계 -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
박순웅 지음 / 라온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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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생에 한 번은 재무제표를 만나라는 책 표지에 있는 말이 인상적이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동안 외면했던 재무제표와 회계를 만나보니, 이 책은 모든 취준생의 필독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하려는 회사에 대해 알고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재무제표를 볼 줄 알면 최소한 그 회사가 건전한지의 여부는 알 수 있기 때문에 부실한 기업에 취직해서 월급 떼어먹히는 일은 없을것이다.

재무제표는 사장님들도 당연히 알아야겠지만, 내가 지원할 회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직자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알아야 한다. 내가 어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지 재무제표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열어보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분석하며 미래를 계획해 보자.

이 책은 크게 재무제표와 회계의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자산과 부채, 수익과 비용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케일업(Scale up)이란 사업을 더 빨리, 더 크게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먼저 재무제표(財務諸表)에 알아본다. 재무제표는 간단히 기업의 성적표다. 재무제표는 회사의 과거 성과를, 이력서는 개인의 과거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10분 만에 재무제표 작성 실습도 할 수 있고, 실제 사례를 통해 스스로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게 된다. 투자 유치나 IPO 과정에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기업 공개를 말한다. 비상장 기업이 외부 투자자들에게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적으로 팔고, 그 주식이 증권 시장에 상장되는 전반적인 과정이다.

그럼 회계란 무엇일까? 회계는 돈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를 기록하는 업무가 아닌 회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자, 미래를 이야기하는 언어다. 이 책은 회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부터, 복잡한 회계 이슈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재무제표는 손익계산서(損益計算書)와 재무상태표 (財務狀態表)로 되어있다.

"얼마 벌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손익계산서다. 얼마를 벌고(수익) 얼마를 썼는지(비용), 그래서 얼마가 남았는지(이익)를 나타낸다. 가계부 같으면 수입과 지출이라고 할 텐데 기업이니 수익이 얼마고 비용이 얼마 나갔는지로 표현하나 보다.

수익에는 영업수익(매출)과 영업외수익이 있고, 비용도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이 있다. 이익에는 매출총이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있다.

"가진 재산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재무상태표다. 전체 재산(자산)에서 갚아야 할 돈(부채)을 뺀 순재산을 자본이라고 한다. 재무상태표는 "지금 전체 재산과 갚아야 할 돈은 얼마입니다"라고 답한다.

우리 집 아파트가 시가 5억이라고 생각해 보자. 자산은 5억, 담보대출(부채)은 3억이라면 내 자본은 2억이다. 집을 살 때 계약금과 취득세 등 내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리 대출이 많아도 자본이 0이거나 마이너스는 될 수 없다. 그런데 회사 빚이 자본보다 많아지면 자본이 점점 깎여 들어가는데 이것을 자본잠식이라고 한다. 잠식(蠶食)은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듯이 조금씩 갉아먹는다는 뜻이다.

자산과 부채 중에서 1년 이내에 돈이 되는 자산을 유동자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를 유동부채라고 한다. 유동(流動)이란 흐르듯 움직인다는 뜻으로 현금으로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즉 돈이 되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혼자서도 가능한 재무제표 해독하기에서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보는 실습을 해보자.

유동부채에서 매입채무(買入債務)란 상품이나 원재료를 외상으로 구입했을 때 발생하는 빚이다. 미지급금(未支給金)은 아직 지급하지 못한 돈으로 상품이나 원재료 외에, 사무실 집기, 컴퓨터, 사무용품 등 일반적인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했을 때 발생하는 빚이다.

예수금(預受金)은 잠시 맡아 놓은 돈이라는 뜻인데, 급여를 줄 때, 원천징수하는 세금(소득세 등)이나 4대 보험료 등을 회사가 대신 받아 보관하는 금액이다. 이 돈은 국가에 납부해야 하므로 부채로 분류한다.

선수금(先受金)은 먼저 받은 돈으로 미리 받은 계약금 등을 뜻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만들어 주기로 하고 미리 돈을 받았지만 아직 물건을 전달하지 않았을 경우, 이는 나중에 물건을 줘야 하니 빚이다.

결손금(缺損金)도 있다. 물건을 판 돈보다 물건을 만들거나 월세나 전기세 같은 돈이 더 많이 나가 줄거나 없어진 돈을 말한다.

재무상태표의 자본은 단순히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 아니라, 회사의 재무적 건강과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부채비율, 유동비율과 함께 정부 지원과제, 보증기관, 금융기관의 중요한 심사 요건이므로 이 개념을 알고 경영자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

재무제표를 보고 자본 항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잉여금이 쌓이고 있는지, 자본잠식 상태는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스케일업을 위한 첫걸음이다.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방법을 회계에서 복식부기(複式簿記)라고 한다. 복식은 2개, 부기를 장부에 기록한다는 뜻이다. 재무제표는 수익, 비용, 자산, 부채의 거래를 왼쪽과 오른쪽에 기록한다. 자산과 비용은 왼쪽(차변), 나머지는 오른쪽(대변)이다. 이렇게 거래를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적는 것을 분개(分介)라고 한다.

회계 오류와 이슈의 본질은 자산과 비용의 관계에 숨어 있다. 자산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다라 감소하여 결국 비용이 되는 회계오류와 이슈에 대한 것은 책을 참조하길 바란다.

자산과 비용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회계성장통을 대비하는 방법외에도, 회계감사를 받을 때, 감가상각, 재고자산, 매출채권, 대손상각비, 가지급금, 정부 지원금, 숨겨진 부채 폭탄 찾기, 멘붕을 가져오는 메자닌 회계 처리에 관해서도 알려준다.

맨 뒤에 있는 재무제표 학습 정리를 보며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은 다시 앞으로 돌아가 꼼꼼히 읽어보자. 회사의 재무제표를 읽지 못하고, 재무제표에 숨겨진 회계 오류와 이슈를 찾아내지 못하면 결국 폭탄은 내가 안아야 한다.

서평을 쓰고 보니, 내 의견보다는 책에 나온 재무제표와 회계에 관한 기본 단어정리가 되어버렸다. 내겐 전부 외계어라... 나처럼 재무제표와 회계가 뭔지 기본 개념만 알고 싶으면 이 책의 첫 번째 파트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다.

남들은 이력서와 면접 준비에 한창일 때, 이 책으로 지원할 회사의 재무제표를 먼저 들여다보며 나만의 경쟁력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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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덤핑 - 생각 정리의 기술
닉 트렌턴 지음, 김보미 옮김 / 넥서스BIZ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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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덤핑(Brain Dumping)이라는 이 책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덤프트럭(Dump Truck)이다. 덤프트럭은 짐칸을 기울여 흙, 모래, 자갈 등을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낸다. 옷을 덤핑친다는 말도 생각났다. 많은 옷을 한꺼번에 쏟아내 싸게 파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일, 이것이 브레인 덤핑이다.

먼저 종이나 워드 파일의 빈 문서를 열고, 현재 상황과 관련 있는 문장을 하나 적는다. '~의 이점은? 지금 내가 주의해야 할 것은?' 등 당면한 문제나 현재 고민을 적은 다음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춘다. 나는 핸드폰의 스톱워치를 이용했다. 본인이 편한 것을 쓰면 될 것 같다.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하거나 걸러내지 말고 자유롭게 써 내려간다. 이 과정은 머릿속에 뒤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명절은 다가오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서 새 노트를 꺼내 손 글씨로 적었다. 치매 예방에 타이핑보다 손 글씨가 좋다니까. 제목은 "뭔가 할 일이 너무 많은데"로 시작하고 떠오르는 할 일들을 번호를 매기며 적어봤다. 총 10개를 적었는데, 6분 정도 지나니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만 적었다.

적은 것을 보니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보이는 게 아닌가? 나중에 해도 되는 일과 당장 해야 할 일이 섞여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해도 될 일들도 모두 다 할 일로 여겨져서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스트레를 받은 것 같다.

브레인 덤핑의 목적은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종이 위로 꺼내는 데 있다. 이렇게 써 보니 진짜 중요한 일과 미뤄도 되는 일을 구별할 수 있었다. 이 브레인 덤핑은 전용 노트나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노션이나 핸드폰에 있는 삼성 노트로 기록해도 좋을 것 같다. 매주 혹은 매달 주기적으로 시간을 따로 정해 노트를 보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브레인 덤핑은 생각 정리 방법의 하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심리학적 기법의 본질을 관통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다른 방법들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해 줘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내려놓기

통제의 이분법(Dichotomy of Control)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이다. 삶의 모든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눈다. 나는 '평온을 비는 기도'가 생각났다. "신이시여,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쓴 기도문인데 이 통제의 이분법을 바탕으로 쓴 게 아닐까?

이 개념은 에픽테토스가 주장했다. 삶의 평온과 행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많은 괴로움과 불행은 타인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는 헛된 기대에서 비롯된다. 어려운 인간관계, 힘든 직장 생활, 일상의 스트레스 모두 통제의 이분법을 적용하면 내면의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보디 스캔 명상 등으로 현재에 집중하고, 어떤 상황이나 환경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는 습관을 만든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연습을 한다.

내려놓기를 위한 핵심 요소는 비판단적 사고다. 평가나 비난이 아니라 사실 자체를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판단적 사고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다.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판단을 다루는 3단계 연습으로 자기 수용과 자신감을 키우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워보자.

2. 생각 끊기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내는 법을 배운다. 부정적인 생각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인 내면의 비판자가 한다. 이 비판자를 더 잘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알게 되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곱씹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비판자는 가혹하고 무자비해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지속적인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희소식은 이 내면의 비판자를 인식하고 맞서기 시작할 때, 더 자신감 있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지혜, 강인함, 사랑이라는 방법으로 내면의 비판자를 다루어본다. 지혜란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와 자신의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를 구별해 내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 챙김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강인함이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내면의 비판자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마주해도 좋은 친구를 대하듯 자신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덜 가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분명히 있고, 나는 그런 좋은 관계에 집중하면 된다. 내면의 비판자에게 공감해 줄 때 우리는 그 존재의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더 자유로워진다. 결과를 내 뜻대로 통제하겠다는 집착은 마치 연필을 마음만으로 조정하려는 것과도 같다.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 삶은 더 여유롭고 유연해진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에 대한 팁이 유용했다.

3. 마인드셋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는 방법을 배운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지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과 끈기를 통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실패와 좌절조차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성장 마인드셋은 배움과 변화에 집중하고 실수에 덜 집착하므로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더 큰 성공과 만족으로 이어진다.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은 실패를 끝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로 받아들인다. 헬스장에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가정한 책 속 설명으로 변화의 5단계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정신적 잡동사니(mental clutter)란 부정적인 자기와의 대화, 걱정, 의심, 두려움이 쌓여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브레인 덤핑이 나온다.

4. 생각 중독

닉 트렌턴의 대표작 제목이자 끝없이 생각에 빠져드는 것을 생각 중독(overthinking)이라고 한다. 인간관계, 산더미 같은 업무,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왜 생각 중독에 빠질까? 어떻게 하면 생각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외재화(外在化, externalization)란 바깥에 있게 만드는 것이다. 즉 문제 자체를 자신과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문제를 밖으로 꺼내서 보면, 나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외재화 치료는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정적인 자기 서사를 고쳐 쓰는 법과 외재화를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이야기 치료를 통해 불안을 외재화하는 4단계 과정을 조앤의 예를 통해 배워보자.

5. 상처 극복

상처를 준 누군가를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내 마음을 억누르던 원망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분노와 고통스러운 감정 대신 치유와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해로운 사람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숨 막히게 만들며,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이들이 자주 쓰는 전략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교묘하게 문제의 원인이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우리를 깊은 자기 의심 속에 가둔다.

해로운 사람을 대할 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 우리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해로운 사람과 인연을 끊는 일은 자기 돌봄이자 자기 사랑의 실천이다. 해로운 사람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수록 관계를 끊기 힘들다. 이때는 그들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경계를 세워야 한다. 이 경계를 세우는 법, 거리를 정하는 법, 소통 방식을 조절하는 법 등을 배운다.

자신이 세운 경계를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로운 사람과 경계를 설정했다면, 그 경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내 정신적 안정과 건강을 지키려면 경계를 끝까지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완전히 연락을 끊는 방법도 있다.

용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그들에게 입은 상처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나약함이 아니라, 자기 사랑을 실천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분노와 복수심보다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고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 용서의 4가지 D와 자기 용서의 4가지 R을 배워 보다 체계적으로 용서에 접근해 보자.

이 책에서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을 끊어내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인 브레인 덤핑만큼 쉽고 강력한 방법이 있을까? 머릿속에 쌓인 걱정, 불안, 미련, 원망을 그대로 쏟아냄으로써 머릿속 혼란을 밖으로 꺼내는 거다. 10분 이내로 생각이 정리되면서 뇌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브레인 덤핑은 삶의 중심을 회복하는 가장 실천적인 방법이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생각 정리 기술인 브레인 덤핑으로 머릿속 스트레스를 밖으로 쏟아내고, 그 자리에 평온과 여유를 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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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사용법 - 내 몸의 조화로운 건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김동규 지음 / 라온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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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내 몸이 어딘가 불편한데,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때 읽는 책이다. 한의학이 단순히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찾는 의학이 아니라 몸의 흐름을 살피는 의학이기 때문이다.

몸의 흐름을 살핀다는 것은 내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잘 돌보는 것이다. 여기서 돌봄은 단순히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며, 고장 난 곳을 고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장 나기 전에 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균형을 바로잡는 것도 포함된다. 진짜 건강 관리는 병원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그때부터 대응하는 것이다.

미병치지(未病治之)라는 말이 있다. 병이 되기 전에 미리 다스린다는 뜻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상공불치이병 치미병(上工不治已病 治未病)'이라고 나오는데, 훌륭한 의사(上工)는 이미 생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생기기 전의 상태를 치료한다'라는 뜻이다. 내 몸이 병들지 않게 평소에 정비하고 조율하라는 의미다.

몸은 신호를 보낸다. 피로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예전과는 달리 소화가 잘 안되거나 감정 기복이 잦아졌다면, 단지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흐름이 틀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신호를 그냥 넘기지 않고 살피는 것이야말로 진짜 건강관리다. 한의원은 단지 치료를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점검과 관리의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은 병원 다니다가 안되면 가는 곳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감기도 초기에 잡으면 금방 낫는다. 모든 병을 처음부터 치료했더라면 쉽게 해결될 것을, 이미 증상이 오래되고 굳어져 체력까지 방전된 후에 와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의학은 기능의학(Functional Medicine)이다. 단순히 아픈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학 분야다. 기능의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기능이 약해지고 흐름이 틀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몸의 기능이 흐트러지는 단계에서 접근하면 한의학은 아주 효과적이다.

한의학은 열이 난다고 단순히 해열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왜 열이 나는지, 어디서부터 흐름이 꼬였는지를 살피고 그 원인을 풀어서 치료한다. 내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끼면 한의원에 가야 한다. 한의원은 단순히 치료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건강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곳이다.

한의학은 빠른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무너진 걸 다시 세운다. 그래서 더더욱 신뢰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빠른 효과를 기대하거나 당장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한다면 중간에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회복의 흐름도 단절된다. 신뢰 없이 시작한 치료는 언제든 중단될 수 있고, 그런 흐름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약과 침이라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이게 정말 나한테 맞는 건가 하는 불안이 계속 남아 있다면 아무리 좋은 처방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저자는 환자에게 믿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의심보다는 관찰을, 불안보다는 열린 마음을 바란다. 변화가 생기면 그 변화를 같이 보고 흐름을 함께 느껴보자고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함께 읽어주는 동반자가 되어 달라는 의미다. 한의학에서의 치료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의 출발점은 언제나 신뢰다.

한의학은 사람의 흐름을 다루는 의학이다. 그 흐름은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함께 느껴야 온전히 작동한다. 내 몸이 지금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느끼고 싶다면, 그 흐름에 마음부터 함께해 줘야 한다. 그 믿음이야말로 한의사가 환자에게 가장 간절히 바라는 첫 번째 처방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출산 후에 한의원에 가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나 역시 출산 후에 이유 없이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했다. 병원에서는 산후우울증인 것 같다며 영양제와 음식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하라고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육아 스트레스는 친구들과 만나 수다로 푸는 줄로만 알았는데, 한의원에 가서 약을 먹고 나 스스로를 챙겼어야 했다.

아이 돌보느라 내 몸을 챙길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병은 시간이 없을 때 온다. 바빠서 못 갔다는 말,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 이런 것들이 병을 키운다. 건강은 시간이 나서 챙기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챙겨야 하는 것이다. 치료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건강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

몸이 진짜로 무너지면 그 바쁜 일들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는 핵심을 못 봐서 그렇다. 내 몸이 건강해야 가족도 안정되고 내 주변이 평화로워진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고 출근하면서 왜 몸을 돌보는 일은 그렇게 뒤로 미루는 걸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한의학은 조금 이상할 때 조금 불편할 때를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여긴다. 아픈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한 상태에서 가야 빨리 회복된다. 일단 병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치료도 복잡해지고, 돈도 많이 들고, 회복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병이 뚜렷해지기 전에, 비교적 간단한 치료만으로 흐름을 정리할 수 있을 때, 예방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

한의학은 몸 전체의 흐름을 보고 치료한다. 단지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주거나, 어지럽다고 철분제를 처방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지럼을 치료했는데도 소화가 잘 되거나 잠을 잘 자고, 스트레스까지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의학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잘 지어진 약보다 먼저 좋은 한의사를 만나야 한다. 매스컴에서 선전하는 일률적인 약은 오히려 몸의 균형을 더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먹으면 안 된다.

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밥만 먹으면 토하고, 심한 두통을 호소해 몇 달간 여러 병원을 전전했던 아이의 이야기다. 뇌 MRI 등 온갖 검사를 다 해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결국 심리적 문제로 분류되어 심리 상담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진찰해 보니 장에 숙변이 크게 쌓여 있었다. 그래서 숙변을 제거하는 처방을 내렸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구토와 두통이 사라졌고, 항상 차갑던 손발까지 따뜻해졌다고 한다. 이후 약해진 비위를 보강해 주자 아이는 건강을 되찾았다. 숙변 때문인 걸 모르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뻔했다!

이 책을 읽고, 우유를 끊었다! 나는 배고픔도 달랠 겸 아침에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신다. 원래는 여기에 꿀도 넣어 마셨는데, 당뇨 전단계라 꿀이나 시럽은 안 넣는다. 그런데 늘 소화가 잘 안되고, 속도 더부룩하고 카페라테를 먹을 때마다 트림도 올라왔다. 나이 먹어서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 그러려니 했다.

한국 성인의 대부분이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부족해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위장에서 발효가 일어나고 복부팽만, 속 쓰림, 트림, 구역감 같은 증상이 생긴다. 이럴 때는 우유를 끊기만 해도 소화가 훨씬 나아지고 피부도 깨끗해진다. 특히 피부염이나 아토피가 있으면 우유 및 유제품은 물론 달걀도 먹으면 안 된다.

또한 나이 먹을수록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해서 단백질 파우더를 먹는데, 이런 가루음식이 위장에 부담이 된다고 한다. 분말이라 소화가 더 잘 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공복에 가루음식이 들어가면 위장이 자극을 받아 더부룩하고 무거워진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습담이 쌓인다고 표현한다. 밀가루 음식도 같은 맥락에서 위장에 부담을 준다. 어쩐지 라면을 먹고 나면 속이 안 좋더라니... 건강식으로 여겼던 파우더보다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 훨씬 더 위장에 좋다.

체했을 때 보통 손끝을 따지만, 나는 아프고 무서워서 손끝을 해 본 적은 없고 그냥 소화제를 먹었다. 하지만 체했을 때는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명치에서 배꼽 사이를 손으로 천천히 눌러 아픈 부위를 찾아 살살 마사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한다. 체했을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위장으로 혈류가 몰려 말단의 순환이 떨어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걸으면 반복적인 관절 손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걷기 운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골반의 정렬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추나 치료를 먼저 진행해야 한다.

추나(推拿)치료는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밀고(推) 당겨서(拿) 비뚤어진 뼈와 관절을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단순히 뼈를 맞추는 게 아니라, 틀어진 근육의 긴장을 풀고, 척추와 골반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골반이 바로 잡히면, 걸음걸이도 바르게 돌아오고, 몸의 피로도 덜 쌓이며, 통증도 점차 사라진다.

운동하면 무릎이 튼튼해진다고 하지만, 무릎이나 골반 정렬이 틀어진 상태로 운동하면 오히려 잘못된 구조를 더 강화시켜 무릎은 더 빠르게 손상된다. 그래서 치료의 시작은 근육 강화가 아니라, 근육의 균형을 잡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병원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내 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냥 참고 넘기지 말고 한 번쯤 한의원의 문을 두드려 보자. 우리 몸은 언제나 회복하고 싶어 하고, 그 역할을 한약이 도와줄 수 있다. 회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p.40 "한의학은 몸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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