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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대동여지도 - 한글로 쉽게 읽고 활용하는 <대동여지도> (최신 개정판)
김정호 지도, 최선웅 도편, 민병준 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정호의대동여지도는 적어도 한 번은 들어 봤을 것이다. 내가대동여지도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왜 대한민국 지도라고 안 했지?"라는 의문이었다. 김정호는 조선 후기 사람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처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조선지도라고 해야지 왜 대동여지도라고 했을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의 영향이지 싶다. 중국의 동쪽에 있는 가장 큰 나라라서 조선을 대동(大東)이라고 표현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큰(大) 동쪽(東)에 있는 수레(輿)가 다니는 땅(地) 지도(圖)라는 뜻이다. 여지(輿地)는 수레가 다니는 땅이니 우리가 사는 세상, 이 땅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서도 동국은 조선이고, 여지는 땅, 승람은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본다는 의미다. 조선의 땅과 명승지를 기록한 책인데 여기에서도 땅이라는 의미로 여지가 쓰였다.
이 대동여지도는 22개로 나누어져 있어 책처럼 보관하고 휴대하기 편했다고 한다. 특히 도로에 10리마다 점을 찍어 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10리는 약 4km 인데 걸어서 1시간 정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산은 10리마다 점 간격이 좁은데 그 이유가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분첩절첩식(分帖折疊式)의 뜻도 살펴보자. 분첩의 첩(帖, 조각 첩)은 조각이라는 뜻이므로 분첩(分帖)이란 나눠진 조각이다. 折(절)은 접을 절 자이니 첩으로 나뉜 지도를 접는다는 뜻이다. 疊(첩)은 겹칠 첩자인데 접힌 조각들을 겹쳐서 쌓는다는 뜻이다. 즉 지도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접어서 보관하는 방법이다.
대동여지도는 대량 보급을 위해 피나무 목판으로 제작되었다. 각층(첩)별로 지도를 붙여서 지그재그로 접으면 병풍처럼 펼쳐 볼 수 있는 분첩절첩식 제책(製冊, 종이를 모아 책의 형태로 만드는과정)이 된다.
이렇게 만들면 지도를 다 펼치지 않아도 원하는 지역 정보만 골라서 볼 수 있다. 이 22개의 첩을 모두 연결하면 가로 3.8m, 세로 약 6.7m의 대형 한반도 전체 지도가 된다.
검색을 해보니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와~ 이렇게 큰 지도였다니! 그래서 이 책은 65%로 축소했나 보다.
도엽(圖葉)은 지도를 구성하는 낱장 종이다. 이 책은 대동여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독도인우산도(于山島)와 거문도인삼도(三島)를 추가했다. 거문도는 옛날에 고도(古島), 서도(西島), 동도(東島)라는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삼도(三島) 또는 삼산도(三山島)라고 불렸다고 한다.
마찬가지로대동여지도 색인도역시 숫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표기된 것이 신기했다. 일본어도 세로로 표기된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데, 전통적인 한자 표기 방식이 우횡서(右橫書)를 따랐기 때문이다. 우횡서란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각 지명과 함께 특이점도 알려준다. 일례로 20-2 금산(錦山)에는 이성계가 왕이 되고자 기도한 금산이라고 되어 있고, 19-2 웅천, 진해, 고성에는 삼도수군 통제영이 터 잡은 고성,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창원시)는 지도에서 웅천 북쪽의 망운대 근처라고 나온다.
이 책은 지그재그로 분첩절첩식으로 만들 수도 있고, 대형 대동여지도 전도로도 만들 수 있다. 책 뒤에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다. 대동여지도를 색연필이나 물감으로 색칠하는 방법도 나온다.
나만의 색과 기준으로 아이와 함께 색칠을 해서 코팅을 한 다음 거실 벽면을 장식해도 좋고, 낱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도성도나경조오부도또는내가 사는 지역의 대동여지도를 색칠해서 액자에 끼워 장식해도 예쁠 것 같다.
나는 대전에 사는데 왜 대전이 없나 했더니 당시 대전은 한밭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이었고, 1905년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발전했다고 한다. 대전은 한화 이글스가 유명한데 한밭 종합운동장, 한밭 대학교, 한밭야구장, 한밭수목원 등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200년 전의 지도를 어떻게 이렇게 한글까지 넣고 잘못된 지명까지 수정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대동여지도를 펴 놓고 우리나라 역사에 나오는 의병들의 이동 경로를 찾아봐도 좋고, 외국인 들에서 선물해도 특이해서 좋아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