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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덤핑 - 생각 정리의 기술
닉 트렌턴 지음, 김보미 옮김 / 넥서스BIZ / 2025년 9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브레인 덤핑(Brain Dumping)이라는 이 책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덤프트럭(Dump Truck)이다. 덤프트럭은 짐칸을 기울여 흙, 모래, 자갈 등을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낸다. 옷을 덤핑친다는 말도 생각났다. 많은 옷을 한꺼번에 쏟아내 싸게 파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일, 이것이 브레인 덤핑이다.
먼저 종이나 워드 파일의 빈 문서를 열고, 현재 상황과 관련 있는 문장을 하나 적는다. '~의 이점은? 지금 내가 주의해야 할 것은?' 등 당면한 문제나 현재 고민을 적은 다음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춘다. 나는 핸드폰의 스톱워치를 이용했다. 본인이 편한 것을 쓰면 될 것 같다. 떠오르는 생각을 판단하거나 걸러내지 말고 자유롭게 써 내려간다. 이 과정은 머릿속에 뒤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과 비슷하다.
명절은 다가오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래서 새 노트를 꺼내 손 글씨로 적었다. 치매 예방에 타이핑보다 손 글씨가 좋다니까. 제목은 "뭔가 할 일이 너무 많은데"로 시작하고 떠오르는 할 일들을 번호를 매기며 적어봤다. 총 10개를 적었는데, 6분 정도 지나니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만 적었다.
적은 것을 보니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보이는 게 아닌가? 나중에 해도 되는 일과 당장 해야 할 일이 섞여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천천히 해도 될 일들도 모두 다 할 일로 여겨져서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스트레를 받은 것 같다.
브레인 덤핑의 목적은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종이 위로 꺼내는 데 있다. 이렇게 써 보니 진짜 중요한 일과 미뤄도 되는 일을 구별할 수 있었다. 이 브레인 덤핑은 전용 노트나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노션이나 핸드폰에 있는 삼성 노트로 기록해도 좋을 것 같다. 매주 혹은 매달 주기적으로 시간을 따로 정해 노트를 보면,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브레인 덤핑은 생각 정리 방법의 하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심리학적 기법의 본질을 관통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다른 방법들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해 줘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내려놓기
통제의 이분법(Dichotomy of Control)은 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이다. 삶의 모든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눈다. 나는 '평온을 비는 기도'가 생각났다. "신이시여,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쓴 기도문인데 이 통제의 이분법을 바탕으로 쓴 게 아닐까?
이 개념은 에픽테토스가 주장했다. 삶의 평온과 행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많은 괴로움과 불행은 타인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는 헛된 기대에서 비롯된다. 어려운 인간관계, 힘든 직장 생활, 일상의 스트레스 모두 통제의 이분법을 적용하면 내면의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
보디 스캔 명상 등으로 현재에 집중하고, 어떤 상황이나 환경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는 습관을 만든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연습을 한다.
내려놓기를 위한 핵심 요소는 비판단적 사고다. 평가나 비난이 아니라 사실 자체를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비판단적 사고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다.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판단을 다루는 3단계 연습으로 자기 수용과 자신감을 키우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워보자.
2. 생각 끊기
부정적인 생각을 끊어내는 법을 배운다. 부정적인 생각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인 내면의 비판자가 한다. 이 비판자를 더 잘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알게 되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곱씹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비판자는 가혹하고 무자비해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지속적인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희소식은 이 내면의 비판자를 인식하고 맞서기 시작할 때, 더 자신감 있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지혜, 강인함, 사랑이라는 방법으로 내면의 비판자를 다루어본다. 지혜란 내면의 비판자의 목소리와 자신의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를 구별해 내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 챙김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강인함이란 자신의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내면의 비판자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의 단점과 부족함을 마주해도 좋은 친구를 대하듯 자신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덜 가치 있는 존재는 아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분명히 있고, 나는 그런 좋은 관계에 집중하면 된다. 내면의 비판자에게 공감해 줄 때 우리는 그 존재의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다.
결과에 얽매이지 않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더 자유로워진다. 결과를 내 뜻대로 통제하겠다는 집착은 마치 연필을 마음만으로 조정하려는 것과도 같다.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이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 삶은 더 여유롭고 유연해진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에 대한 팁이 유용했다.
3. 마인드셋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는 방법을 배운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지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과 끈기를 통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실패와 좌절조차도 성장과 배움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성장 마인드셋은 배움과 변화에 집중하고 실수에 덜 집착하므로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더 큰 성공과 만족으로 이어진다. 성장 마인드셋을 지닌 사람은 실패를 끝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로 받아들인다. 헬스장에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가정한 책 속 설명으로 변화의 5단계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정신적 잡동사니(mental clutter)란 부정적인 자기와의 대화, 걱정, 의심, 두려움이 쌓여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브레인 덤핑이 나온다.
4. 생각 중독
닉 트렌턴의 대표작 제목이자 끝없이 생각에 빠져드는 것을 생각 중독(overthinking)이라고 한다. 인간관계, 산더미 같은 업무,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왜 생각 중독에 빠질까? 어떻게 하면 생각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외재화(外在化, externalization)란 바깥에 있게 만드는 것이다. 즉 문제 자체를 자신과 분리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문제를 밖으로 꺼내서 보면, 나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외재화 치료는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정적인 자기 서사를 고쳐 쓰는 법과 외재화를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이야기 치료를 통해 불안을 외재화하는 4단계 과정을 조앤의 예를 통해 배워보자.
5. 상처 극복
상처를 준 누군가를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내 마음을 억누르던 원망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하면 분노와 고통스러운 감정 대신 치유와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해로운 사람이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숨 막히게 만들며,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이들이 자주 쓰는 전략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교묘하게 문제의 원인이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우리를 깊은 자기 의심 속에 가둔다.
해로운 사람을 대할 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이 우리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해로운 사람과 인연을 끊는 일은 자기 돌봄이자 자기 사랑의 실천이다. 해로운 사람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수록 관계를 끊기 힘들다. 이때는 그들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경계를 세워야 한다. 이 경계를 세우는 법, 거리를 정하는 법, 소통 방식을 조절하는 법 등을 배운다.
자신이 세운 경계를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로운 사람과 경계를 설정했다면, 그 경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내 정신적 안정과 건강을 지키려면 경계를 끝까지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완전히 연락을 끊는 방법도 있다.
용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그들에게 입은 상처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나약함이 아니라, 자기 사랑을 실천하는 강력한 방식이다. 분노와 복수심보다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쥐고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 용서의 4가지 D와 자기 용서의 4가지 R을 배워 보다 체계적으로 용서에 접근해 보자.
이 책에서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을 끊어내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인 브레인 덤핑만큼 쉽고 강력한 방법이 있을까? 머릿속에 쌓인 걱정, 불안, 미련, 원망을 그대로 쏟아냄으로써 머릿속 혼란을 밖으로 꺼내는 거다. 10분 이내로 생각이 정리되면서 뇌와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브레인 덤핑은 삶의 중심을 회복하는 가장 실천적인 방법이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생각 정리 기술인 브레인 덤핑으로 머릿속 스트레스를 밖으로 쏟아내고, 그 자리에 평온과 여유를 담아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