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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은 삶의 무기가 된다 - 고요한 공감이 만드는 대화의 기적
마쓰다 미히로 지음, 정현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10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잘 듣는 사람은 침묵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침묵이란 상대가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는 틈이다. 상대방이 잘 들어주면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가 끊기거나 말이 막혀도 불안하거나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생각할 여유를 선사한다. 이 조용한 틈은 상대에 대한 호감, 신뢰, 감사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듣는 힘(聞く力)>이다. '말주변이 없어도, 잡담을 잘 못해도, 왠지 사랑받는 사람이 하는 36가지'라는 부제처럼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자 질문가인 저자가 Good Listener Tip 36가지를 알려준다. 이 책으로 말이 없어도 끌리는 사람, 말없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제대로 듣는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보자.
내가 누군가를 만나는 이유는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늘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고민이었다. 듣는 법을 알면 누군가를 만날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듣고 싶은 것보다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말하고 싶은 것을 실컷 말해서 좋고 나는 열심히 들어서 배우는 게 있어서 좋다.
질문을 할 때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묻기보다, 상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SNS를 살펴보는 등의 사전 조사를 하면 좋다. 상대방이 더 자세하게 얘기할 수 있게 "이 영화 봤어요?"보다는 "최근 본 영화 중 재밌었던 영화는 뭐예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지금 듣고 있는 거야?" 하는 순간이 있다. 나도 이야기 도중에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한다거나, 해결책을 찾는다거나 해서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갑자기 침묵의 순간이 오면 상대방이 지루해 하면 어쩌나, 내가 혹시 기분을 상하게 한 건 아닐까 등등 온갖 잡생각으로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은 말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사람은 1분에 약 400자를 말할 수 있는데, 들을 때는 약 800 자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2배나 빨리 들을 수 있으니 남는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딴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 말 듣고 있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한 번 해 보자. 아무 말 없이 5분 이상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을까? 나는 1분도 안 돼서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들어 주는 것이 어려운 건, 사람이 원래 들으면서 딴 생각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상대방이 말할 때 나도 말해야 할 것 같은 동조성 편향이라는 심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의 말이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려는 경향이다. 이야기하며 공감을 얻고 싶은 본능도 작용한다.
헤밍웨이도 "사람들이 말할 때는 온전히 귀 기울여 들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코 제대로 듣지 않는다. When people talk, listen completely. Most people never listen."고 했다. 잘 들어 주는 사람은 어딜 가나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저자가 비행기를 탔는데 옆자리에 영국인이 앉았다고 한다. 그가 하는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저 상대를 보며 미소 띤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는데, 나중에 비행기를 내릴 때 너무 아쉬워하며 저자에게 몇 번씩이나 고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저자는 상대의 말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애써 질문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바라보며 잘 듣는 척만 해도 괜찮다. 잘 듣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말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습관만으로도 누구나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여 주면 상대방이 말하기도 훨씬 쉬워진다. 잘 듣는 사람이 되면 내 주위에 사람이 늘어난다. 사람이 늘어나면 기회도 늘어난다.
저자는 질문가로서 수많은 사람에게 코칭을 해 왔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시간은 전체의 약 5%라고 한다. 나머지 95%는 온전히 듣는 시간이다. 듣기와 말하기의 비율은 95% : 5%다. 이것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코칭 상대는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깨달음을 얻게 되는 틈이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대화의 95%는 듣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까다로운 사람과의 대화가 한결 편안해진다. 나도 가족과 대화할 때 나는 95% 듣는다는 마음으로 도전해 봐야겠다! 잘 들으면 진심이 전해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까. 책에 나오는 돌부처 게임과 칭찬 릴레이 게임도 아주 재밌을 것 같다.
언변이 서툰 저자에게 강연 요청이 늘자 어떻게 하면 말을 적게 하면서 강연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저자는 질문하기라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강연이 끝난 뒤 간담회에서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말 훌륭한 강연이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현재 회원 수 5,000 명이 넘는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데 이 모든 성장은 저자가 던진 '질문'의 힘이었다.
좋은 리더는 잘 듣는 사람이다. 평소에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길을 잃거나 고민할 때 조용히 질문을 건네며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이상적인 리더다.
요점 없는 수다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나도 참 요점도 없는 말을 늘 장황하게 늘어놓는 편이다. 그게 수다의 특징인 것 같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다 보면 내 생각도 정리되곤 했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런 수다를 힘들어한다. 나처럼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게 말하면 듣기 귀찮아 건성건성 듣는다. 이때는 상대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마음을 기울이면 상대의 표정, 말투, 손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에 주목하게 되고 상대방의 진짜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끝까지 듣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이 말하려는 메시지의 본질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조언하면 안 된다. 설령 상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중간에 알았더라도, 곧바로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단정 짓는 일은 금물인다. "결국 ~라는 말이잖아."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책 뒤쪽에는 실용적인 질문 팁들을 실었다. 독일 철학자 한스 게오르크는 이해란 무엇보다 먼저 듣는 것이라고 했다. 잘 듣기 위해서는 대화의 주인공이 상대라는 인식을 갖고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해 봐야 한다. "나는 지금 이 사람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로 시작하는 셀프 질문 5가지도 배워보자. 공감하는 기술 6가지도 연습한다.
길 가다 갑자기 지인을 만나면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라고 물으면 아주 효과적이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상대의 구체적인 일상이나 관심사를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사용해도 큰 도움이 되는 5가지 마법의 질문을 꼭 시도해 보자.
누구와 만나 이야기하던 "이 대화가 이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라면?"이라는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든 그 순간이 소중해지고, 자연스럽게 잘 듣는 사람이 될 것이다. 진정한 인생 역전은 듣는 힘에 있다.
p.189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앞으로 몇 번이나 남았을까요?
